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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울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김선우

작성자문근영|작성시간26.06.16|조회수14 목록 댓글 0

울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김선우





그 밤 축축한 언어들이 떨어져 내렸다

여자는 눈물을 다섯 번 닦았다

떠난 남자는 이제 개자식이었지만

용서받은 것 같았다

솔직했기 때문에

솔직한 것은

늘 고마운 일이었기 때문에


희미한 불빛도 없는 방에서 여자는 눈을 더욱 꼭 감았다

맞아, 지나간 것은 깜깜하면 더 잘 보이는 법이지


울고 있었다 내 동생이

눈물을 여섯 번째 닦으며 말했다

가슴에 품었던 것들이 한순간 후드득 날아가고

다 익어 무거워진 열매를 

더 이상 맛 볼 수 없는 기분들에 대해


나는 그 애가 무서워졌다


눈을 뜰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도 없이

오래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갇혀

밤의 안개를 위하여 젖어가는 모습이

짙은 밤을 묽게 만드는 그 눈물이

너무나 솔직했기 때문에


나는, 솔직한 사람을

존경해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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