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만석동은 정말 지나칠 정도로 천진하였다.
무림에 한 문파를 세운다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그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데 마치 지금 그 일을 토론하는 것처럼 진지하니 어찌 다른 사람에게 괴이하지 않겠는가?“
신개가 웃으며 노인에게 대답했다.
“노선배님, 어르신이 호노제의 조수가 되는 것에 불평하지 않겠습니까?”
불로광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죽는다고 했다. 소화자, 넌 정말 헛살았구나! 그러한 도리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니 그야말로 신통치 못하기로는 짝이 없다!”
신개는 불운을 만났지만 전과 다름없이 단념하지 않았다.
“차라리, 이 거지가 어르신께 다른 파의 직위 하나를 주겠습니다! ”
그의 말투는 불로광수보다 더욱 거창하지 않는가?
호불귀는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미호신개(迷糊神丐)는 마땅히 미호광개(迷糊狂丐)로 바꾸어야겠군!’
불로광수는 그런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자 도리어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좋다! 소화자, 노부가 네 생각 좀 들어보자.”
신개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이 장문인이 되면, 이 소형제는 당연히 어르신의 조수가 되니, 이 거지로 말하자면 태평성대의 회계사가 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불로광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회계사가 된다고? 우리가 어째서 회계사가 필요하냐?”
신개가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개파지일(开派之日)에, 사람들이 적지 않은 예물을 가져와서 어르신에게 공경을 표하게 될 터인데, 믿을만한 회계선생이 없다면 엉망이 되지 않겠습니까?”
불로광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된다. 너 소화자가 회계선생이 되면, 너무 큰 인재가 썩는 것이 아니겠느냐? 노부는 네게 비교적 중요한 지위를 주고 싶다.”
신개도 머리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안됩니다. 소화자는 반드시 회계 선생이 되어야 합니다.”
불로광수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소낙(小骆), 소화자야! 회계선생은 무슨 좋은 점이 없다. 다른 사람의 눈치도 봐야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네 녀석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허리를 굽히고 읍을 해야 한다. 억울한 일을 당할수도 있다. 소화자, 이런 일은 급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말하는 그의 모습은 기괴하였다. 말을 듣는 신개의 모습도 별차이 없었다.
입을 실룩거리고, 고개를 가로젓기도 하고, 또한 그 작은 키를 비비 꼬기도 하며, 생떼를 쓰듯이 말했다.
“안됩니다. 안되요! 난 반드시 회계 선생이 되어야 합니다!”
호불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어렸을 때, 아이들이 응석을 부리자 어른들이 어찌할수없다는 듯이 쓴웃음을 짓는 표정을 본 것이 돌연 생각났다. 그야말로 이 두 사람의 나이를 합하면 이백 살이 넘는 노인인데 완전히 똑같았다.
그는 끊임없이 ‘크크크!’ 속으로 웃었다.
불로광수는 이때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 같은지 웃으며 말했다.
“소화자, 회계 선생은 도대체 무슨 좋은 점이 있기에 되려고 하느냐? 너 정말……”
하지만 신개가 말했다.
“회계선생이 되면 당연히 좋은 점이 있습니다.”
불로광수가 웃으며 말했다.
“무슨 좋은 점? 말해 보거라! 정말 있다면 노부가 동의하마!”
신개가 홀연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이 거지 일생동안 봤던 진짜 진주나 보석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거지가 회계 선생이 되면, 많은 구슬, 고리 형태의 보석, 또 무슨 이름있는 귀한 것들을 많이 견식하고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 한 두 개를 습득하는 것도 괜찮고, 습득한 것은 폐물이 되어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호불귀는 더 이상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어서 주저앉아 웃어야만 했다.
불로광수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하하하 웃는 소리가 사방을 진동하며 오랫동안 끊어지지 않았다.
다만 신개는 웃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웃습니까? 내 말은 솔직한 말입니다!”
