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기보단 옛 추억 내지는 회상록이라고나 할까요.
소주도 한잔 마신 김에 몇 자 적어 봅니다.
어제 마침 모플라모델카페 장터에서 싸게 올라온 키트가 있어 몇 개를 같이 구입하면서
손에 들어오게 된 키트입니다.
정식명칭은 STURMPANZER IV BRUMMBAR sdkfz166이라고 꽤나 깁니다만
예전부터 그냥 "브룸바"라고 읽고 또 그냥 그렇게들 부릅니다.
일단 집에 가져온 뒤 박스를 열기 전까진 그리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타미야에선 한정발매 등의 이름으로 부지런히 찍어서 팔고있으니까요.
그런데 박스를 열고 천천히 살펴보다가 발견한 것은
오~ 놀라워라!! 세월을 뛰어넘은 생명력이여~~
이것은 바로 제가 1984년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만들었던 타미야 M10 습격포에서 본 바로 그 튜브본드였지요.
제가 이 브룸바를 처음 본건 1976년 아마 겨울(?)인듯 하네요.
꽤나 추울 때로 기억되는데 그때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모형부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그날도 하노마그 옆에서 부하들을 부르며 팔을 반쯤 치겨든 독일군 하사관 모습에 취해 한참을 쳐다보던 중 아마 그때 신제품이었던 모양입니다. 분명 중앙부에 있었거든요.
뭔가 처음보는 땡크가 엄청 신기해 보이더군요.
1976년 6월 당시의 코스모스 백화점- 출처: 보물섬님의 블로그 "추억의 편린들"에서..
저 백화점 아래쪽 중국대사관과 연결된 길에는 각종 수입품물건을 파는 가게나 노점이 즐비했지요. 그 당시 노점에서 봤던 모형으로 기억나는 건 레벨의 커티샥과 B-52던가?
그 어마어마한 박스에 군침만 질질~~;
이건 정말 형태가 너무 특이해보여 주인 아자씨한테 염치불구 함 열어볼수 없냐고 사정했더니..;;
당시 돈없는 중학생이던 제게 자비를 베풀긴 커녕 코웃음만 치던 게 생생하네요. ㅋ
그 와중에 털코트입은 부자같은 아줌마가 와서 그 비싼 하노마그를 아들 생일선물이라고 사더군요.
그때 사장님 왈~ 이런 걸 만들면 미술도 아주 잘합니다.^^ <----저말은 그때 분명 아부로 들렸음.
거기에 덧붙여.. 야~ 이제 니덜은 가라.
오죽하면 그때 들은 그말들 기억이 평생을 가더라는.. ㅋㅋㅋ
하노마그 때문에 독립문에서부터(당시 대신중학교 다녔습니다.) 그걸 보러 몇번이나 거길 갔던건데 하필 그것까지 팔려나갔으니..
크흑~~ 같이 갔던 친구놈과 함께 쪽팔림과 분노의 눈물을 흘린 두 중학생..ㅋㅋㅋ
여튼 이걸 처음 구입한 건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1982년 대학생이던 시절입니다.
한참 꽃피고 날좋던 5~6월 쯤이었는데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당시 여자친구와 데이트 하러 가서
한참을 놀다가 대공원 후문쪽에 어린이회관이 있는 걸 보고 우연히 들어갔던게 계기였습니다.
남산에 이게 처음에는 어린이회관 빌딩이었습니다. 작년에 가족들하고 벚꽃 보러 갔다가 찍은게 마침 있더군요.
그전까지 어린이회관은 남산에 바로 저 빌딩이었는데 장소가 옮긴 건 그때 처음 알았죠.
여튼 거기에 아이디어회관의 뱅기 그리고 타미야의 각종 전차와 전투기가 있었는데 이걸보고
코스모스의 기억이 떠올라 반가우면서도 울화가 치밀어 바로 샀던 기억이..ㅋㅋ
지금 기억으로 정확히 얼마였는지 몰라도 비싸긴 했지만 그때 무조건 샀으니까요.
