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수) 천막농성 50일차 로비농성 10일차 / 가끔은 루즈하게..?
불법파견에 대해서 노동부 강남지청 면담을 간다. 법적으로 불법파견 논란을 시작하면 무척이나 길고 지리한 싸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합원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
2시에는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주최의 집회를 한다. 어제 침탈 뒤 바로 하지 못한 대신 오늘 열린 것이다. 간부수련회 뒤 집회에 온 간부들. 집회 마치고 로비에 들러 농성장 구경도 하고 간다.
오후에는 간호부 여사원회의가 있는 날이다. 간호보조 사원들이 두 달에 한번씩 모여 일하며 어려운 점에 대해 의견도 제시하고 교육도 받고 그러는 회의. 건의가 받아들여진 적은 거의 없지만....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업무 조정에 대해서 중요한 얘기가 나온다는 소문이 돈다. 잠시 짬을 내서 서명판을 돌린다. 발언할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는 사원회 간부들. 같은 일을 하다 해고된 우리에게 이렇게 대하니 많이 서운하다. 자리를 뜨려는 사원들을 다시 자리에 앉히고 겨우 우리 투쟁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다. 뒷맛이 씁쓸하다.
저녁시간, 경찰이 찾아왔다. 항의방문 과정에서 생긴 폭력 문제로 치사한 병원 측은 연대 동지 한 명을 폭력으로 고소했다. 성명불상이라며 다짜고짜 임의동행을 요청한다. 벼르고 있다가 연대동지가 로비농성장에 오자 바로 경찰이 찾아온 것이다. 정당방위일 뿐인데 무슨? 병원이 이제 별 치사한 방법을 다 동원해서 우리를 괴롭힐 모양이다!
저녁에는 조합원토론을 한다. 어제 하루에 대해 평가도 하고. 어제 힘든 탓에 오늘은 종일 좀 느슨하게 보냈다. 오전 병동 순회 생략, 점심시간 선전전 간단히, 수요일이라 촛불문화제도 없고 토론 때문에 외부연대도 안 가고.... 종일 쉬기만 한 것 같다. 어제 워낙 힘든 하루를 보낸 탓도 있지만 너무 느슨하게 보낸 건 아닌가 싶다.
특히 홍차는 오후 집회 참가 대신 로비 농성장을 지킨 탓에 더 한 게 없다고 느껴진다. 내일 속보에는 뭘 담아야 하나 고민이다. 열심히 하루를 산만큼 다음날 계획도 잘 나오는 법인데 내일부터 다시 심기일전해야겠다.
11월 6일(목) 천막농성 51일차 로비농성 11일차 / 병원, 가처분 추가 자료 제출
최근 사원 숫자가 많이 줄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체 수는 늘었지만 일손은 모자란다. 왜? 식당 외주화로 식당에서 올라온 정규직이 우리 자리에 들어온 숫자는 꽤 되지만 정작 병동 사원이 그만 둔 자리에 다시 사람을 채우지 않은 곳이 많은 탓이다. 선전전을 하면서 인력확충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면 간호사들 공감한다.
오후에는 천막 보수공사를 한다. 청소도 하고. 우리는 로비에 들어와있고 동행 동지들이 천막에 있는데 이래저래 천막이 바람에 날리고 시간이 지난 탓에 엉망이라 말끔히 정리를 한다. 진작에 할 걸 그랬다!
저녁 촛불문화제에는 경희대의료원지부에서 5-6명이 오셨다. 보건서울에서 참가해주면 우리는 더 힘이 난다. 좀더 자주 많은 동지들이 와 줬으면 싶다. 진보신당 등 20여명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했다.
병원에서 가처분 추가자료를 제출했다. 우리가 써먹을 내용이 무지하게 많이 들어있다. 병원은 우리 심심하지 않게 참 열심히도 폭로할 거리를 공급해준다. 고마울 따음이다.
저녁 병동순회 마치고 평가회의를 한다. 오늘은 평가할 게 무척 많다. 주말 전국노동자대회 준비도 해야 하고, 속보에 정확한 현장소식을 싣자는 의견, 병동순회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 등등 의견이 많이 나온다. 가처분 추가자료를 활용해 내일 어디까지 폭로할까 머리를 짜본다.
로비에서 서명 받으며 생긴 즐거운 일들도 많고 병원에서 새로운 자극을 주어서 다시 활기를 되찾은 우리는 할 일도 많고 의견도 많고 의욕이 넘친다.
11월 7일(금) 천막농성 52일차 로비농성 12일차 / 병원 자료 덕 보는 재미, 쏠쏠~
모처럼 밤에 부지런히 작업한 덕에 오늘은 제 시간(6시 30분)에 투쟁속보가 나온다. 시간 지키기가 왜 이리 힘든지.... 속보가 제 시간에 나와야 아침을 기운차게 열 수 있다!
‘사원이 이동식 산소기 만지면 벌금이나 징역이다’ 이야기에 간호사들 모두 놀라며 어이없어 한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이 문제 해결 없이 불법 운운 하다니... 현장상황을 알기나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애초부터 자격증이 필요없는 간호보조업무에 사원을 뽑아놓고 마구잡이로 일을 시키고서는 이제 와서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을 들먹이다니! 병원이 인력확충 없이 불법을 조장하고 사주한 것이 아닌가?
그뿐인가? 사원들에게 휴게시간 하루 한 시간 보장해 준다는 거짓말까지 병원은 가처분신청 추가자료에 거짓말만 잔뜩 늘어놓아 현장을 다시 들썩이게 만들어준다! 현장정서는 자꾸만 우리 쪽으로 기울어진다. 다 병원 덕분이다!
오전 재능집회와 오후 도루코 집회에 참가한다. 도루코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란다. 문막에서 서울까지 와서 힘겹게 싸우는 동지들.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이 왜 이리도 많은지 오라는 데도 많고 갈 곳도 많고 투쟁하는 노동자들끼리 연대하기 위해 적은 숫자 쪼개서 여기저기 다니는 일도 만만치는 않다.
저녁 평가회의에서는 오늘의 기세를 몰아 내일은 또 어떻게 현장을 술렁이게 할까 의견이 쏟아져나온다. 몇 장 안 되는 가처분신청 추가자료가 우리에게 폭로할 거리를 참 많이도 준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넣으면 별 볼일 없었을텐데 우리 간호보조 사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으니 우리가 할 얘기가 많을 수밖에!
폭로거리가 많은 것과 함께 내일이 노동자대회 전야제라 괜히 들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