그렇다. 그의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 있는 수많은 일들이 바로 이와같이 괴이하다, 사실대로 말할수록 사람들은 뱃가죽이 아프도록 웃을 뿐이었다.
또한 사실대로 말할수록 장엄(庄严)과 신성(神圣)을 나타낼 수도 있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호불귀는 간신히 웃음을 참고 말했다.
“낙형님, 주보(珠宝)를 견식하고 싶다면 반드시 회계 선생이 되어야하는 것이아니오. 수시로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청할 수도 있소이다!”
신개가 머리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닐세! 나 거지가 만약 순진파에서 지위가 당신들 두 사람보다 아래에만 있다면, 이처럼 식견이 부족한 것 때문에 수하 사람을 찾아 어찌 가르침을 청할 수 있겠는가? 그건 창피한 일일세.”
신개는 다시 얼굴이 붉어진 채 웃으며 계속 말했다.
“다른 사람이 나 거지를 하찮게 깔보면 노제와 만어르신의 체면을 깎게 되네. 그렇게 되면 나 거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 아니겠는가?”
(당신은 그가 아무 근거 없이 이런 말을 한다고 할 수 있는가?)
호불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불로광수가 홀연 욕을 하였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쓸데없는 소리! 소화자, 아마 넌 사심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신개가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어르신께서는 이 거지가 사심이 있는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의 말은 이미 입밖으로 나왔고 그제서야 잘못 말한 것을 알아차렸다.
자기가 사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어찌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돌연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불로광수가 비웃으며 욕을 해댔다.
“어떠냐?, 인정한 것이지?”
신개는 아무 말도 꺼낼수 없었다.
불로광수가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좋아! 넌 평생동안 회계선생을 맡을 생각을 하지 말거라! 심보가 좋지 않다. 아직 방을 세우지도 않았는데, 소화자 넌 노부의 흑(黑)을 먹고 싶어하다니 그럼 되겠느냐?”
말하면서 연신 불로광수도 입을 삐쭉거렸다.
“안되지! 노부가 이 순진파의 해산을 선포한다!”
호불귀는 그 말을 듣자 또 다시 웃음이 터져 나오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것 잘됐군! 빨리 방이 세워지나 했더니 해산은 더욱 빠르군! 아주 잘됐어!’
신개는 입을 삐죽거리며 호불귀에게 말했다.
“해산하면 해산하는 것이지. 이 거지가 다시 가난해진다 한들, 더 이상 무슨 참혹한 상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네. 하물며, 우리 보따리 속에 몇 천냥 금표가 있지 않는가?”
그는 자기 보따리 속에 있는 금표를 생각했던 것이다.
불로광수가 갑자가 냉소하며 말했다.
“노부도, 별것은 아니지만 역시 가지고 있다!”
말하면서 만마지마 대력신검 거불사와의 두 번째 도박 승부를 위해 준비해 둔 엽전 열개를 꺼내더니 호불귀에 웃으면서 말했다.
“녀석아, 봐라! 이 엽전은 그 종이 돈에 비해 훨씬 많다.”
호불귀는 이 두 늙은이들에게 그야말로 대답할 방법이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쓴 웃음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개도 이때 그 남아있는 오천 냥 금표를 꺼내 허공에 대고 몇 번 흔들고 나서 머리를 숙여 금표에 입을 맞추고는 다시 품속에 집어 넣었다.
애석하게도 그의 이런 행동에 대해 불로광수는 본래부터 본체도 하지 않았다.
이 백발완동의 눈길은 자신의 엽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후에, 불로광수가 갑자기 장탄식을 하더니 말했다.
“엽전아! 엽전아! 네가 만약 또 거불사 그 영악한 놈을 이길수 없다면, 노부는 너를 산채로 와작와작 씹어 먹을 것이다!”
호불귀는 한바탕 웃고나서 말했다.
“만노, 어르신은 이번에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정말이냐?”
