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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해양문학상 제1회 시 당선작

작성자서울문학신문|작성시간09.09.21|조회수21 목록 댓글 1

해양문학상 제1회 시 당선작

 

 

 

물고기 한 마리  / 손상철

 

1

 

그녀의 달력 속에는

알몸의 바다가 산다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모래잔등 위 드러나는

흰 갈비뼈의 신열身熱처럼

이제 마지막 32日마저

비늘 한 점 없이 벗어버린,

 

공판장 뒷골목에

철 지난 달력처럼

묶여 사는

물고기 한 마리

 

2

 

밤마다 그녀는 바다를

다 잠근다

 

눈과 귀, 손, 다리…….

13월의 수평선까지 잠그고 남아

가슴에 숨겨둔 이름 석 자는 물론

읽지 않는 달력 속 날자마저 잠근다

새벽까지 반쯤 열린 붉은 커튼 넘어

몸서리 치던 달이 같이 울다

 

남몰래

방파제 벽에 제 몸을

生으로 두드리는

물고기 한 마리

 

3

 

비가 내리면 그녀의 바다는

앓는다

 

누구의 가슴에 한 번도 안기지 못한

혼자 울다 서러운 눈의 바다가

 

누구를 한 번 목놓아 부르지 못한 채

혼자 증발되는 수평선 같은 바다가

 

그녀에게 가서 앓는다

 

풀잎 하나, 돌 하나 적시지 못해

우산도 없이 돌아와 젖은 옷자락으로

골방 문턱에 검은 머리 기대 잠든

물고기 한 마리

 

(그녀의 잠든 옆구리에서 돋아나는 비늘들. 그 비늘날개 속으로 쑥 손을 넣어

둥근 해를 끄집어내는 그녀. 바다 위로 물무지개가 뜨자 그녀의 잠든 입가에

물방울색 미소가 번진다)

 

 

4.

 

짧은 치마 끝,

다시 어둠이 무섭게 젖는다

 

거울 속

나 아닌 나를

밤마다 다잡는

바다가 다시 열린다

 

홍등 아래

붉은 입술 꽉 깨물며

바다를 다시 잠그는

물고기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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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서울문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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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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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백산 | 작성시간 09.09.22 ? ~~~? 여기서 바다가 무었일까요? 작자의 의도는 푸른바다가 아닌 듯 합니다. 또다른 바다가 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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