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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레거시 3.6R 시승기

작성자간지불리[정지호]|작성시간10.06.29|조회수801 목록 댓글 5



지난 겨울, AWD의 명성을 전파하려는 스바루의 움직임에 이어 부산모터쇼에서 공식적으로 상륙한다. 스바루는 국내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랠리에서 유명세 외에는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었다. 상대적으로 늦은 수입차 시장의 투입의 결과, 스바루 자동차의 국내 진출은 감히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북미 시장에서 검증된 세 모델을 필두로 경쟁구도에 뛰어들었다.

글    / 김장원 (카이슈 취재팀 기자)
사진 / 최재형 (카이슈 편집장)



스바루가 한국 시장을 위해 선택한 첫번째 주자는 레거시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이미 북미시장과 일본 내수시장에서 인정받는 스바루의 대표적인 스포츠 세단이다. 경쟁 모델을 비추자면, 도요타의 캠리, 닛산의 알티마, 혼다의 어코드 정도. 하지만 길이가 4,735mm, 너비가 1,820mm로 캠리, 알티마, 어코드보다 조금 작다. 경쟁 모델과 마찬가지로 엔진 트림은 2.5와 3.6으로 구분되고, 스바루의 공통적인 메커니즘인 수평대향 엔진과 상시 AWD 구동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바루가 고집하는 자동차 기술의 특징은 수평대향 엔진과 대칭형 AWD에 있다. 수평대향 엔진은 피스톤이 서로 마주 보고 있어 움직임에 발생되는 관성력이 서로 맞은 편의 피스톤에 의해 상쇄되어 뛰어난 밸런스와 부드러운 회전을 실현할 수 있다. 피스톤이 움직이는 모습이 권투를 하는 모습과도 비슷해 박서엔진이라 불리는 이 엔진 방식은 포르쉐 911에도 전통적으로 애용하는 방식이다.



또 한가지 스바루 자동차만의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은 대칭형 AWD이다. 대게 SUV나 CUV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AWD 시스템을 스바루는 전 차종에 적용함으로써 코너링 성능과 더불어 효과적인 트랙션 확보가 스바루만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스바루의 대칭형 AWD 기술은 스바루의 역사와 더불어 각종 랠리에서도 증명되었으며 차종을 불문하고 폭넓게 적용되는 덕분에 지금까지 그 명성을 확고히 굳히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레거시 3.6R은 지난 겨울 스바루 스노우 익스피리언스에서도 만나보았다. 그때는 눈으로 뒤덮인 슬로프에서 AWD 주행 성능이 관전 포인트였다면, 현재는 중형 세단 본연의 모습으로서의 실력을 평가해보기로 한다. 특히, 경쟁 모델과의 포지션 차이와 국산 경쟁 모델과의 경쟁력 비교가 중점이 되었다.



일단, 생김새부터 일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외모다. 사이즈가 크지만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역동적인 오버 펜더는 얌전한 세단임을 거부한다. 애프터마켓 제품처럼 두툼하고 탄탄한 사이드 스컷은 낮고 널찍한 자세를 드러낸다. 게다가 도드라진 숄더라인 아래로 내려오는 도어 패널은 레거시의 사이즈를 한껏 표현하는 좋은 예가 되었다.



C필러의 형상과 각도가 낯이 익은데, 얼핏 보면 인피니티 세단과 비슷하게 닮아있다. 프론트 펜더부터 시작되는 숄더라인은 테일 램프까지 연장되며 따라서 보통의 위치보다 높게 들어가있다. 테일 램프를 품은 뒷모습은 곳곳에서 드러내는 예리한 표면은 엣지있는 리어엔드로 마무리 되었다. 머플러 역시 스포티한 듀얼 머플러로 레거시의 뒷모습을 장식한다.



생김새가 꽤나 공격적이기 때문에 인테리어 디자인 부분에서도 스포티한 디자인 영향을 많이 받은 모습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레이아웃과 구성은 단순하고 큼지막하게 구분되어 마치 미국차에 올라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이런 모습은 북미시장을 노리는 일본 메이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내장재 소재로는 플라스틱과 우드 트림, 그리고 메탈 그레인으로 품질 자체로는 스탠다드 수준이다. 요즘 워낙 국산차의 파격적인 디자인 시도와 더불어 높아진 품질에 비하면 그 수준을 나란히 하고 있다.



드라이빙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춘 모습은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의 디자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레거시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사이즈가 작아서 손에 잡히는 감각이 훌륭하고, 패들 시프트의 존재와 조작 느낌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에 액세서리로 그치는 나쁜 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계기반은 화이트 백라이트에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를 중심으로 한 덕분에 집중력이 좋고 기어 노브 디자인은 마치 우주선의 그것처럼 과장된 모습이어서 더욱 스포티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스바루의 공통적인 멀티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가 위치한다. 바로 아래에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작동되는 엔터테인먼트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들어가 있는데, 한국형으로 최적화된 맵피 네비게이션 탑재와 빠른 반응과 뛰어난 멀티태스킹 능력은 만족감이 높다. 더욱이 핸들 리모컨과도 완벽히 연동되고, 블루투스의 지원은 활용도를 높이는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오디오 능력은 다소 모자라는 편이다.