불로광수가 아주 기뻐하며 말했다.
“녀석아, 네 말대로 되길 바랄 뿐이다. 가자!”
말하면서 몸을 날리자 흑영을 펄럭이며 이미 십장이나 달려가고 있었다.
호불귀가 미호신개에게 손짓하자, 두 사람 모두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불로광수뒤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불로광수의 경신법은 실로 깜짝 놀랄 정도로 빨랐다.
호불귀와 미호신개는 전력을 다해 달렸지만 전과 다름없이 수십 장 뒤에 떨어진 채 달렸고 시종 그 백발 노인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더구나 미호신개는 불로광수로부터 수십 장이나 뒤처졌을 뿐 아니라 호불귀보다 십 여장이나 뒤떨어져 있었다.
신마곡 입구에 당도해서야 이들은 그 노인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아니! 그들이 불로광수를 따라잡은 것이 아니라. 만석동 노인은 이미 먼저 당도하여 앉아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왔다!”
호불귀는 머리를 들고 백설로 뒤덮인 기련산 천주봉(天柱峰)을 바라 보았다. 다시 오른편에 있는 은우봉(银羽峰)을 보고 나서야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후배가 앞에서 길을 열겠습니다!”
호불귀는 빙긋 웃으면서 발을 떼어 두 산 사이에 끼어있는 골짜기 입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불로광수가 홀연 손으로 가로막으며 말했다.
“서두르지 말고 잠시 휴식을 취하자!”
호불귀가 웃으며 말했다.
“후배 피곤하지 않습니다.”
불로광수가 말했다.
“너는 피곤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은 피곤할 수도 있다.”
호불귀는 그 말을 듣자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어 미호신개를 돌아보았다.
알고 보니 그는 온몸에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담담히 웃으며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후배, 명을 따르겠습니다!”
불로광수는 이때 입구에 있는 작은 바위 위에 앉아서 그 비좁은 입구의 산길을 보고 있다가 홀연 웃으며 말했다.
“이십 년이란 세월이 정말 빠르구나!”
말을 잠시 멈춘 그는 다시 탄식하며 말했다.
“노부가 아니면 또 누가 견딜 수 있겠느냐?”
호불귀는 눈을 감고 운기조식을 하고 있고, 미호신개는 누워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불로광수의 말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략 밥 한끼 먹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갔다. 불로광수가 홀연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이놈들아, 그만 됐다. 이제 가야 한다!”
호불귀, 미호신개가 동시에 두 눈을 떴다.
갑자기, 호불귀의 눈에서 한 줄기 웃음기가 나타났다.
“어르신……”
원래 눈앞에 있는 불로광수가 다시 그 모양이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더 키가 작아졌고 더욱 뚱뚱하게 변해 있었다.
“노부 과거 거불사를 만났을 때 바로 이런 상판이었다. 그러므로 오늘 또 이 상판대기로 그를 만나야 한다. 녀석아, 기괴하냐?”
호불귀가 웃으며 말했다.
“기괴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르신이 지닌 탈천신공은 정말 대단한 변화를 지니고 있어서 후배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매우 신기합니다.”
불로광수가 괴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노부의 이 탈천신공은 천지조화(天地造化)의 능력을 빼앗을 정도이니 당연히 매우 신기하다. 녀석아, 내게 배우고 싶으냐?”
호불귀가 웃으며 말했다.
“후배는 우둔함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어르신께서 신경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불로광수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너, 너 이놈! 배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냐?”
“어르신의 호의는 제가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불로광수는 호불귀가 거절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말했다.
“너, 너무 오만하구나!”
호불귀가 웃으며 말했다.
“후배 결코 광오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질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지나친 욕심을 내지 못할 뿐입니다.”
불로광수가 흐흐 괴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정말 배우고 싶지 않느냐?”
호불귀가 말했다.
“배우고 싶지 않습니다.”
불로광수가 홀연 눈을 돌려 웃으며 말했다.
