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업에서 공감은 기술이라고요?
네 가지 공감
“당사자의 상황을 공감하면 좋겠습니다.”
사회사업 현장에서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공감을 요구하는 선배 사회사업가도 만나보았습니다.
공감이란 게 무얼까 생각합니다. ‘공감’이란 말이 추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후배를 지도하려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안내합니다.
후배가 다양한 당사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좋은 사회사업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탐구했습니다.
정리하는 가운데 스스로 돌아봅니다. 질문하는 후배가 고맙습니다.
공감에는 네 가지 단계가 있다는 글 ‘Connect with Empathy, But Lead with Compassion’을 읽었습니다.
그 주장이 와닿았습니다.
연민pity, 인지 공감sympathy, 정서 공감empathy, 행동 공감compassion.
먼저, 연민 혹은 동정pity은 순간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무언가를 보거나 들었을 때의 느낌으로, 이내 사라지고 맙니다.
마음 상태나 삶이나 행동에는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안타깝네요. I feel sorry for you.”
인지 공감sympathy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갑니다.
그 모습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당사자의 슬픔이나 고통이 나를 힘들게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상황을 살펴보니 그럴 수 있을 거라 짐작합니다.
대체로 당사자와 마주앉아 이렇게 말합니다.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I feel for you.”
정서 공감empathy은 이해를 넘어 그 사람이 되어보려 합니다.
당사자의 어려움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당사자와 나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정서 공감이 있는 사회사업가는 당사자에게 아픔을 묻지 않을 겁니다.
그 자리에 잠시 함께하려 할 겁니다.
“잠시 가만히 옆에 있겠습니다. I feel with you.”
행동 공감compassion은 당사자의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느끼며 함께 아파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행동하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습니다.
“무엇이든 돕고 싶습니다. I am here to help.”
우리말은 이 네 가지를 ‘공감’이란 한 단어로만 말합니다.
아래 표에 따르면 적어도 미국에서는 이처럼 공감의 형태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기꺼이 나서는 마음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눠 설명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사업 현장에서 사회사업가가 기본적으로 ‘인지 공감’ 갖추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는 타고난 공감 능력이 없더라고 훈련으로 마련할 수 있습니다.
공감은 기술 : 경청 기술
연민은 불쌍하고 가엽게 여기는 감정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를 보면 느껴지는 마음 상태입니다.
반면, 공감은 그런 감정을 넘어 내가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때를 상상하며 이해하려고 하는 느낌입니다.
‘Empathy is the ability to share another person’s feelings and emotions as if they were your own.’
공감(Empathy)은 다른 사람의 느낌과 감정을 마치 자기 것처럼 여기는 능력입니다. <콜린스 영영사전>
‘Empathy(공감)’은 ‘ability(능력)’이고, 이는 ‘skill(기술)’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공감은 ‘타인의 어려움을 마치 자기 어려움처럼 느끼는 능력 혹은 기술‘입니다.
공감이 기술이라면, 이는 훈련하여 습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기술의 질은 학습과 훈련의 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지 공감이 기술이고, 사회복지사로서 훈련을 통하여 이를 습득한다는 건 무얼까요?
인지 공감은 이해 뒤에 따라오는 감정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서 공감이 이뤄집니다.
사회사업가라면 현장에서 사용해야 하는 도구인 인지 공감을 수련하여 갖춥니다.
당사자를 공감하려면 이해해야 하니, 이해를 위해 작은 일도 묻습니다.
물었으니 잘 듣습니다. 묻고 경청해야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공감합니다.
감정의 바탕은 생각입니다. 공감의 바탕은 이해입니다. 사회사업은 경청만 잘해도 절반 이상입니다.
1) 사회사업과 경청
묻고 의논하고 부탁할지라도 경청하지 않으면 잘되기 어렵습니다. 사회사업은 잘 들어야 잘됩니다.
2) 경청하는 법
(…) ③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했거나 하는,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하며 듣습니다.
그 생각 감정 행위, 그 이야기에 그럴 만한 사정 환경 상황 의도 따위의 배경이나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그것을 묻거나 헤아려서 이해하고 공감하고 알아주려 하는 겁니다.
④ 약자일수록 더 예를 갖추어 더 정성스럽게 경청합니다.
