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 김명림의 시작품을 눈앞에 두고 되풀이로 마주한다. 그런데 왜 컴퓨터를 앞에 놓고서도, 자판의 모음과 자음을 마주하면서도 선뜻 두드리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자판을 침묵으로 들여다보기를 거듭하다가 문득 ‘욕망欲求’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시 앞에서 ‘욕구欲求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매몰된다. 도저히 답을 내릴 수가 없을 듯한 자문에 그만 일순 모든 생각을 멈춘다. 욕구 앞에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듯하다. 내게 던져 놓고서는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 들고 만다. 〈중략〉
시가, 한 편의 시가 마음의 구체화된 표현으로 탄생되는 것이라 한다면, 그것은 마음의 한 현상現象이요 상태狀態가 이루 어짐에 따라 새로움에 고착됨으로써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정황情況에 강제적 동일화되는 결과물이라 하겠다. 따라서 한 편의 시는 시인에 의하여 정착된 새롭고 낯선 정황에 함께 동일 화되는 가운데 완성되어진다고 하겠다. 즉 어떤 사물이 처해 있는 조건이나 상태가 진행되어 가는 동안 밖으로 발현되는 작용에 따라 이루어지는 모양새, 즉 존재의 본질이 파악되는 과정에서 시는 탄생되어지는 것이라 하겠다.
- 구재기(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해설 中
<작가의 말>
누군가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내민 온기가 상대의 등 뒤에 등불처럼
머물길 바랐던 날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시선이 있고,
어둠 속에서도 나를 정확히 찾아내는 마음이 있습니다.
발치에 머물던 노을이 사라져도
우리를 무사히 집으로 인도하는 것은
결국 그 찰나의 눈 맞춤이 남긴 온기겠지요.
어둠이 내려앉아도 발밑이 환했던 것은,
누군가 내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주던
온기 때문이었음을 이제야 압니다.
당신의 다정한 시선 끝에서
무사히 집을 찾았던 마음이 여기 모였습니다.
이 시집이 당신의 돌아가는 길에
작은 등불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자 약력>
강원도 양구 출생
2011년 《열린시학》 등단
시집 『어머니의 실타래』
『내일의 안녕을 오늘에 묻다』
『 손톱 끝에 달이 걸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