妻家처가 는,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덕산리다.
회진 버스종점에서,
바다를 끼고 왼쪽으로 10여분 걸어
가면 두 갈래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으로 휘돌아 가면 영화 〈아제아제 바
라아제〉 한승원 소설가 생가가 있는
신상리가 나오고, 왼쪽 가파른 언덕
길을 또 10여분 올라가면 처가댁 덕
산리이다.
한승원 작가는,
얼마전,〈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
의 아버지이다.
처남들이,
모두 ‘승’字 돌림인 것으로 보아 연
관되긴 한 거 같은데 여태 것 물어
보지는 않았다.
현재,
처가 마을은 장인. 장모님은 돌아
가시고 처남 셋은 광주에 나와 살
고 있어서 41년 전, 인사드리러 갔
던 그 집터는 밭으로 변해 버렸다.
처제만이,
저, 건너 조그만 어촌마을 삭금리
에서, 고기를 잡으며 선산 지키는
굽은 소나무 마냥 처가 고향을 지
키고 있을뿐이다.
처제가 사는 삭금리 어촌마을
처제 옆동네가,
그 유명한 이청준 소설가 생가가 있
는 진목마을이다.
15년 만에,
찾은 처제집에서 아침 6시30분 대문
을 나섰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조그만 항구
에 고기잡이배들이 잠자고 있었다.
정박해,
있는 고기잡이배들 중에는 필시, 처
제네 배도 있으리라.
새벽길,
파도소리만 간헐적으로 철썩거릴 뿐,
어스무레한 새벽길은 적막만 흐르고
있었다.
길떠나는,
나그네라곤 나 혼자 뿐, 그대는 뭔일
로 동도 트기 전 길을 나서고 있는가.
바쁜,
도시 생활과는 다른, 이런 분위기를
꽤나 즐기는 편이다.
띄엄띄엄,
전봇대 불빛만을 의지한 채 걷고 있
을 때, 맞은편 쪽에서 누군가 걸어오
는 인기척이 들린다.
어둠속으로,
잠시 묻히는가 싶더니 이내 환한 가
로등 아래에서 이름도 성도 모를 이
가, 갑자기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찰나,
생소한 장면이라 어쩔 줄 몰라하며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는데 나중
에 동서한테 얘기 듣길, 이 어촌 마
을에는 아직도 유교사상이 묻어있
어 어두컴컴해서 안보이더라도 어
른이나 그 누구를 만나든 인사한단다.
아래윗집,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도시 생활과
어쩜 이리 다르냐.
40여분, 걸었을까.
어둠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하면서
논 가운데 진목마을 소설가 이청준
생가 세움 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1Km걸어,
들어가니 진목마을회관 앞에 소설가
이청준 출생지라는 나무판이 세워져
있다.
⌜서울대학 독문과 졸업.
1965년〈사상계(思想界)〉에 단편
〈퇴원(退院)〉이 제7회 신인상에
당선됨으로써 문단에 등장했다.
그 후,
단편 〈병신과 머저리〉〈침몰선
沈沒船〉〈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눈길〉등이 있다.
중편으로는 〈매잡이〉〈꽃과 소
리〉〈이제 우리들의 잔盞을〉〈조
율사調律師〉등이 있다.
문단 등장 1년 만에 단편〈병신
과 머저리〉로 제12회 동인문학상
(東仁文學賞)을 수상하였으며, 창
작집 〈별을 보여드립니다〉〈소문
의벽壁〉을 냈다.」
이청준李淸俊은 현대 문학사에
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대표
적인 소설가이다.
⌜서편제」, ⌜축제」,⌜당신들의
천국」, ⌜이어도」, ⌜흰옷」, ⌜낮은
데로 임하소서」등 주옥같은 장단
편소설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서편제」등 여러 편이 영화로
제작되어 국민적 공감을 일으켰다.
이청준의 빼어난 단편소설 ⌜눈길」
의 행로인 진목리마을 뒷산에서 조
명되는 회진면과 대덕읍, 남해 바다
와 천관산은 이청준 소설문학의 여
정으로 이어지며 우리를 안내 한다」
작가는,
소싯적 경험의 자산을 작품에 욱여
놓게 마련인 것이다.