그로부터 거의 30년만에 이 물건을 다시 봤네요.
박스뚜껑도 내부로 한번 더 접어 상표 표기가 된게 그때 봤던 것과 다르더군요.
이게 더 고급포장이었던 거 같아요.
박스 뚜껑 내부에 이렇게 접어서 칼라로 상표표기를 더해 놨습니다.
처음 이 그림을 봤을땐 정말 너무 신기했어요. 차체는 높지. 포신은 겁나게 짧지..;; 저건 대체 뭐시냐?
그냥 가시렵니까? 우리도 빨리 사달라는 박스아트들.. 역시 명작들이죠.
박스를 열고보면.. 저 데칼은 지금의 아카 4호 데칼과 구성이 똑같습니다.
차체에 각인된 년도는 1975년..
상판..
아카하고 동일. 아카데미에서 90년대 들어 일부 신부품을 넣어주긴 했지만 기본은 타미야 4호죠.
브룸바는 4호전차를 이용한 것이니까능 아카4호도 이거와 같습니다.
예전에 이런 실차의 탄생과 배경 등 역사에 관한 내용이 참 좋았는데 드래곤이 처음 설명서에서 빼기 시작하더니 이젠 아카데미도 역사배경 안면몰수에 동참을..;;
뒷면에는 작례 설명과 찌메릿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찌메릿에 대해 타미야 타이거를 통해 첨 알았지만 이건 70년대 중반에 벌써 퍼티로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놨더군요. ㅋ
요즘이야 드래곤이나 각종 중화권업체에서 화려한 분할과 에칭으로 만든 키트가 무수히 많지만
전 이제 다시 이런 단순하고 옛 추억이 깃든 타미야가 더 좋습니다.
어쨌든 오랫만에 옛 추억에 젖어보니 행복합니다.
술도 한잔해서 더 그런가?^^;
어린이대공원 같이 갔던 그때 그 여친은 이젠 얼굴 기억도 잘 안나고..
명동은 2003년인가 식구들하고 같이 나가보고 십년째 안가보고..
다 오래된 시간 속에 묻혔네요.
훔~ 다음엔 타미야의 오래된 키트나 카달로그 등의 사진 몇 가지로 다시 오겠습니다.
연휴의 편한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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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밀레니엄 (황병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5.30 타미야가 선두가 된건 지금은 은퇴한 타미야 순사쿠사장 공이 큽니다. 그 전 선대까지만해도 목제 함선이나 목제 모형 만들던 곳이었죠.
그나저나 지금도 당당하게 나오는 킷들보면 타미야 금형관리 정말 대단합니다. -
작성자타쿠미 [문병국] 작성시간 12.05.29 헉-,.-;;저보다 형님되는 킷이군요 ㅎㅎㅎㅎ타미야제품도 본드가 들어있다는걸 밀레니엄님 덕분에 처음알게됐습니다^^그러고보니 드레곤제 이탈레리제 하다못해 엘레르킷도 만들어봤는데 타미야제는 고등학교때 친구가 사다준 드레곤사수들어간 현용보병세트 말고는 만들어본 기억이 없네요????사제기한 제품중에도 타미야제품이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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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밀레니엄 (황병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5.30 오~ 타쿠미님이 타미야에 대해서 만든 경험이 별로라니.. 이거 의외네요.^^
전 아직도 가장 선호하는 업체는 타미야네요.
박스아트는 예술이고 키트는 늘 편안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
작성자박승욱 작성시간 12.06.08 저와 동갑인 킷트로군요.
예전엔 비싸서 손이 안가던 타미야 제품인데 이젠 품질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됩니다. -
답댓글 작성자밀레니엄 (황병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6.09 학창시절 느꼈던 체감지수와 나이들어 성인이 된 지금은 당연하겠죠.^^
타미야의 오래 전 키트들 만들면 정말 옛날 생각이 저절로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