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뒤늦게 <산해경>번역에 정신이 없다.
20년을 주물럭거리면서 지내온 세월이다.
늘 자신이 없어 머뭇거렸다. 학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몇 편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생겼다.
이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번역하는데 나는 깜짝 놀란 것이 있다.
력샤ㅏ적 사실을 발견해서가 아니다. 유명한 사람의 번역서에서 눈길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1) 곽박의 말에 의하면 시자왈(尸子曰)이라고 한 것은 죽은자를 말한다.[p.498]
이 말을 나는 출처를 밝히지 않겠다. 그분의 역작에 대한 비난이나 하는 것 같은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尸"는 '주검"이다. 글자대로 풀면 위의 인용문이 틀린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상식선에서 보면 사람은 살았을 적에 말을 할 수 있지, 죽으면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다. 귀신의 말을 인간이 어찌 알 수 있으랴!
그렇다면 "尸子"란 무엇인가?
사람이다. 물론 지금은 죽고 없는 사람이다.
'子'는 존칭에 쓰는 말이다. 공자의 자, 맹자의 자, 순자의 자, 한비자의 자처럼 말이다.
그럼 '尸'는 성이다. '尸佼'[시교]라는 사람이다. 기원전 4세기의 사람이며, 상앙과 전략을 공유했던, 아니 상앙보다 한 수 위였다고 할까.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책이름이 <시자>이다.
시중에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온 줄 안다.
혹시 이 '시자'라는 말에서 "씨저"라는 이름이 서양 력사에 유명한 인물로 붙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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