“네 녀석은, 틀림없이 축골신공을 배웠을 것이다.”
호불귀가 웃으며 말했다.
“배운적이 있습니다.”
불로광수가 말했다.
“넌 몇 성의 화후를 지니고 있다고 자신하느냐?”
호불귀는 비록 불로광수가 왜 이 일에 대해 묻는지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그는 여전히 전과 다름없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후배가 전력을 다해 펼치면 삼척 정도까지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불로광수가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괜찮구나! ‘장기(壮气)’와 통비신공(通臂神功)을 동시에 사용하여, 네 키를 크게 할 수 있느냐?”
호불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후배가 견줄 수 없는 능력입니다.”
불로광수가 신비한 미소를 짓더니, 더 이상 묻지 않고 말했다.
“가자! 우리가 먼저 거불사를 이기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 × ×
왕사성(枉死城)의 기세는 정말 작지 않았다.
골짜기로 반리 쯤 들어가자 오리 밖에 새까만 성벽을 볼 수 있었다.
호불귀가 속으로 헤아려 보니 이 성은 적어도 이십만 평 이상은 되어 보였다.
기련산 산중에 이처럼 거대한 골짜기가 있다는 것은 정말 생각 밖이었다.
성 쪽으로 들어가면서 호불귀는 더욱 속으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성 성벽의 높이가 사장은 족히 넘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거기에는 인공적으로 파낸 해자(垓字)가 있어서 만약 누군가 그 해자를 건너 성벽을 오르려면 적어도 칠장 높이를 뛰어넘을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이 왕사성이 무림 인물에게 절지(绝地)로 여겨지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성에 들어가고 싶어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들은 성문의 적교(吊桥) 밖에 서 있었다.
※적교(吊桥):들어 올렸다 내렸다 할수 있는 다리. 이때는 ‘조’로 읽지 않고 적으로 읽음.
호불귀는 성문 위쪽에 장생성(长生城) 이란 세글자가 전자(篆字)로 크게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약간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만노, 여긴 왕사성 아닙니까? 어찌하여 성문 통로 위쪽에는 장생성 세글자가 새겨져 있습니까?”
불로광수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여긴 본래 장생성이다! 왕사성이란 세글자는 무림의 친구들이 퍼뜨린 헛소문의 걸작이다.”
호불귀는 뭔가 살짝 깨달아지는 것이 있어 웃으며 말했다.
“원래 또 잘못된 소문이었군요!”
그는 ‘유거무귀도’라는 이름의 유래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문득 왕사성과 장생성의 관계를 생각했다.
미호신개의 반응은 괴이하다 할 수 있었다.
“소형제, 나 거지가 또 흐리멍덩해졌네. 이거 어찌 된 일인가?”
호불귀가 웃으며 말했다.
“아마 이 성에 들어 온 사람은 살아서 돌아간 경우가 심히 적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개은 그 말을 들자 더욱 멍청해져 버렸다.
“그 이유 역시 이 성 이름을 장생성에서 왕사성으로 바꾸게 할 수 없을 것이네.”
불로광수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왜 바꿀수 없다는 것이냐? 이 멍청한 거지야, 좀 생각해 봐라. 누군가 만약 성에 뛰어 들었다가 어려움에 빠져 억울하게 죽었다면, 그게 왕사성이 아니고 무엇이냐?”
신개는 불로광수의 욕을 얻어 먹고서야 겨우 깨달았다.
“원래 그처럼 단순한 이유였단 말입니까?”
맞다! 바로 그처럼 간단하였다!
불로광수가 말하지 아니했다면 신개는 아마 평생동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호불귀는 속으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불로광수는 기분이 언잖은듯이 농담하듯이 욕을 퍼부었다.
