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국정 160호 02월 사람의 향기: ‘대한민국인재상’ 수상한 강원명진학교 박도현 군

작성자신혜령|작성시간21.01.19|조회수61 목록 댓글 0

사람의 향기: ‘대한민국인재상’ 수상한 강원명진학교 박도현 군

“갈매기 조나단처럼 가능성에 도전하는 삶 꿈꿔요”

강원명진학교 고등부에 재학 중인 박도현 군은 다재다능하다. 2014년 전국장애인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스키 부문에 최연소로 출전했다. 2017년 같은 대회에 나가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4km 클래식 블라인딩 부문에서 동메달을 땄다. 강원도 중·고등학생 종합실기대회 음악분야 금관 독주에서 비장애인과 겨뤄 2위를 차지했다. 디자인과 태권도, 육상, 대금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인재상’을 수상한 박도현 군은 자신을 “여러 우물을 파는 사람”이라며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처럼 가능성에 도전하는 삶을 꿈꾼다”고 했다.

 

Q. 대한민국인재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A. 시각장애인 최초로 태권도 시범단으로 활동했던 선배가 이 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저 역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는데, 정말 상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사랑하는 가족과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Q. 재능이 참 많습니다.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나요?

A. 원인불명의 선천적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났어요.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나 잔존시력은 있는 상태였죠. “넘어지니 조심해서 다녀라”라는 어머니의 잔소리에도 호기심이 많아 이곳저곳을 거침없이 다녔어요. 아버지가 장식장에 놓인 장난감을 가져다주려고 하면 “제가 할 거예요” 하면서 직접 의자를 딛고 올라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뛰다가 다쳐도 괜찮다고, 눈이 불편하지만 할 수 있다고 온몸으로 표현한 거죠. 특수학교에 입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그때부터 철이 들어 조금 조심스러워졌어요.

 

Q. 장애인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스키 부문 최연소 참가 경험이 있네요?

A. 선생님의 권유로 크로스컨트리스키를 시작했습니다. 정규 수업 외에 취미나 특기를 개발하는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당시 복지관이랑 체육회의 지원을 받아 크로스컨트리스키를 접했죠. 쉽지 않은 운동이었어요. 스키폴이 생각보다 날카롭고, 경사도 가팔랐거든요. 게다가 시각장애인은 가이드러너의 안내 없이는 탈 수가 없으니 자괴감만 커지더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런 감정이 누그러졌어요. 팀 경기에 참여하면서 서로 간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죠. 그간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이나 혼자서 해내는 기쁨에 도취됐던 건 아닌가 싶어 반성도 했어요. 가이드러너 선생님과 함께 노력한 끝에 동메달이라는 큰 수확을 얻었습니다.

 

Q.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A. 각기 다른 악기가 모여 하모니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신기해요. 크로스컨트리스키를 하면서 소통과 교류의 중요성을 느꼈던 터라 합주단의 조화로운 음색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합주단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어요. 낮고 중후한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 튜바를 맡았는데, 합주에서 하모니의 아래층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음색이 참 좋아요. 장시간 연습하다 보면 팔에 마비가 온 듯 저릿해져요. 풍부한 소리를 내려고 숨을 한껏 토해야 하니 머리가 아프기도 해요. 그래도 합주에 제 소리가 어우러질 때면 어마어마한 전율이 느껴져요. 악기를 연주하면서 폐활량이 늘었는데 크로스컨트리스키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음악 연습은 방과 후에, 스키 훈련은 방학 중에 이뤄지기에 쉴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무릎 부상을 입기도 했고요. 점자악보를 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곡을 그냥 통째로 외워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압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너무 지쳐 무작정 쉰 적도 있었는데, 그럴수록 튜바를 힘껏 불던 숨결이, 스키를 신고 눈을 헤치던 감각이 더 선명해지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튜바와 크로스컨트리스키 모두 이미 제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을요. 그동안 악기랑 장비 구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는데,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 특수교사를 진로로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기숙사 생활을 할 때 언어장애가 있거나 과잉행동을 보이는 후배들과 친하게 지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죠. 그런데 이것저것 도움을 청하면서 먼저 다가오는 후배들을 보니 금방 정이 들더라고요.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시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학교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를 간접적이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술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학교 밖의 사회와 교류하는 것은 망설이는 후배들이 많아요. 학교 안에서야 모두 같은 입장이지만 학교 밖은 다를 수 있으니 움츠러드는 거죠. 제 경험담을 들려주면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는 않나요” 하며 걱정해요. 후배들이 좀 더 용기를 갖고 세상에 뛰어들 수 있게 이끌어주고 싶어요. 특수교사가 되어 좋은 본보기로 남고 싶어요.

 

Q. 새해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무엇보다도 특수교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튜바 연주나 크로스컨트리스키 또한 절대 포기할 수 없죠. 지금 접하는 다양한 경험들이 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갈매기의 꿈’을 믿어요. 오늘보다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던 조나단처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망설이지 않을 거예요.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즐거움으로 삼는 박도현 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의 명언이 떠올랐다. “나는 젊음이요, 나는 기쁨이요, 나는 알에서 갓 깬 작은 새다”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껏 날아오르는 그를 응원한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손끝으로 읽는 국정 160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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