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테이프 / 백상웅
지난 사랑은 비디오나 카세트처럼 미세한 모터 소리를 낸다. 지루할 때는 앞이나 뒤로 재빠르게 넘긴다.
우리는 테이프를 꺼내 녹화를 뜬다. 우리의 과거는 10센티미터만큼의 미래에 둥글게 말리고 있다.
그러니깐 어느 골목에서 갑자기 과거의 사랑이 재생되더라도 놀라면 안된다. 우리는 그저 먹먹해지면 되니까.
과거와 미래는 뒤바뀐 기억이다. 지금은 사랑하면서 우리가 예전에 지나온 어느 골목을 떠올리는 건 죄다.
우리는 한 곡만 반복해서 들었고, 리모컨을 쥐고 소파에 누워서 우리가 겨우 할 수 있는건, 꾸벅꾸벅 조는 것뿐이다.
목소리는 변하고 얼굴은 일그러진다. 필림을 테이프에서 뽑아내버리기 전까지, 우리는 적당히 늙어간다.
(현대문학)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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