아직은 보수적인 레거시는 키를 돌려 시동을 건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키를 돌려 스타트 모터를 돌리는 느낌이 더욱 원초적이고 스포티하다. 6기통 수평대향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을 시작하면서 이내 소리를 감춘다. 수평대향 엔진은 생소하지만, 일반적인 V6와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레거시 3.6 엔진의 최고출력은 260마력/6,000rpm이고, 최대토크는 34.2kg.m/4,400rpm을 발휘하며 변속기는 자동 5단 변속기가 들어간다.



일단, 배기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시내주행이건 고속주행이건 가리지 않고 여유가 넘친다. 최근 단수가 늘어난 변속기에 비하면 단조롭지만, 엔진 파워가 쉽게 발휘되므로 굳이 변속이 없어도 쉬운 가속력을 쏟아낸다. 회전수를 올려 액셀러레이터를 바닥까지 밀어붙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시원한 가속으로 쏜살같이 내달리는데, 200km/h 까지는 간단하게 제 힘으로 도달해버린다.



특히, 박서엔진에 적용된 기술인 ‘듀얼 액티브 밸브컨트롤 시스템(Dual AVCS)은 흡배기를 가변식으로 제어하고 따라서 중저속 영역에서부터 고속 영역까지 높은 토크와 출력을 실현시킨다. 또한, 계기반 왼편에 마련된 연비 게이지는 액셀러레이터의 양을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주행 습관과 연비 운전에 도움을 주는 재미난 장치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기어 노브를 수동모드에 옮겨놓고, 적극성을 주문하면 부드러운 회전임에도 출중한 토크감이 여유를 부린다. 변속 명령 없이도 약 6,300rpm에서 자동으로 변속되고, 무리한 다운 시프트를 실행하면 경고음을 울려버린다. 운전의 재미를 북돋우는 다운시프트는 활기차고 재빨라서 감속에서도 탁월한 조작감을 제공한다. 특히 rpm을 보정하는 능력만큼은 스포츠카처럼 경쾌하기만 하다.



코너에 대응하는 대칭형 AWD는 별다른 이질감 없이 도로를 움켜쥔다. 코너를 향해 머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맛은 언더스티어가 지배적이지만, 한번 고정되고 나면 끈덕지게 돌아나간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여유 있는 스트로크는 연속되는 차선변경에 한계를 드러내지만, 그보다 타이어에서 백기를 먼저 들기 때문에 마냥 레거시를 탓할 수 없다. 강인한 3.6 파워트레인에 비하면 하체 세팅은 많이 낙낙한 편이다.



‘세단 + AWD’ 라는 공식이 어색한 국내 시장에서 스바루의 개성 강한 메커니즘은 더욱 부각된다. 특히 레거시는 지극히 평범한 세단이지만, 박서엔진이 주는 파워와 풀타임 AWD의 주행 성능은 경쟁 모델과 비교를 거부한다. 이제 전륜 구동에 길들여진 국내 소비자에게 스바루의 독특한 장기를 보여줄 기회만 남았다.

스바루 레거시 3.6R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 4,735 x 1,820 x 1,505 mm
휠베이스: 2,750 mm
엔진: 3,630cc 수평대향형 6기통 DOHC
최고출력: 260PS / 6,000 rpm
최대토크: 34.2 kg.m / 4,400 rpm
변속기: 5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AWD
연비: 9.1 km/l
서스펜션(전/후): 맥퍼슨 스트럿 / 더블 위시본
가격: 4,190 만원 (레거시 2.5 : 3,690 만원)

 

▶ 스바루 레거시 3.6R 갤러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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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클럽아우디[황문규] | 작성시간 10.06.30 수평대향 엔진에 4륜 구동...최적의 조합인데요, 문제는 디자인과 내장 품질입니다. 이제 한국차들이 예전의 한국차가 아니기에 고전할 듯~
  • 작성자호세[김호성] | 작성시간 10.06.30 메커니즘으로는 좋은 거 알겠는데, 저 디자인 선뜻 이해가시나요..? 스바루는 일부러 저런 식으로 디자인 하는 건가요..? 참 고집 하나는 대댄한 회사인 것 같네요..
  • 답댓글 작성자노르웨이[박수한] | 작성시간 10.08.30 그러게요..디잔이 갈수록 퇴보하는듯한..ㅎ
  • 작성자부롱이[김태현] | 작성시간 10.07.05 가격이 맘에 드네요
  • 작성자람세스[이창운] | 작성시간 10.08.26 요즘 일본차들은 회사 불문하고 별 특징들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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