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은 읽을수록 재미가 있다. 지리적으로 해석이 어려웠을 때에는 어디가 어딘지 그야말로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었는데, 지리적 개념이 풀어지고부터 술술 풀어지는 지리적 해석에 스스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산해경>에서 말하는 서해가 또 어디인지 한번 보자.
다음의글은 <서차2경>의 19번째에 실린 것을 번역하고 해석한 것이다.
[19]
거기서(취산翠山) 또 서쪽으로
250리를 가면 괴산騩山이 있고, 이곳에서 서해西海에 걸쳐 있으며, 이곳에는 풀과 나무가 없고 옥이 많다. 이곳에서 처수淒水가 나와 서쪽으로 흘러 바다에 들어가며, 그 가운데 아름다운 빛깔의 돌과 황금이 있고 단속丹粟이 많다.
又西二百五十里 曰騩山 是錞于西海 無草木 多玉. 淒水出焉 西流注于海 其中多采石黃金 多丹粟.
괴산騩山은 그냥 붙인 이름일 수 있지만, 그 글자 騩는 ‘담가라’이며 옅은 검은 털빛이 있는 가라말이다. 페르시아 지역에는 아라비아를 포함하여 훌륭한 말들이 많이 나는 곳이다.
錞은 常倫切 殊倫切音純[슌>순] 都昆切音敦[돈] 徒對切音隊[대] 徒猥切 杜罪切 徒臥切音憜[타] 章閏反[쥰>준]으로 소리내지만, 그 뜻은 똑같다. 『강희자전』에서 ‘是錞于西海’니, ‘是錞于北海’의 ‘錞’은 ‘依附’로 풀었다. 이것은 ‘의지하여 따르다/의존하다/의뢰하다/종속하다/붙다’이다.
곽박이나 학의행은 埻준: 과녁받이으로 풀었지만, 어찌씨나 움직씨가 되어야 하며, 원가袁珂/1916-2001는 오히려 蹲준으로 해석하여 ‘걸쳐있다/맞닿아있다’고 했다. ‘붙어있다’와 같은 뜻으로 해석한 후자에 설득력이 있어 동의한다.
이 괴산騩山이 「서차1경」의 맨 서쪽 끝에 있고, 이곳이 서해에 맞닿아 있으니, 처수淒水가 서쪽 바다에 들어간 그 바다 또한 서해인 것이다. 물론 이 서해에는 발해가 있어야 마땅하다. 『북사』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대진국大秦國은 려헌黎軒이라고도 하는데, 수도는 안도성安都城이며, 조지국條支國 서쪽에서 바닷가를 건너면 1만리나 되며, 대국代國/代州 및 蔚縣에서 3만9400리인데, 그 바다에는 물이 많이 흐르므로, 이를 발해渤海라 한다. 그래서 동양과 서양은 발해와 더불어 서로 바라보인다 … 대진 서쪽 바다의 서쪽에 강이 있는데, 그 강은 서남쪽으로 흐른다. 그 강의 서쪽에는 남쪽과 북쪽에 산이 있고, 산의 서쪽에는 적수赤水가 있고, 서쪽에 하얀 옥산玉山이 있는데, 그 옥산의 서쪽에 서왕모산西王母山이 있으며, 그 옥으로 당실堂室을 만든다고 한다. 안식국安息國의 서쪽 어름에서 바닷가를 따라가면 대진에 이르게 되는데, 1만리 남짓 걸린다.
여기서 대진국이 곧 동-로마제국이며, 조지국이 시리아인데, 이곳이 서역西域이며, 그 서쪽이 발해渤海라 했으니, 이곳은 지중해이며, 서해가 된다.
처수淒水가 적수赤水는 동일한 강일 것이다. 그 소리가 [처수]와 [적수], [ch’i]와 [ch’ih]는 비슷한 것도 한 몫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