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능동태다>, 김흥식, 그림씨, 2018
부제 : 영어 틀리면 부끄럽고 우리말 틀리면 부끄럽지 않지요?
'너무'는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말이 소멸의 길을 갈 것이라는 예감을 안겨 준 표현이다. 13
우리는 엄밀히 말하면 수동태가 필요 없다.
물론 상황에 다라서 피치 못하게 수동태를 써야 할 때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과거, 즉 영어를 비롯한 서양어西洋語의 영향력이 없던 시절에는 수동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서양어의 도래渡來와 더불어 하나둘 등장하더니
이제는 우리말의 소멸을 앞장서 부추기는 존재가 되었다. 28
"자연 속에 나오니 정말 좋은 것 같아요."
(...)
위 문장의 출발점은 자신의 의사를 자신이 책임지고 드러내며,
자신의 분명한 의견임을 증명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심리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는 우리 사히에서 자주 등장하는 "쟤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는 모든 분쟁의 근원이 된다.
(...) 바로 이런 사회 심리가 위와 같은 표현을 조장하는 것이다. 37
1) 나는 저 친구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보여.
2) 나는 저 친구의 행동이 부적절한 것처럼 보여져.
두 문장을 보면 그 차이가 분명하다(분명한 것처럼 보여진다.)
1)번 문장처럼 보는 것은 나다! 그래서 내 행동이고 내 느낌이고 내 주장이다.반면에
2)번 문장은 내가 보는 게 아니다. '보여지는' 것은 저 친구의 행동이다.
따라서 모든 행동의 책임은 저 친구에게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 수동태 문장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다. 주체가 아니라 객체다.
내가 주체가 아니고 다른 무언가가 주체이고 나는 객체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당연히 내 의견을 내세우는 주관적이고 단도직입적인 사람도 아니다.
나는 부드러운 사람이다.
(...)
내가 주인공이면 '느끼면' 된다.
그러나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게 부담스럽거나 참으로 내가 주인공이 아닌 경우에는 '느껴진다.'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