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얼굴이 깎였다

작성자양평대교|작성시간26.06.06|조회수31 목록 댓글 0

벌써 잊은 듯한데, 이번 선거는 ‘이재명의 선거’라고들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는 6·3 지방선거 전날도 “이재명이 잘하고 있다면 기호 1번, 이재명에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생각하시면 기호 1번!”을 외쳤다.

친명은 “상식적으로 볼 때 이번 선거는 정청래의 리더십에 의한 선거가 아니라 이재명의 업적을 가지고 치르는 선거”라고 했다. 야당은 신박하게 “이재명 얼굴로 치르는 선거”라 규정했었다.

지금 그런 말은 쏙 들어갔다. ‘민주 12 : 국민의힘 4’의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민주당 승이랄 수 없다. 당초 전망된 15 : 1과 거리가 멀다. ‘명픽’ 정원오(서울) 김용남(평택을)은 국힘에 패했다. 이재명이 띄워준 하정우(부산 북구갑) 역시 드라마틱하게 낙선했다. 전통시장까지 찾아갔는데도 부산시와 울산시 빼고 다 졌다. 이재명의 ‘면’이 깎인 것이다.

● ‘이재명 얼굴로 치른 선거’ 찜찜한 결과

민주당은 패배로 안 치는 모양새다. 정청래는 4일 일찌감치 “이재명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이재명에게 공(功)을 돌렸다. 큰 승리라고 주장해 자기에게도, 이재명에게도 공(격)이 들어오는 걸 피하는 전략 같다.

조승래는 아예 서울-영남의 정치적·인구학적 구조에 패인을 돌렸다. 이재명이 잘못하고 있다거나 이재명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게 아니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럼 왜 4월 말까지도 ‘민주당 후보 많이 당선’(46%) 여론이 ‘야당 후보 많이 당선’(30%)보다 훨씬 많았는데 5월 들어 줄었는지 묻고 싶다(갤럽 조사). 이재명 직무 긍정평가도 67%(4월 넷째 주)→64%(다섯째 주)→61%(5월 둘째 주)로 내려갔다. 압승 못한 이유를 민주당이 알면서도 이재명 앞에 감히 말을 못한다면 더욱 문제다.

● ‘공소취소 특검법’이 깎아먹었다

‘정권견제론’이 ‘정권안정론’을 위협한 큰 이유는 이재명이 군불 때고, 4월 30일 민주당이 발의까지 밀어붙인 ‘공소취소 특검법’ 때문이다. 여론이 나빠지는데도 5월 초 이재명은 속도조절만 주문했을 뿐이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의대정원 2000명 확대 고수”를 읊어대던 당시 대통령 윤석열을 보는 느낌이었다.

안다. 민주당은 이재명 공소취소 아닌 조작기소 특검법(‘조작수사·조작기소 진상규명특검법)으로 부른다는 걸. 하지만 어쩌랴. 선거 전날 이재명은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자기 사건 공소취소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들키고 말았다.

이 법의 악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갤럽 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4월 말 이재명 부정평가 이유 1위가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이다. 연휴로 5월 첫 주 건너뛰고 실시한 5월 둘째 주 조사에서도 계속 1위다. 달라진 건 이때 처음 이재명 ‘공소취소 특검법 발의’가 부정평가 이유로 등장했다는 점이다(5%).

● 재판 회피-답변 회피에 유권자 실망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4월 말 5%)가 5월 둘째 주 10%로 뛰어오른 것도 이 특검법 때문으로 본다.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과 부정평가 이유 공동1위였다. 하지만 특검법과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는 한묶음이다. 둘을 합치면 이재명 본인의 법적·도덕적 문제가 15%가 된다. 부정평가 이유로 단연 1등인 거다.

특검법 부정평가가 5월 셋째 주 좀 내려앉긴 했다(2%). 그러나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는 여전히 10%다. 이때 ‘소통방식’이 처음 지적된 것도 의미심장하다(3%). 스타벅스 불매 촉구 등 공격적 언사가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특히 2030들에게 참을 수 없이.

낙선 후보들의 발목을 잡은 것도 특검법이었다. 이미 금배지를 단 민주당 의원들처럼 “뭐가 문제냐” 적반하장으로 맞서면, 표를 못 얻을 게 뻔했다.

 

하정우는 TV토론에서 공소취소를 찬성하느냐는 한동훈 후보에게 “여기가 검사 취조실이냐”며 빠져나갔다. 정원오 역시 “개인 생각을 말하면 정쟁으로 들어간다”며 피해갔다. 그 당당하지 못한 모습이 유권자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오죽하면 선거 이틀 전 김부겸이 “그 법(이재명 공소취소 특검법), 내가 막겠다”고 했겠나?. 4월 말까지 1위였다 특검법과 더불어 내리막길에 들어서 결국 낙선한 김부겸이었다. 그래서 더 짠하다. 이재명의 아킬레스건인 공소취소 막강 이재명 앞에 “안 된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정권엔 없는 것이다.

●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자, 누군가?

선거 결과가 나오자 이재명은 4일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새로 선출된 지방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한 걸 보면, 민주당 압승이랄 수 없다는 것은 이재명도 아는 듯하다.

선거 전 이재명은 투표 독려 폭풍 SNS를 날렸다.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이 말이 불편한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 있다면…구태 기득권자들”이라고 거칠게 적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옳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악마라는 극도의 이분법은, 불편하다. 선거개입이냐는 야당 비판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충고가 편가르기나 누군가를 음해하는 것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국민을 가르치려드는 일방적 소통방식도 이젠 고문처럼 괴롭다.

● 통합에 나서야 할 사람은 이재명이다

8년 전 지방선거에 압승한 문재인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을 느낀다)”을 말했다. 청와대와 내각이 잘했다며(민주당은 언급 안 함) 유능과 도덕성, 겸손을 당부했다. 그러나 결코 유능하지도, 도덕적이지도, 겸손하지 못한 문재인은 4년 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그때 ‘책임윤리’를 강조한 사람이 조국이었다).

문재인보다 지지율 높지도 않은 이재명은 두려움 따윈 없는 듯하다. 정치권에 민생개선과 국민통합에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고, 공직자들엔 “국정 속도 배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통합에 가장 힘써야 할 사람이 다름아닌 이재명이다. 속도 보다는 목적이, 방향이 중요하다.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공소취소 특검법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국민 분노는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다.

 

김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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