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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성악 감상

캉틀루브, 오베르뉴의 노래 & 알퐁스 도데의 작품들

작성자엽엽|작성시간15.06.29|조회수16 목록 댓글 0

캉틀루브, 오베르뉴의 노래 & 알퐁스 도데의 작품들

      고향... 나이 들어갈 수록 고향마을의 전원적, 목가적 향수에 목마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만, 아스팔트 베이비였던 나는 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던 유소년시절 방학의 기억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정지용의 詩처럼 넉넉한 들판 사이로, 참게 올라오는 개천이 한 바탕 휘돌아 갯뻘로 흘러 나가고 조상들의 산소가 흩어져 있는 언덕에 오르면, 여름 바다가 꿈꾸듯 졸고 있는 그림같은 마을. 당숙네 머슴 영회형님의 지게 발목을 잡고 여기저기 따라다니며 새,풀,꽃,나무 이름들을 익혔다. 올빼미를 만난 건 특별한 행운이었다. 영회형님이 아니면 내가 올빼미를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헤엄도 못치는 장손이 깊은 저수지에 들어가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고추 내놓고 풍덩거리는 것이 할아버지는 영 마땅찮으신 듯, 영회형님을 함께 물에 들여보내고 당신은 그동안 저수지 둑을 거니셨다. 올빼미가 가지에 앉아 나를 쏘아보던 포플라가 물빛보다 더 짙푸른 그림자를 저수지에 드리우고 있었으며 물에서 나와 오도도 떨며 따뜻한 너럭바위에 누우면, 잠자리떼가 벗은 내 몸 위를 정신없이 맴돌았다. 흰 수염 나부끼며 뒷짐지고 저수지 둑길을 거니시던 할아버지의 느긋한 팔자걸음. 저수지로 흘러드는 개울 옆, 전씨 댁 양철지붕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한낮의 뜨거운 열기. 그 외딴 집에는 내가 방학 동안 몇 번 볼 수 없었던, 내 또래 이쁘장한 계집애가 살고 있었다.

        1. 캉들루브: 오베르뉴의 노래, 자장가 (Brezairola) - 소프라노, 네타니아 다브라쓰 2. 캉들루브: 오베르뉴의 노래, 자장가 (Pour l'enfant) - 소프라노, 네타니아 다브라쓰 3. 비제: 아를의 여인 제 1조곡, III. Adagietto -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 앙드레 클뤼탕스, 지휘 4. 비제: 아를의 여인 제 2조곡, III. Menuet -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 앙드레 클뤼탕스, 지휘 전원생활과 목가적 정서를 노래한 '캉틀루브'의 '오베르뉴의 노래'. '네타니아 다브라쓰'가 노래한다. 캉틀루브 (1879 - 1957. 佛)는 프랑스 동남쪽 고원지대인 오베르뉴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그의 오페라 등 작품들은 한결같이 오베르뉴가 무대이면서 그 지방 민요의 선율을 빌려쓰고 있다. 오베르뉴의 노래는 그가 30여년 동안 고향의 민요들을 꾸준히 채보,정리하여 집대성한 민요집인데, 산악지대라서 목축업이 생업이었던 만큼, 주로 목동들의 노래와 산간지역의 자연과 생활상의 노래들이다. 모두 42곡의 민요들 가운데는 오베르뉴와 가까운 이웃 프로방스 지방의 민요도 몇곡 포함되어 있으며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번역이 필요할 정도로 알아듣기 힘든 오베르뉴 사투리(오크 語)로 불리운다. 원래 산간오지나 도서지방이 불편한 교통 때문에 그 지방 고유 언어와 문화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던가. 제주도 민요인 오돌또기나 평안도의 수심가를 사투리 아닌 유창한 서울 표준말로 부른다면 과연 어떠할까. 일단 상상을 불허하듯이, 민요는 그 지방의 자연과 오랜 풍습이 깃든 사투리로 불러야 제맛 아니겠는가. 오베르뉴 민요를 사투리로 부르든, 빠리의 중산층 불어로 부르든, 불어엔 까막눈인 내가 알게 뭐겠는가만 표준어로 불려진다는 걸 알고 듣는다면, 선입견부터 아무래도 좀 껄쩍지근한 게 사실이다. 유명 가수들이 다투어 오베르뉴의 노래 음반을 냈지만, 네타니아 다브라쓰의 음반이 단연 군계일학이다. 우선 때묻지 않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고원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듯한 청량감과 함께 시골처녀의 풋풋한 목가적 향취에 젖어들어 온갖 전자파에 찌들어가는 심신이 일순간에 정화되는 느낌이다. 여기 올린 곡은 다브라쓰가 부르는 오베르뉴의 자장가 두 곡. 클래식음악 좋아한다면서도 이런 음반 한 장 없다면, 정말 본인이 클래식애호가인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인터넷에서 공짜로 듣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음반사 형편도 가끔 생각하면서 듣자. ^^