이청준 선생 생가 80m.
참, 자상하게도 알려주네.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걸보니 아침밥을 준비하는
가 보다.
담벼락에,
이청준 선생 그림이 그려져
있는 생가 골목으로 접어드
니 발소리에 놀란 개가 컹컹
짖어댄다.
하긴,
아침밥 먹을 이 시간에 생가를
찾는 이, 그 누굴 것인가.
천재 작가 이청준.
연작소설 ‘서편제’ 외 17편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외 16편
단편소설 ‘이어도’ 외 131편
오래전에,
이청준 소설가의 작품 10여권을
읽고 서재에 꽂아두고 있다.
새로 단장한,
초가집이 이청준 소설가가 나고
자란 곳.
이청준 소설가 생가.
“하늘과 땅이 아득하여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것의 하나가 이청준씨 소설이오”
문학평론가의 말이다.
얼마나,
빼어났으면 저렇게 평했을까.
이청준,
소설가가 생활하면서 문학의 꿈을
키웠던 방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소설을,
테마로 만든 영화로는 ‘서편제’, ‘축제’, ‘낮은
데로 임하소서’, ‘밀양’, ‘천년학’ 등이 있다.
배우,
김명곤과 오정해가 주연을 맡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밀양〉, 2006년에 100번째 찍은〈천년
학〉이 이청준 소설을 시나리오 한 것이다.
요,
아래 회진면에 영화를 찍었던 〈천년학〉
세트장은, 많은 이들이 둘러보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오전 8시30분,
처제집에 당도하니 차려내온
시골밥상이 놓여지고 있었다.
형부,
아침 일찍 어디 갔다 오셨어.
이청준 선생,
생가 둘러보고 왔지.
내,
형부, 그럴 줄 알았어.
형부가,
늘, 그런 식인 줄 처제도 익히
알고 있는 터였다.
묵묵히,
처가 동네를 지키고 있는 처
제가 대견스러웠다.
처제집 담벼락에,
고기잡을 때 입는 장화 옷 옆에
놓인 프로판 가스 통을 보니 50
년 전 공장에서 내가 직접 용접
으로 때웠던 시절이 갑자기 떠
올라 코가 시큰거린다.
그,
낮에 번 돈으로 지금은 없어진
종로 종각 화신백화점뒤 고려
학원에서 밤에 검정고시 공부
를 했었지.
간절함 가득히 안고서.
바다가 보이는,
마당가에서 손흔드는 동서와
처제를 뒤로하고 회진면을 향
해 막 달려 나오는데, 임권택
감독이 찍은 ‘천년학’ 세트장이
보인다.
‘천년학’은,
이청준 소설의 ‘선학동나그네’ 를 모티브로
하여 2006년에 만든 영화인데, 이 지역
회진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늘로 치솟아 오른 고깔모양의
주봉은 힘찬 비상을 시작하고
있는 학의 머리요, 길게 굽이쳐
내린 양쪽 산줄기는 그 날개의
형상이 완연했다. 포구에 물이
차오르면 관음봉은 그래 한 마
리 학으로 물 위를 떠돌았다.
선학동은 그 날아오르는 학의
품안에 안겨진 마을인 셈이였다.
동네 이름이 선학동이라 불리게
된 연유였다.'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나그네〉중에서.
41년전,
이 동네에서 부천으로 시집온 아내가
‘천년학’ 세트장에서 사진 한 컷을 남겼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평화로워지는 곳.
고요해지는 곳.
오래도록, 머문 눈길.
여기서는 서둘지 말고 침묵할 것.
아내는,
이곳 회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대덕중학교를 나왔으며 장흥고등
학교를 졸업했다.
어떤,
시절인연으로 천리먼 길 부천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는가.
고단하고 힘든,
삶의 여정에서 참, 고생 많았오.
참 좋다 장흥!
‘여보게~ 잠시 쉬어가시게나’
장흥이라는,
말은, 아내의 고향 맛을 일으켜 주는 곳.
과거로,
돌아간 기분으로 아내가 살짝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