듣는 자세, 이로써 사회사업가의 격이 크게 좌우됩니다.
특히 약자가 말할 때 예를 갖추어 정성껏 잘 들으면 그 사람은 좋은 사회사업가이겠다 싶습니다.
<복지요결> (2022.7.) ‘사회사업 방법’ 가운데
임장현 선생님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저씨를 잘 도우려고 공감하려 했습니다.
공감의 시작은 경청이라 여겼습니다. 좋은 모습만 보려 애썼고 잘 듣기만 했는데 일이 풀렸습니다.
그런 사회사업가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신뢰했습니다.
아저씨를 만나면서 지난 제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나는 주민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고,
어떤 분인지 사소한 이야기도 잘 귀담아듣고 공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감’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지만, 정말 제가 그 의미대로 애써왔는지 돌아보았습니다.
(…) 사회사업가가 당사자의 의견, 감정, 주장에 사회사업가 스스로가 그렇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공감이란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먼저 당사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정말 당사자 이야기를 잘 들으며 충분히 공감하려고 했는지 아저씨 덕에 성찰했습니다.
(…) 그러니 더욱 판단에 앞서 하시는 말씀 귀 기울여 잘 듣고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훈련해야 합니다.
<곡선의 시선>에 실린 임장현 선생님 글 가운데
명순빈 선생님도 공감을 위해 어르신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어르신께서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와주셨습니다. 경청으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어르신과 어떤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어르신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했고
그 삶을 이해하며 공감하려고 했을 뿐인데… 오히려 어르신께서 제게 어떤 것보다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그 마음이 무척 감사했습니다.
<내 삶을 이해할 준비가 되었나요?>에 실린 명순빈 선생님의 글 가운데
공감은 기술 : 학습으로 기술 습득
소방관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체력’이라고 합니다.
체력이 있어야 소방호스를 옮기고, 수압을 이기고, 사람을 구조할 겁니다.
튼튼한 체력이 화재 앞에서 마음도 굳건하게 합니다.
사회복지사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마도 ‘공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공감이 바로 기술로써 공감인 ‘인지 공감sympathy’입니다.
다양한 당사자의 상황을 공감하지 못하면 오해합니다. 정죄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마련입니다.
사회복지사는 자기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 당사자를 공감하지 못하면 오해하고 나아가 편견을 가지기 쉽고,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인지 공감은 학습을 통해 얻습니다.
다양한 당사자의 삶 이야기를 담은 사례집과 소설을 읽고,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합니다.
관련 논문이나 이론서를 읽으면서 그런 모습의 사회 문화적 맥락을 살펴봅니다.
많이 읽을수록 생각하는 힘이 커집니다. 쓰기까지 하면 그 힘은 더욱 커집니다.
감정의 바탕은 생각이고, 공감의 바탕은 이해라 했습니다.
읽고 쓰는 사회사업가는 생각의 근육이 튼튼할 테니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집니다.
좋은 사회사업가는 공감하는 능력(공감력)이 높을 겁니다.
사례집 백 권 읽은 사람, 열 권 읽은 사람, 한 권 읽은 사람, 아무것도 읽지 않은 사람.
이 가운데 바르게 실천하고 이를 잘 기록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회사업 글쓰기> (김세진, 구슬꿰는실, 2022)
사회사업가에게 ‘공감’을 요구할 때 부담스러워 하는 이가 있습니다.
월급 받고 일하는 직장인에게 무리한 요구라고 하기도 합니다.
사회사업에서 ‘직업인’과 ‘직장인’은 다른 말입니다.
직업으로 사회사업은 사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사회는 공감과 배려를 바탕으로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직업을 원했고,
이것이 ‘사회사업가social worker’란 직업이 나타난 배경일 겁니다.
따라서 사회사업가의 직업적 정체성 혹은 직업적 책무성은 (인지적으로) 공감하려 애쓰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일입니다.
그런 자세와 태도는 ‘착한 사람 돼라’는 막연한 요구가 아니라
어느 직종이든 보편적인 자기 맡은 일의 직업적 자세와 태도를 의미합니다.
<곡선의 시선>
당사자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어 읽는 사례관리 사회사업 사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