      오베르뉴에 캉틀루브가 있었다면, 그 아랫지방 프로방스엔 알퐁스 도데가 있었다. 프로방스가 고향인 도데의 작품들도, 아시다시피 프로방스의 자연과 풍습, 설화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별'(부제: 프로방스의 어느 목동 이야기)은 도데의 고향인 Nimes에서 80Km 떨어진 뤼브롱 산 (Mt. Luberon)이 무대이며, '풍차방앗간 소식'의 무대가 된 아를(Arles) 또한 Nimes에서 30Km의 지척거리이다. 풍차방앗간 소식은 도데가 별도로 '아를의 여인'이란 희곡으로도 썼으며 비제에게 그 연극을 위한 부수음악 작곡을 부탁한다. 지금 우리가 흔히 듣는 비제의 '아를의 여인 조곡'은 그 부수음악들 중 비제 본인이 발췌한 4곡의 제 1조곡, 후일 친구가 추가한 4곡의 제 2조곡으로 구성돼있다. 연극으로서 '아를의 여인'은 사람들에게 잊혀진지 오래이지만, 도데는 비제의 조곡으로 그 흔적을 남긴 셈이다. 반 고흐가 가장 뜨거운 예술혼을 불태운 곳도 아를. 300여점을 아를에서 그렸고 귀를 자른 곳도 아를이다. 그 그림들 중엔 '알퐁스 도데의 풍차'라는 제목의 그림도 두 점이 있으며, '아를의 여인'이란 제목의 그림은 7점이나 된다. (도데의 연극에 나오는 '아를의 여인'과는 별 상관없는, 카페 여주인이 모델이라는.)

      아를의 여인 제 1조곡의 3번 곡 아다지에토. 짧지만 사랑과 동경에 넘치는 아름다운 곡이다. 늙은 목동이 주인 아들의 약혼식 잔치에서 옛 연인이었던 신부의 어머니를 마주치게 되는데, 젊을 때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 옛추억을 더듬는 장면에서 흐르는 곡이다. 나중에 말러가 이 곡을 듣고 감동한 나머지, 자신도 교향곡 5번에 비슷한 악상의 아다지에토 악장을 써서 약혼녀인 알마에게 선물하기도 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한 아다지에토. 알퐁스 도데는 왜 이렇게 목동들한테 사랑을 이루지 못할 주인집 아가씨와의 애틋한 추억만을 안겨준 걸까. 여름 밤하늘의 별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결에 주인집 아가씨는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가고 뤼브롱 산 목동 소년의 밤새 설레는 가슴을 조용히 어루만졌을 자장가 두 곡. 어느해 겨울방학의 저수지 옆 외딴 집 소녀의 모습을 잊지못한다. 마을 어린이회의 끝나고 돌아가는 밤길에 뒤따르던 동네 머스매들의 뜻모를 놀림이 길어지자, 호롱불 내려놓고 무릎에 얼굴 파묻고 울어버리던 그 소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부터였을까? 그 외딴 집은 주인 없는 빈 집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또 몇년 후, 11대 조상부터 옹기종기 모여살던 박씨 집성촌도,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오베르뉴의 고원이나 뤼브롱 산 골짜기에 울려퍼지는 목동의 노래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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