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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푸른 세상 / 유승도

작성자문근영|작성시간26.06.19|조회수11 목록 댓글 0

푸른 세상 

 

 

유승도 

 

 

 

 

   어제보다 푸른 오늘이다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벌레을 잡아 죽이고 늦은 아침을 먹는다 

   포도잎 뒷면에 다닥다닥 붙은 노랗고 검고 하얀 벌레들 

   털이 송송 난 벌레들을 장갑 낀 손으로 꾹꾹 누르거나 슥슥 문질러서 으깨 죽일때, 벌레들은 갉아 먹었던 포도잎을 몸 밖으로 내보내며 제 몸속의 푸르름을 증명한다 노랗거나 검었던 몸빛은 그저 허울이었노라고, 몸속은 푸른빛이라고, 그것이 내 빛이라고, 먹는 것의 빛이 곧 내 몸 빛이라고

   벌레들의 소리를 온몸으로 들으며 내 몸을 바라본다 나도 꾹 눌려 터진다면 푸른빛으로 감싸일까? 누군가 나를 쓱 문지른다면 말없이 으깨져 푸른빛이 될 수 있을까?  

  푸르른 것들을 입안으로 넣으며 창 밖의 푸른 세상을 바라본다

 

-유승도 시집 일방적 사랑 시와 에세이, 2012 중에서

     

 

 

* 유승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9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나의 새」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고향은 있다』, 『수염 기르기』 등이 있다. 강원도 영월의 망경대산에서 자급자족적인 농사를 지으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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