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1908- 미상)
'마네킹'의 목에 걸려서 까물치는
진주목걸이의 새파란 눈동자는
남양의 물결에 젖어있고나.
바다의 안개에 흐려있는 파-란 향수를 감추기 위하여
너는 일부러 벙어리를 꾸미는 줄 나는 안다나.
너의 말없는 눈동자 속에서는
열대의 태양 아래 과일은 붉을게다.
키다리 야자수(椰子樹)는
하늘의 구름을 붙잡을려고
네 활개를 저으며 춤을 추겠지.
바다에는 달이 빠져 피를 흘려서
미쳐서 날뛰며 몸부림치는 물결 위에
오늘도 네가 듣고 싶어 하는 독목주(獨木舟)의 노젓는 소리는
삐-걱 빼-걱
유량할게다.
영원의 성장을 숨쉬는 해초의 자지빛 산림 속에서
너에게 키쓰하던 상어의 딸들이 그립다지.
탄식하는 벙어리의 눈동자여
너와 나 바다로 아니 가려니?
녹슬은 두 마음을 잠그러 가자
토인의 여자의 진흙빛 손가락에서
모래와 함께 새어버린
너의 행복의 조약돌들을 집으러 가자.
바다의 인어와 같이 나는
푸른 하늘이 마시고 싶다.
'페이브멘트'를 때리는 수없는 구두소리.
진주와 나의 귀는 우리들의 꿈의 육지에 부딪치는
물결의 속삭임에 기울어진다.
오- 어린 바다여. 나는 네게로 날아가는 날개를 기르고 있다.
* 감상
이 시는 일제강점기 1931년 1월 23일에 발표되었다.
시대적 극한 상황에서 편석촌 김기림씨의 이 "꿈꾸는 진주여 바다로 가자"라는 시에서 특이한 것은 한반도에서는 존재ㅏ지 않는 말이 등장한다.
열대/야자수가 그렇다.
그는 그저 시어로서 "열대/야자수"를 등장시켰는지, 아니면 그 지역에서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청년 김기림이 일제와는 거리가 먼 소재를 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저 동남아시아 지역의 남방 낙원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담아낸 것일까?
"진주목걸이의 새파란 눈동자 나매의 물결에 젖어 잇구나" 하면서 그저 풍자적인 비평을 늘어노은 것일까?
그는 도쿄의 니혼대학(日本大學)의 문학예술과아 토후쿠제대(東北帝大)의 영문과를 졸업한 사람이다. 매우 엘리트이며, 일본사람들에게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그의 시를 통하여 시대상을 좀더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