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다녀간 손님
당분간 춥지 않겠다... 안심하다 떠오른 당신
밑바닥 무겁지 않은 영혼이 없다지만
왜 나를 당신편이라고 여겼을까... 연고 없이
켜켜이 내려 쌓인 볕살 위에 서 있어도
속속 스며드는 속수무책 냉기 앞에
두툼한 체온이라도 빌리고 싶던 나날들,
잔기침에도 튀어나온 석촉들이 겨냥하는데도
뒤죽박죽 한가운데 막음 시늉도 못 한 채
누군가 앉은 자리라도 옮겨 주기를 바라다가
만 배를 올리고도 더 붉어진 서러움을
두고두고 갚아야 할 빚처럼 안고 사는 동안
근원이 당신이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균열이 생길 때마다 눈물조차 마르고도
밤마다 퉁퉁 부은 얼굴이 당신이었음을
소소한 인연에 얽힌 고통이었음을 몰랐다
어느 날 우연하게 몸과 입이 바뀌었을 때
들판에서 얼어 죽었다는,
아무도 거둬두지 않은 당신의 머리채보다
짧은 중얼거림이 깊어서 결빙된 한탄 소리에
귀 기울여 준 것만으로도
두 몸을 묶어 두던 결박이 풀리는 동안
높낮이 낯선 물소리가 발밑에서 움찔거렸다
한 영혼 그리 착하게 내 몸을 비운 이후
봄소식 모을 때마다 안부가 궁금해지는,
내 몸에 나도 모르게 다녀간 이 있었다
- 홍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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