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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잠실 떠나 홍대로 간 청년들

작성자양평대교|작성시간26.06.19|조회수70 목록 댓글 0

“참정권 침해 규탄한다”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학생들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건국대, 고려대, 서울대, 전남대 등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각 대학 캠퍼스에서 시국 선언을 했다. 

 

잠실 참정권 집회를 둘러싼 반응들을 보며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모이자, 온라인에선 “젊은 층은 없을 것”이란 조롱부터 나왔다. 그러다 2030 세대가 적지 않은 걸 확인하곤 “2찍에 선동된 젊은 층”으로 몰아갔다. 집회 참가자들이 자발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유모차를 밀고 나온 부부, 친구와 함께 피켓을 든 대학생 등 청년들이 실명 인터뷰에 나서며 “나이 든 음모론자들과 우릴 엮지 말라”고 호소했다. 집회의 정당성이 어쩌다 참가자의 나이로 판단받게 된 것일까.

 

장소의 상징성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SK핸드볼경기장과 주변 일대는 젊은 층이 모이는 K팝 공연의 성지다. 집회 첫 주말에는 인근 케이스포돔에서 ‘위버스콘 페스티벌’이 열렸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공간에선 “늙은 태극기 부대가 젊은 K팝 팬들에게 폐를 끼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잠실에 모인 청년들은 난동 대신 시위 문구를 스케치북에 적어 붙였고, 공연도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재명 정부 들어 반정부 집회가 ‘멸공’ 같은 강성 구호나 고령 참가자들의 이미지로 대표됐다는 점에서, 생경한 풍경이었다.

 

이 현상은 ‘K팝을 사랑하는 젊은 세대’를 지지층의 상징으로 내세워 온 이재명과 민주당의 서사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재명은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출범식에서 K팝 응원봉을 들어 보이며 “주도적인 팬덤 문화가 민주주의와 닮아 있다”고 했다. 계엄 규탄 집회 때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온 청년들을 ‘평화롭고 세련된 시민 참여’처럼 소비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같은 세대가 이번엔 이재명 정부에 불편한 방향의 구호를 외치고 나온 것이다.

 

이 흐름에서 야당이 반사이익을 챙기려 한다면 큰 착각이다. 잠실 집회의 대다수 젊은 참가자들은 강성 야당 지지자들, 부정선거론자들과 거리를 두려 애쓰고 있다. 진의가 오염되자 일부는 아예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별도의 집회를 열었다.

 

과거 주류 음악계를 벗어나 다양한 인디 음악이 태동했던 홍대 앞에서 이들이 “어느 진영도 아닌, 나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요구한다”고 외친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지금 거리의 청년들은 보수와 진보, 응원봉과 태극기 같은 낡은 이분법에 갇히지 않는다. 계엄을 반대했다고 해서 이재명 정부의 모든 것을 지지하지 않으며, 참정권 침해에 분노한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선거론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이 실체를 외면한 채 그들의 목소리에 피아 구분의 색깔론을 씌운다면, 그 청년 유권자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혐오하는 세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오는 20일에도 홍대입구역에서 재선거 촉구 시위가 예정돼 있다. 이번 집회가 남긴 과제는 진상 규명만이 아니다. 청년들을 향한 정치권의 편견과 언어, 소통 방식을 근본부터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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