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팬더, 바나나 이중 두개를 묶으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단순한 물음이지만 이 차이 이면에는 재미있는 세계관의 차이가 숨겨져 있고 이는 특히 동양과 서양의 독특한 세계관의 차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문화인류학과 인지심리학을 넘나드는 재미있는 수다가 2011년 2월 6일 오후 2시 숭실대학교 정보과학관 509호에서 펼쳐집니다.
<동과 서>는 이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동서양 사고방식의 차이와 그 생각의 원리에까지 매우 심도 있게 파고드는 문화 철학 다큐멘터리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 영국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거리 실험과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우리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깊이 있는 내용을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앞선 질문에 대한 결과는 아주 흥미롭다. 한국, 중국,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아시아 사람들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었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기 때문. 그러나 놀랍게도 미국, 영국에 사는 서양인들은 같은 동물이라는 이유로 ‘원숭이와 팬더’를 선택했다. 동양인들은 ‘개체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두고 생각한 반면, 서양인은 ’개체의 속성‘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방식으로 대답한 것이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1부 명사로 세상을 보는 서양인, 동사로 세상을 보는 동양인
동양인들은 우리가 사는 이 우주가 독립된 사물들로 분리되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결체라고 믿었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2500년 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조수간만의 원리를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반면, 서양인들은 18세기 후반까지도 달과 지구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따라서 동양인들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도 울었다는 것을, 그 주변환경의 수많은 상호작용에 의해서 국화 한송이가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다.
반면에 서양인은 사물을 볼 때 그것이 다른 대상들과는 분리된 하나의 독립체라고 여긴다. 이런 서양인들의 분리, 분석적 사고는 서양의 과학을 발달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서양 문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하나의 작품을 부분적으로 나누어 형식의 미를 찾아낸 ‘황금비례’의 개념이나 사물 하나하나를 독립적으로 지칭하기 위한 가산명사가 발달한 것도 서양인들이 분석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2부 서양인은 보려하고 동양인은 되려 한다.
서양인들에 있어서 본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작용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인간이 주체가 되어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능력이 곧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은총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경향은 서양화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원근법, 즉 투시법에 잘 나타나는데, 투시법을 위해서는 관찰자와 대상이 분리된 상태여야 하고 관찰자가 중심이 되어 일인칭 시점으로 대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러한 서양인들의 일인칭 관찰자적 시점은 그들 사고 방식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육체의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을 강조한다. 투시법처럼 자신의 입장에서대상을 보려 하기 보다는 스스로가 하나의 구슬이 된 것처럼 대상을 자기 안에 비춰 담으려 한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기본적으로 이인칭 시점을 가지고 사고하게 된다. 타인의 시점에서 생각하는데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통 스테이크를 알아서 잘라 먹도록 그대로 내주지만 동양에서는 그저 젓가락으로 집어 먹기만 하면 되게끔 잘게 썰어 요리해준다. 또 서양 아이들은 자기 중심적이고 독립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받는 반면 동양인들은 남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원만한 성격과 겸손한 행동을 교육받는다.
이러한 차이점은 동서양의 진리 탐구 방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서양은 여러 관찰자들의 토론과 논쟁을 통해 진실을 찾아 나가는 반면 동양에서는 구슬을 닦듯 마음을 맑게 닦아 온 우주가 구슬에 비춰지는 순간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원래 이날 하기로 했던 인지과학 독서모임 시즌8 첫 모임이 몇가지 사정으로 연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