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도 당황할 이재명의 말

작성자양평대교|작성시간26.06.08|조회수33 목록 댓글 0

투표 독려하며 "최악의 저질들" 플라톤의 취지를 잘못 인용했고, 갈라치기 화법은 너무 감정적
이재명은 더 신중하고 품위있게 말하기를 바란다

이재명은 지난 3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플라톤의 말대로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 하셨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재명 엑스 캡처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이재명에게 당부한다. 말이 간결하고 곧았으면 한다. 말재간을 자제하고, 거친 말을 삼가하길 바란다.

 

그동안 이재명의 말은 품위의 하한선을 넘나들 때가 있었다. 스타벅스의 이벤트 논란과 관련, 이재명은 ‘저질 장사치’ ‘비인간적 막장 행태’ ‘인간의 탈’ 같은 과한 표현을 했다. 말도 힘 빼고 쳐야 멀리 간다. 상대를 비판할 땐 겸손해야 한다.

 

이재명의 투표 독려는 심했다. “투표 포기는 (…)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 했다. 누굴 거명하진 않았으나, ‘공동체를 해친다’는 건 무서운 말이다. 한 발짝 더 나가면 ‘반국가 세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제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이재명은 ‘공동체’란 말을 6번 썼다. “공동체를 배반한 이들을 단죄” 같은 표현이다. 이 말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부당 축적한 재산” 같은 표현으로 이어졌다. 이재명은 취임사 때부터 ‘대동 세상’ ‘공동체’를 강조해 왔고, 최근엔 ‘약탈 금융’이란 말도 하던데 운동권 콤플렉스로 오해받기 좋다.

 

이재명은 5월 31일 “투표 포기는 (…)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 했다. 어금니를 앙다문 말투였는데 논리 구성이 요령부득이다. 지금 ‘사익을 챙기고’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쪽은 집권 세력이다. 권력이 있어야 남용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이재명은 플라톤을 인용했다면서 “정치 무관심의 대가(代價)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 말했다. 순간 뜨악했다. 같은 편이면 선량하고, 반대편은 최악 저질인가. 마치 내부의 적을 상정한 듯 감정적이었다. 갈라치기를 해서 ‘정치적 스파크’를 일으키는 수법은 이재명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플라톤 인용이 어색했다는 점이다. 플라톤이 쓴 ‘국가’에서 관련 대목은 플라톤의 발언이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글라우콘과 대화 중에 한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사람들이 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통치를 당하는 것일세.”(‘국가’ 제1권 347c)

 

그런데 이재명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최악의 저질’로 바꿨다. 영문법으로 지적한다면 ‘비교급’(worse)을 ‘최상급’(the worst)으로 바꿔 놓았다. 표현이 강하다고 메시지가 강력한 건 아니다. 억지 ‘최상급’보다 ‘진실’만을 말할 때 전달 효과가 크다.

 

게다가 플라톤은 ‘모든 시민이 꼭 투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대화를 전한 것이 아니었다. 플라톤은 참여 민주주의가 아니라 ‘철인 정치’를 주장했다. 플라톤이 전한 소크라테스의 말은 “통치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외면하면 자신보다 못한 부적격자들이 권력을 잡게 된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그런데도 이재명은 본투표 당일까지 “플라톤의 말대로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하셨나요?”라고 했다. 제발 적당히 하면 좋겠다.

 

이재명 메시지에는 이런 표현도 있다. “선출된 그들이 (…) 충직한 머슴이 될지, (…) 악성 지배자가 될지는 주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옛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3월 초 꼬맹이들에게 말했다. “내가 앞으로 순한 양이 될지 무서운 호랑이가 될지는 너희들 손에 달렸다.” 이재명이 국민을 초등생 취급한 건 아니겠지만,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말이 지나치면 화가 되어 돌아온다. 아무쪼록 오늘 회견을 하는 이재명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말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알고 있는 부분만 정직하게 답하면 된다. 그리고 비유법 좀 안 쓰면 좋겠다.

 

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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