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글은 한국고전번역원의 글을 참조 인용 하였습니다.)
세종 23년 신유(1441,정통 6) 윤 11월9일 (임신)
사헌부에서 상소하기를,
“신 등은 그윽이 생각하건대, 천하의 도(道)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의 두 가지가 있을 뿐이옵니다. 옳은 것이 이기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그른 것이 이기면 나라가 어지러워지오니, 다스려지는 것과 도(道)를 같이 하면 나라가 일어나지 아니함이 없고, 어지러워지는 것과 일을 같이 하면 이와 반대가 되는 것이니, 국가의 흥망과 세도(世道)의 오르내림은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달려 있을 뿐이옵니다. 삼대(三代)의 융성한 시대에는 본디 이단(異端)이 없었고, 사도(斯道)가 해가 중천에 있는 것처럼 밝아서 국가가 항상 다스려지고 오래 태평하였사온데, 주(周) 나라가 쇠하게 되매 양주(楊朱)·묵적(墨翟)의 말이 천하에 가득 찼었으나, 그때에는 맹자와 같은 성인(聖人)이 있어서 말로 깨우쳐서 이를 물리쳤습니다. 진(秦)·한(漢)으로 내려오면서 이단이 사방에서 일어나, 다스려진 때는 항상 적고 어지러운 때는 항상 많았습니다. 불교(佛敎)는 이치로는 근사하오나, 그 해(害)는 더욱 심하옴은 선유(先儒)들이 일찍이 논평하였고, 그 요망 허탄하고 허무(虛無)하여, 인류를 멸절(滅絶)하고 생민의 해충(害蟲)이 되는 것을 전하께서 밝게 보시고 묵묵히 인식하시는 바이오니, 어찌 신 등의 밝게 분변함을 기다리오리까.
우리 동방(東方)의 이미 지나간 자취로써 증험하옵건대, 신라의 말기에 불교를 신앙하여 절을 많이 창건하므로 민가(民家)와 비교하면 절이 더 많이 있었더니, 그 뒤가 좋지 못하였으며, 고려는 신라의 뒤를 이어 술사(術士)들이 말을 올리기를, ‘아무 곳에 절을 창건한다면, 나라에 유익하고 백성이 편안하다.’고 하면, 즉시 절을 세워서 토지와 종을 거기에 귀속시키니, 말류(末流)의 폐단은 왕궁(王宮) 안에까지 절을 두고 중을 맞아 들였으며, 사대부의 집에서도 사사로이 절을 창건하여 원당(願堂)이라고 일컫고, 중을 존경하며 좋은 이름을 더하여 왕사(王師)·국사(國師)를 봉하고도 오히려 지극하지 못할까 염려하여, 이에 왕실(王室)의 자제와 진신(搢紳)의 자손들이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큰 절에 머물면서 거처와 의식(衣食)을 왕후(王侯)에 비기며, 사치가 극도에 이르러 하지 아니하는 바가 없으므로, 당시의 사람들이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는다면 중이 되기를 원하고, 인과보응(因果報應)의 말이 성행(盛行)하여, 국가에서 해마다 대회(大會)를 베풀고, 만승천자(萬乘天子)로서 지존(至尊)의 자리를 스스로 가볍게 하여, 이마를 조아리며 밑에서 절하며 높은 이와 낮은 이가 지위를 바꾸니, 그 밑에서는 따라서 집집마다 절을 창건하고 불상(佛像)을 만들고 그려서, 설회 요복(說會要福)이라고 말하여, 농부(農夫)와 직녀(織女)가 고생으로 모은 재물을 부처에게 공양(供養)하고 중에게 밥먹이는 비용으로 다 들어가오니, 생산은 적고 쓰임은 많아서 백성이 생활이 곤궁하고 창고가 비어서 다시 할 수 없었는데, 어지러움이 극하면 반드시 다스려지므로, 좋은 운수가 돌아와서 태조 강헌 대왕께옵서 운(運)에 응하여 개국(開國)하사, 맨 먼저 이 폐단을 개혁하였습니다.
고전에서 고려가 황제국임을 밝힌 문헌은 주로 서거정이 편찬한 "동문선" 입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서 고려가 황제국이었다는 증거의 기록들이 거의 전무 합니다. 그러나 위의 세종실록의 기록을 보면 고려는 완연한 황제국임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위의 기록에서 "(고려가)만승천자(萬乘天子)로서 지존(至尊)의 자리를 스스로 가볍게 하여"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원문에서는 ,"萬乘自輕至尊" 만승(萬乘)만이 기록하고 있는데 만승은 "만대의 병거(兵車)"라는 뜻으로 천자(天子)의 자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달리 말해서 만승천자(萬乘天子)라고도 말합니다. 또한 천자의 신하인 제후는 천승(千乘)이라 합니다. 고려가 다른 나라에 조공을 바치다 세월을 보내는 나라 였다면 고려에 대해 천승(千乘)이라 기록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서는 고려를 만승(萬乘)의 나라 즉 만승천자(萬乘天子)의 나라로 기록한 사실을 보면 황제국 고려가 제후국 고려로 격하되어 역사가 엄청나게 왜곡되었음을 알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