“본래 그처럼 단순하단다. 애석하게도 너 거지놈의 대갈통은 이처럼 더욱 단순하니까 그 가운데 이치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신개는 봉두난발 머리를 좌우로 저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어르신, 이번에는 욕을 잘하셨습니다. 이 거지의 머리통은 둔해서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말하는 사이에 성안에서 홀연 한 차례 “자오포(子午炮:환영 폭죽)!”가 들려왔다. 이어서 또 두 번 들려왔다.
산골짜기에서 이 자오포 소리는 특별히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그 때문에 신개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 펄쩍 뛰며 말했다.
“이게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불로광수가 의기양양하여 말했다.
“이것은 곧 노부를 환영하는 예포(礼炮)니라! 잘 봐라. 거불사가 곧 나올 것이다……”
말을 잠시 멈춘, 노인은 또 하늘을 쳐다보며 한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거불사, 거불사야. 네 녀석은 이번에 노부를 가둘수 없을 것이다.”
호불귀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이 이길 것입니다.”
불로광수가 웃으며 말했다.
“녀석아, 노부는 정말 패할 수 없다!”
바로 이때,
그 두껍기가 한 척 반이나 되는 철문이 “끼익……” 소리를 내면서 열리기 시작했다.
모두 나이가 팔십 이상은 되어 보이는 세 늙이가 문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두 손으로 포권하며 웃으면서 말했다.
“만노, 아주 오래간만 입니다.”
불로광수가 아무 답례도 하지 않고 괴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맹랑한 녀석아, 네가 노부의 엽전을 이겨서 노부를 이십년 동안이나 가두었었지. 오늘 다시 만나자마자 노부의 흠을 들추어내니, 더 이상 참을수가 없다.”
말하면서 적교위로 성큼 오르더니 앞으로 나아갔다.
호불귀, 신개도 그 뒤를 바짝 붙어 따라갔다.
동시에, 호불귀는 그 포권하며 말한 노인을 한 번 훑어 보았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이 바로 ‘만마지마’(万魔之魔)대력신검(大力神剑) 이라 부르는 왕사성(枉死城) 성주 거불사(居不邪)였다.
그는 그의 아들 마검광사(魔剑狂狮)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빼빼마르고 키가 작은 노인이었으며, 키는 미호신개보다 반척 정도 작았으며, 얼굴은 수척하였고 대머리인데다, 세 치 길이 정도 되는 한 웅큼 하얀 수염이 그의 메기같은 입을 모두 가리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자색 도포였고 가슴앞에 날개를 펼친 금붕(金鹏)이 수놓아져 있었다.
아마 그 날개를 펼친 금붕이 몇 푼 위풍당당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이곳에서 이 빼빼마른 노인이 바로 만마지마 라는 것을 알아 볼수 없을 것이다.
이때 그들은 이미 만마지마 대력심검 거불사 앞에 당도했다.
거불사가 포권하며 엄숙하게 손님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서 눈길을 호불귀에게로 돌리며 몇 번이나 훑어 봤다.
얼굴 표정은 비록 놀라고 의아한 기색이 약간 있었지만 묻지는 아니했다.
불로광수가 머리를 쳐들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호불귀, 미호신개도 머리를 들고 가슴을 편 채 성안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왔다! 정말 훌륭한 성읍이었다!
성안으로 들어서자, 미호신개는 길 양쪽에 뜻밖에 각양약색의 장사꾼들이 물건을 사고 팔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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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뜻밖의 상황에 참을수 없는지 큰소리를 질렀다.
호불귀도 속으로 역시 놀라고 있었다.
그는 이 왕사성이 뜻밖에 명실상부한 성읍일 줄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저들이 사고파는 장사꾼과 또 상점으로 물건을 사러 오는 고객들일지라도 무림의 마도 인물이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왕래가 빈번하고 번화한 성읍 분위기를 봐서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 성안 사람들 모두가 살인을 하고도 눈하나 깜짝 않는 마두들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거불사가 사실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수 있었다.
그들은 세 개의 큰 거리를 지나서야 비로소 거불사의 거소에 당도했다.
