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구연-꾀병 사용법(개작)

작성자신혜령|작성시간26.04.25|조회수62 목록 댓글 0

꾀병 사용법

글/그림: 정연철

 

 

* <꾀병>은 보통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령이나 요행으로 곤란하거나 피하고 싶은 상황을 모면하려는 수단이니까요.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는 좀 다릅니다. 꾀병이 참 귀엽더라고요. 어리광이나 응석일 수도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친구와 다투고 불안한 마음에 엉걱결에 나온 말 <꾀병>을 엄마가 다 알면서도 받아주었기 때문일 거예요. 이 <꾀병> 덕에 친구랑도 어쩌다 보니 화해하게 됐고요.

 

 

살다 보면 힘든 날이 있잖아요. 안 좋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에요.

“헉,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아이고, 이러다 회의에 늦겠네!”

아빠가 허둥지둥 구두를 신었어요.

“수학, 국어, 체육... 또 뭐더라?”

나는 그 옆에서 부랴부랴 책가방을 챙겼지요.

“아이 참, 우유라도 마시고 가라니까. 넌 신발 주머니 잊지 말고.”

엄마도 발을 동동 구르며 이리저리 말을 쏟아냈어요. 그래요, 아빠도, 엄마도, 그리고 나도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지요. 강아지 뭉치도 집안을 뛰어다니며 안절부절 못했어요. 결국 학교에 지각하고 말았지요.

“복도에서 장난 치면 어떻게 하니? 깨진 화분에 누가 다칠 수도 있었어.”

안 좋은 일은 계속 일어났어요. 쉬는 시간에 친구랑 장난치다가 창틀에 놓인 화분을 깼는데, 선생님께 나만 혼났어요.

“아이, 씨.”

“뭐라고?!”

엉겁결에 나온 말인데, 욕했다고 더 혼났어요. 정말 억울했지요. 그런데 더 최악인 일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받아라, 캡틴 파워!”

점심 시간에 장난 치다가 친구 어깨를 툭 밀었는데, 친구가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웃었지만 친구는 삐친 것 같았어요. 사과하고 싶은데 입이 안 떨어졌어요.

“이게 아닌데.”

“뭐가 이게 아닌데? 선생님이야말로 이게 아닌데 싶구나. 몇 번을 불렀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수업 시간에 멍하게 있다가 선생님께 지적을 세 번이나 받았어요. 쉬는 시간도 하나도 재미 없었지요.

“야, 나도 같이 가!”

“얼른 와, 늦으면 게임 자리 없어.”

수업이 모두 끝나고, 친구는 다른 애들이랑 함께 갔어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지요. 하늘에는 먹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어요. 얼마 뒤, 빗방울이 떨어졌어요.

“다녀왔습니다.”

“왜 이렇게 늦었니? 자, 학원 가방이야. 얼른 가야 해. 차 조심하고.”

비를 맞으며 집으로 왔어요. 근데 엄마가 늦었다며 무턱대고 서두르는 거 있죠. 섭섭했어요. 학원에 갈 마음도 아니었고요. 그러다 툭 이렇게 말하고 말았어요.

“엄마, 나... 아파.”

어깨를 느러뜨리고 입꼬리를 축 내렸어요. 그제야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슬쩍 엄마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수그렸어요. 어쩌다 한 말인데, 웬지 진짜 몸이 좀 아픈 것 같았지요.

“그래? 열은 없는데... 우선 옷부터 갈아입자.”

엄마가 내 이마를 짚더니 고개를 갸웃했어요. 심장이 쿵덕쿵덕 거세게 뛰었지요. 일부러 재채기를 했어요.

“어머나, 진짜 아픈가 보네?”

“그럼, 진짜라니까!”

짜증을 내면서 얼굴을 찌프리고 어지러운 척 살짝 비틀거렸어요.

“그래? 그럼 병원부터 갈까?”

엄마의 얼굴에 언뜻 미소가 떠오르는 것 같았지요.

“그, 그 정도는 아니야!”

깜짝 놀라 말을 더듬거렸어요. 가슴 뛰는 소리가 천둥 소리만큼 크게 들렸지요.

“일단 한숨 푹 자렴.”

걱정해주는 엄마의 표정이 좋았어요. 엄마가 방에서 나가고 나는 삐죽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지요. 웃은 것도 잠시, 곧 친구에게 사과하지 못한 일이 떠올랐어요.

 

 

“어쩌지? 어떻게 할까, 뭉치야?”

고민만 백만 번째 하다가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미안해...>

그때부터 휴대폰만 계속 신경 쓰였어요. 한참 뒤, 아빠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요.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 사 왔는데, 아파서 우리끼리만 먹어야겠네~!”

문득 코끝에 치킨 냄새가 스치는 것 같았어요. 아프다고 했는데 나가서 먹을 수도 없고, 괜히 심통이 나는 거 있죠.

 

 

“어, 답장이다!”

핸드폰에 메시지가 떠올랐어요. 드디어 친구한테서 문자가 온 거-예요.

<너 어디 아파? 학원 안 나왔잖아.>

<아니. 이제 괜찮아.>

<나 지금 놀이터. 나올래?>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어요. 벌떡 일어나 방 밖을 나오니 아빠가 환히 웃으며 치킨을 흔들었어요.

“아들, 아프다더니 괜찮아?”

“나 다 나았어. 잠깐 나갔다 올게~!”

“어머, 얘! 밤에 어디 가니?”

치킨을 상자째 들고 집을 나섰어요. 아파트 현관으로 내려 가니, 친구가 보였지요.

“어? 놀이터라며?”

“어. 그냥 왔어.”

“잘됐다! 이거 같이 먹자!”

어느새 비는 그쳤어요. 달밤에 친구와 나눠 먹는 치킨이란... 아, 이건 너무 황홀한 맛이잖아요.

‘다 꾀병 덕분인 것 같아.’

정말, 마법을 부리는 꾀병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자주 쓰면 효과가 떨어지겠죠. 아주아주 가끔만 써야 효과 만점일 거-예요.

“근데, 다리는 왜 하나야?”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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