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시장을 이겼는가?

작성자양평대교|작성시간26.06.20|조회수70 목록 댓글 0

주식시장의 성공은 이기겠다며 규제 쏟아낸 부동산시장서 실패 부추겨
주가 유지와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 동원해 더 불안, 이 지경이 되니 묻게 된다

 

올해 초 이재명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을 때, 취임사에서 강조한 ‘실용적 시장주의’는 이미 버려졌다. 시장을 굴복시키겠다는 이 문장 하나로 이재명은 시장을 이기고 지는 싸움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이재명의 자신감은 주식시장 상승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위와 같이 SNS에 글을 쓰고 며칠 만에 한국 대표 주가지수 코스피가 5000을 돌파했다. ‘코스피 5000’은 핵심적인 대선 공약이었다. 소액 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일련의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의 촉매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코스피가 5000 돌파 후 4개월 만에 8000을 넘긴 것을 보면, 상법 개정이 아니었더라도 반도체 수퍼사이클의 혜택은 받을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 반도체 산업 호황은 AI의 급속한 발전이 야기한 것이라 이란 전쟁에도 꿋꿋했다.

 

역설적인 것은 이재명 정부가 이길 대상으로 보지 않은 주식시장에서의 성공이, 반드시 이기고자 했던 부동산시장에서의 실패를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올해 1~4월 매매된 주택의 매수 자금 중 주식이나 채권을 판 자금이 3조7000억원을 넘었다. 이 금액의 91%가 서울 및 경기도 주택 구매에 쓰였다. 특히 20~30세대가 강남 3구에 주택을 구입한 경우 전체 매수 자금 중 주식 및 채권 매각 대금이 10%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극도로 막혀도 집값이 다시 오르는 데에는 주식시장 성공이 한몫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돈 벌어 주택을 구입한 경우는 정부 입장에서는 얄미워도 개인적으로는 성공이라 할 것이다. 불안한 상황은 전세가 부족해 월세로 내몰린 세입자들이 수중에 돌아온 전세보증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경우다.

 

전세담보대출을 제한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에서는 임대를 낀 매매가 막히면서 임대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 거래는 작년 1월~6월 10일과 비교하면 올해 같은 기간에 30% 이상 감소했고, 월세 거래도 줄었지만 임대 거래 중 월세 비율이 늘었다. 다세대·연립도 월세 비율이 압도적이다.

서울의 고가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반면 정부가 추가 규제를 예고해 집 주인들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더 큰 불안은 주식시장이 이재명 정부가 투입하는 장작으로 활황을 유지하는 것 같은 데서 온다.

 

지난 5월 말 이 정부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율을 14.9%에서 20.8%로 올렸다. 지난 1월에 목표 비율을 초과하게 되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는 ‘리밸런싱’을 유예하는 결정을 한 후,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아예 목표 비율을 올린 것이다.

 

더구나 20.8%도 꼭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를 명시하지 않고 확대하여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지 않을 명분을 만들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율은 이미 3월 말에 21%였다. 코스피가 5000을 약간 넘었을 때다. 이후 코스피가 70% 정도 올랐으니 목표 비율은 훨씬 더 멀어졌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률이 올라가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질 것을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지금 주가 수준 그대로 주식을 팔아 연금으로 지급할 때나 가능한 얘기다.

 

인구 구조상 나가는 연금이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많아지는 때부터는 주식을 팔 수밖에 없고, 그때 코스피 하락이 겹친다면 재앙적 상황이 될 수 있다. 뻔히 예견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은 배임 아닌가?

 

더구나 이재명 정부는 국내 주식 목표 비율을 높이느라 국내 채권 목표 비율은 24.9%에서 21.8%로 낮췄다.

 

많은 선진국에서 재정 악화로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최근 우리 채권 시장에서 국채를 비롯해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에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게다가 주식 시장이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예금이 부족해진 은행들이나 빚더미의 한전, LH 같은 공기업도 채권을 계속 발행하고 있다.

 

채권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 결국 시장 금리가 올라가는 여파가 주택 담보대출 금리부터 회사채 금리까지 일파만파다.

 

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당분간 팔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손실 없이 한국 주식을 처분하여 리밸런싱을 하고 있다. 그 돈은 바로 달러로 환전되어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린다. 환율이 올라가면 곡물부터 석유까지 수입해야 하는 국내 물가가 불안해지니,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이 다시 동원된다.

 

이 지경이 되니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시장을 이겼는가? 이 상황이 바라는 결과였나. 솔직한 답변은 안 들어도 좋으니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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