그의 거소는 또한 호불귀를 놀라게 하였다.
먼저, 그는 이 만마지마 대력신검의 성주 거소는 틀림없이 모든 성중에서 가장 사치스럽고 호사스러운 집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상상 중에는 비록 황궁만은 못할지라도, 고관들이나, 나라의 지방 장관에 비해서 그 기백과 위엄이 있고, 화려하고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불사가 “들어갑시다!”라고 말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호불귀는 그제서야 이 사람은 성주로서의 존중받을 점을 모두 갖춘 마두 거불사이며, 그 자신도 이 성안에서는 일개 상인의 신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불사미점(不邪米店)!”
그는 쌀을 팔고 있었다. 정말 아주 뜻밖이었다.
신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아마 창피해서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가 방금 한 차례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에 있는 상점을 지났을 때, 호불귀는 이 쌀 가게는 장사가 잘된다는 것을 알았다. 쌀을 되서 사거나 파는 점원만 해도 십여 명이 넘었다.
또한 그들은 각자 “쌀 삽니다! 쌀 팝니다!”를 외치는데 그 음성이 높았다 낮았다 멈추었다 바뀌었다 를 반복했다.
그 외치는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가운데 울려퍼졌다.
“하나요……둘이요……셋이요……일년내내 복 받으십시요!”
백미 한 말 한 말을 번쩍 들어 위에서 자루 속으로 쏟아부으면서 그들은 아주 유쾌한 표정이었다. 그런 모습을 본 호불귀는 끊임없이 큰 감탄을 하였다.
이런 곳이 어찌하여 흉살(凶杀)의 성이란 말인가?
거불사가 어찌하여 마중지마(魔中之魔)란 말인가?
깊이 생각하며 묻는 가운데 이미 뒤로 들어가서 객청에 당도하였다.
거불사는 아주 겸허하게 그들을 앉게 하였다.
불로광수는 오만하게 제일 상석에 가서 앉았다.
그곳은 팔선탁(八仙桌)이었는데 탁자위에는 이미 산진해미(山珍海味)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
※팔선탁(八仙桌) 네모난 큰 탁자로 한쪽에 2명씩 앉으며 모두 여덟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
거불사는 확실히 주도면밀하였다.
사실 그들이 휴령장을 떠났을 때부터 거불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
호불귀는 불로광수 옆에 앉았고, 미호신개는 호불귀 아래쪽에 있었다.
손님과 주인이 자리에 앉자 거불사가 다시 포권하며 웃으면서 말했다.
“만노, 술과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나서 다시 이십 년의 내기를 하십시다.”
불로광수는 작은 누각에서 이십 년이나 갇혀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 맑은 물이나 달지 않는 과일만으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기이한 향를 풍기는 요리 냄새를 맡자,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크게 움직였다. 그는 하하 웃으며, 주인이 청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젓가락을 집어 들며 말했다.
“좋아, 배부르게 먹고나서 다시 네 녀석에게 이겨야겠다.”
‘먹자’ 라고 말하자마다 먹기 시작했는데 그 먹는 모습도 십분 보기 민망했다.
호불귀는 이때 다른 두 노인의 용모를 똑똑하게 보았다.
한 명은 비단에 수놓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은 둥글었고, 온화한 얼굴에 돈많은 부자 상인 같았으며, 다른 한 명은 버드나무 가지처럼 긴 수염이 가슴에 드리워져 있고 얼굴을 아주 잘생긴 노서생이었다.
그는 이 두 사람이 누군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신개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 묻기도 전에 신개는 이미 채소 더미속에 그의 머리통을 숨파묻고 먹고 있었다.
× × ×
불로광수는 술을 몇 잔을 마셨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그는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는지 수중의 금잔을 내려놓고 젓가락으로 호불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불사 녀석아, 노부가 네게 두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탓하지 말거라!”
