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대답
이삭빛
길이 끊겨 막막한 날에는
길 아래 먼저 누워 있는 흙을 보라
발길에 밟히고 짓이겨진 상처마다
봄이 오면 눈부신 풀꽃을 밀어 올리지 않느냐
[시평] 어둠 속에서 별이 빛나듯, 상처 속에서 꽃이 피어난다
ㅡ 이삭빛의 <별의 대답>
시평 윤정 문학평론가
1. 칠흑 같은 어둠, 별이 태어나는 자리
"길이 끊겨 막막한 날에는 / 길 아래 먼저 누워 있는 흙을 보라"
인생을 살다 보면 사방이 꽉 막힌 암흑 같은 순간을 마주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발이 묶인 그 ‘막막한 날’, 시인은 시선의 혁명을 제안한다. 아득한 허공을 헤매던 시선을 가장 낮고 어두운 땅바닥, 즉 ‘길 아래의 흙’으로 떨어뜨린다.
이것은 밤하늘의 역설과 닮았다. 하늘이 캄캄해진 후에야 비로소 숨어 있던 별들을 발견한다. 마찬가지로 삶의 길이 끊기고 사방에 어둠이 내린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딛고 선 대지의 소중함과 내면의 단단한 존재를 대면할 수 있는 ‘별의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2. 짓밟힌 상처,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의 연금술
"발길에 밟히고 짓이겨진 상처마다 / 봄이 오면 눈부신 풀꽃을 밀어 올리지 않느냐"
별은 스스로 몸을 태워 어둠을 가르는 빛을 낸다. 시 속에서 ‘흙’이 겪는 고통 역시 이와 같다. 무수한 발길에 ‘밟히고 짓이겨진 상처’는 흙에게 가해진 지독한 시련이자 어둠이다. 하지만 흙은 그 아픔을 원망이나 절망으로 삭이지 않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숭고한 통로로 삼는다.
상처의 자리를 뚫고 나오는 ‘눈부신 풀꽃’은, 캄캄한 우주 한복판에서 차가운 어둠을 찢고 번뜩이는 별빛과 완벽하게 겹쳐진다. 고통에 주저앉지 않고 마침내 스스로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시인이 말하는 상처의 연금술이자 별의 대답이다.
3. 끝내 춤추는 별을 향한 단단한 약속
방황하고 두려운 마음이 계속 나아가 결국 밤하늘에 ‘춤추는 별’을 새겨 넣는 과정은, 이 시가 노래하는 ‘봄’의 순리와 맥을 같이 한다. 시인은 인간의 아픔이 결코 무의미한 소멸이 아님을 고요히 증명한다.
"~밀어 올리지 않느냐"라는 확신에 찬 어조는 독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준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이 더 찬란하게 빛나듯, 지금 겪고 있는 방황과 상처가 깊을수록 다가올 영혼의 봄날에 피어날 풀꽃은 더욱 눈부시다. 시인은 이 시구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다정하고도 위대한 축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림 디자이너 이삭빛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