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선의 북방 한계가 어디쯤일까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과연 지금의 한반도 북쪽 만주 땅이라는 것으로 조선의 력사를 다 담을 수 있을까? 그 만주 땅은 지금의 력사로 보면 신라통일부터 남의 땅이 되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처럼, 고려도 조선도 모두 압록강 백두산 두만강 이남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일까?
나는 이에 대해 매우 의문을 가지며,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야백제/야흑제를 다루었다. 그것이 백야제와 일치함을 밝혔다. 그렇다면 그 땅도 조선의 강역 안에 들어와야 마땅하다.
이러한 백야제가 벌어질 수 있는 지역도 지구적으로 보면 범위는 넓지만 매우 한정된다. 옛문헌에 어떤 천체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보자.
(1) 진시(辰時: 08:00)와 사시(巳時: 10:00)에 햇무리가 졌는데, 양이(兩珥)가 있었다. 오시(午時: 12:00), 미시(未時: 14:00), 신시(申時: 16:00)에 햇무리가 졌다. 밤 1경(20:00)과 2경(22:00)에 북방(北方)과 손방(巽方: 동남쪽)에 불빛 같은 광선이 있었다.[辰時、巳時,日暈兩珥。午時、未時、申時,日暈。夜一更、二更,北方、巽方有氣如火光][승정원일기 인조 3년 을축(1625, 천계 5) 3월 26일(갑술)]
햇무리는 위의 기록처럼 1625년 3월 26일에 낮에 나타난다. 그런데 그날 밤 20:00-24:00 최대 19:00-01:00 사이에 북쪽에서부터 동남쪽으로 불빛 같은 광선이 있었다고 했다. 이 불빛은 붉거나 푸르거나 하는 어떤 빛깔을 나타내며 매우 아름다웠을 것이다.
이러한 불빛의 광선[有氣如火光]이 과연 무엇일까? 7월 7일/18일, 8월 8일/14일/16일/27일, 12월 18일 밤에도 일어났으며, 이듬해 1626년 3월 1일, 4월 19일 밤에도 일어났다.
(2) 밤 2경(22:00)에 검은 구름이 광선처럼 한 줄기가 손방(巽方: 동남쪽)에서 일어나 간방(艮方: 동북쪽)을 가리켰다. 길이가 하늘에 닿고 너비는 1자쯤이었으며, 점점 동쪽으로 이동하며 한참 있다가 사라졌다. 3경(24:00)에 달무리가 지고, 4경(02:00)에 달무리에 두 고리가 있었다.[夜二更,黑雲一道如氣,起巽方,指艮方,長竟天,廣尺許,漸移東方,良久乃滅。三更,月暈。四更,月暈兩珥][국역 승정원일기 인조 4년 병인(1626, 천계 6) 4월 19일(신묘)]
이것은 『소현동궁일기(昭顯東宮日記)』의 같은 날 1626년 4월 19일에도 적혀 있는데, 여기서 검은 구름의 ‘광선[氣: 갑자기 피어오르는 기운]’은 곧 태양의 자력기장에 의해 일어나는 극광(極光), 오로라(aurora)이다. 그것도 22:00에 발생했다가 사라지고 이어 24:00에 달무리가 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천문학자 박창범의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김영사, 2002)에서 『삼국사기』『고려사』『증보문헌비고』를 통하여 오로라의 관측 기록이 모두 267개(고려 때만 232개)였다고 하면서 그 표현은 ‘기(氣), 침(祲), 운(雲)’ 등과 색깔도 ‘붉은색, 흰빛, 푸른빛, 자주빛, 노란빛, 오색, 핏빛 등’이라고 기록되었음을 밝혀놓았다.
더구나 이러한 현상은 『승정원일기』에는 인조 때(1623-1635)만 초경(19:00-21:00)에서 오경(03:00-05:00) 사이에 일어난 126번의 기록이 있다.
이 오로라는 극광이다. 즉 지구의 자극(磁極) 부근의 전리층에서 발생하는 고강도의 대기 이온화 현상인데, 이때 빛의 현란한 경관이 함께 나타난다.
오로라가 가장 자주 보이는 곳은 남북 양극지방의 지구자기위도 65°-70°의 범위로서 이 지역을 오로라대(aurora zone)라고 한다. 이 오로라대보다 고위도나 저위도에서의 출현빈도는 감소한다. 오로라가 출현하는 위도는 지방시(地方時)에 따라 다르며 밤에는 65°-70°사이에 많으며, 낮에는 75°-80°로 위도가 높아진다.
이런 오로라 현상이 조선에는 늘 있어왔다. 그만큼 조선의 지리적 위치는 지구자기위도 65°-70°사이에 일어나는 범위에 적어도 북방지역이 들어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숱하게 오로라를 보았다고 외치며 기록으로 남겨두었던 사실을 올바로 해석하고, 지리적 강역을 쉽게 한반도로 한정할 수 없다. 한반도는 북위 43°로서 결코 오로라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땅이다.
이 오로라 현상을 볼 수 있는 지역은 곧 야백제/야흑제를 지냈다는 『정조실록』과 『홍재전서』의 기록과 일치하며, 러시아에서 대대적으로 펼치는 백야제와 일치하는 지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밤에만 일어나는 오로라 현상과 밤이 아예 없거나 밤이 짧아서 일어나는 백야현상은 그 위도가 동일하지는 않지만, 오로라는 반드시 백야현상이 일어나는 극지방에 가까운 곳에서만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 북부에서부터 시베리아 동부 끝까지의 땅이 조선의 일부였다고 해야만 『인조실록』과 『승정원일기』와 『소현동궁일기』는 거짓이 아니고 진실의 기록이 된다.
북위 70° 선상에서까지 일어나는 오로라 현상과, 북위 48° 이북의 북극지방에 가까운 지역에서 일어나는 백야현상은 결코 지금의 만주 땅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천체현상을 조선 사람들이 목격한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우리들이 보지 않았다거나, 볼 수 없다거나, 잘못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있는 그대로가 진실이며, 그곳까지도 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