거불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만노의 친구는 곧 나 거모의 친구와 같으니 거모 극히 영광스럽습니다. 어르신께서 어찌 탓하지 말라고 하십니까?”
불로광수가 대소하며 말했다.
“맞다! 네 녀석의 바로 그런 성격이 내 취향에 맞는구나!”
말을 멈추더니 홀연 닭다리를 하나 물어 뜯으며 말했다.
“녀석아, 또한 너의 그런 성격에 오늘날까지 노부가 속았느니라!”
거불사는 전과 다름없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노께서 어찌하여 남에게 속으신단 말입니까? 그날 불사가 엽전을 떨어뜨릴때에 행운으로 이길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완전히 일시적 운 때문입니다.”
칭찬을 잘하는구나! 또한 추켜세우기도 잘하네!
누구라도 속아 넘어가는데 하물며 천진하고 거짓없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진 백발완동이야?
“흥! 네 녀석이 진실을 말할 수도 있구나!”
불로광수는 아주 우쭐대며 웃었다.
그는 정말 거불사가 진실을 말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호불귀가 만약 홍소육(红烧肉) 한 덩어리로 자신의 입을 막지 아니했더라면, 어젯 밤에 먹은 음식의 팔 성은 웃느라고 다 내뿜었을 것이다.
천하에 이처럼 기괴한 사람이 있을까?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다!
거불사는 이때 이미 대답하고 있었다.
“만노, 오늘 운이 어떠십니까?”
또 말이 입에까지 올라왔다.
“아주 좋아! 네 녀석은 틀림없이 패할 것이다!”
불로광수가 웃으면서 호불귀를 보더니 또 말했다.
“녀석아, 노부 운이 좋은지 어떤지를 말해보겠느냐?”
호불귀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좋습니다. 어르신은 대운이 눈앞에 닥쳐왔습니다.”
“하……하……대운이 바로 코앞에 왔단 말이지……?”
불로광수가 입이 찢어져라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거불사, 넌 재신(财神)에게 빌어야 겠구나!”
거불사가 웃으며 말했다.
“후배 어젯밤에 밤새도록 향을 태우며 빌었습니다!”
그의 대답에 온 탁자에 둘러앉아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호불귀는 겉으로 웃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정말 깜짝 놀랄 뿐이었다.
그는 거불사가 이해(利害)처에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로 불로광수의 마음을 감동시켜, 만석동으로 하여금 그 자신을 잊게 한 후 부지불식간에 만석동을 그의 계략속으로 빠지게 한다는 것을 알고는, 속으로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탄식했다.
거불사의 깊은 심계는 두려울 정도였다.
불로광수가 한바탕 대소를 터뜨린 후에 홀연 말했다.
“거불사, 너는 노부의 이 두 친구가 누군지 아느냐?”
거불사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후배는 알고 있습니다.”
불로광수가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알고 있다고? 너희들이 만난적이 있느냐? 그래서 아느냐?”
거불사가 고개를 저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후배는 두 분 친구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명성은 나무 그림자와 같으니, 기왕 어르신과 함께 다니니 자연히 천하에 아주 명성있는 인물일 것입니다.!”
또 말 방귀같은 아주 아첨하는 말이로다!
불로광수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네 녀석은 정말 똑똑하군, 똑똑해!”
거불사가 또 웃으며 말했다.
“만노, 그런데 이 젊은 친구는 최근 무림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전하며, 사람마다 신성(神圣)처럼 앙모하는 낭자괴협 호불귀가 아닙니까?”
노인은 대소하며 말했다.
“맞다, 맞아! ”
그런데 그가 홀연 어리둥절하며 호불귀에게 말했다.
“네가 낭자괴협이냐?”
호불귀는 거불사가 놀랍게 자신의 성명을 말하였을 때 실로 깜짝 놀랐다.
그는 이 거불사가 그야말로 귀신보다 더 약아빠진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호불귀는 검미를 찌푸리며 잠시 멍청해졌다.
12장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