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재직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대체로 낮아 (집을)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상응하는 부담은 하게 하자”고 했다. 보유세 인상 방침을 밝힌 것이다.
“오래 투기했다고 뭘 깎아주나”라며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방침도 시사했다.
이재명은 지난 3월 “세금은 전쟁으로 치면 핵폭탄 같은 것이다. 함부로 쓰면 안 되는데,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써야 한다면 써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핵과 같은 최후 수단이라던 증세 카드를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꺼내 든 것이다.
이재명은 부동산 시장 과열이 서울시장 선거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에 대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50%는 잘한다 평가를 받았다”며 “부동산 가격은 선거에 좋은 영향이 차라리 더 많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이는 대다수 선거 전문가들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최후의 수단인 세금 카드를 꺼낸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득표에 불리한 정책은 선거 뒤로 미뤘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부동산 시장 진단도 정교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보유세가 낮다”는 주장은 실효세율만 보면 맞는다. 2023년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평균(0.33%)의 절반에 못 미친다. 그러나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율은 1%로, OECD 평균(0.91%)보다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인 거래세까지 합치면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은 GDP의 2.67%로 OECD 평균(1.27%)의 두 배다. 실효세율이 낮은 것은 분모인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지, 세금이 가벼워서가 아니다.
전세난을 보는 시각도 우려스럽다. 이재명은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전세 물량 감소 현상을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세는 무주택 서민이 목돈을 모아 내 집으로 올라서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다주택자를 압박해 전세가 줄면 그 자리를 월세가 채우고, 부담은 가장 취약한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결국 서민에게 고통이 된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그러나 충분한 공급 대책 없이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노무현·문재인이 ‘세금 폭탄’이라고 불릴 만큼 보유세·양도세를 강화했지만 집값을 잡는 데는 실패하고, 서울과 지방 격차를 확대시켰다. 그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