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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장어와 바다장어

작성자최두환|작성시간15.12.23|조회수261 목록 댓글 0

 한글은 본디 쓰기에 불편함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어떤 나라/지방의 말도, 짐승의 소리까지도 쓸 수 있다고 했으니까.\그런데 우리가 쓰는 한글에는 제약이 많다. 너무도 많다.

[ㅅ]의 기호가 들어가는 법을 보면 황당하기 이를데 없다.


(1) 덧저고리 돗자리 엇셈 웃어른 핫옷 무릇 사뭇 얼핏 자칫하면 뭇 옛 첫 헛 : 'ㄷ'으로 적을 근거가 없는 것은 'ㅅ'으로 적는다.


여기서의 'ㅅ'은 소리가 [ㄷ]으로 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런 글자들의 모양을 보면 긑소리에는 'ㅅ'이며, 합성어의 앞글 끝소리가 홀소리[모음]이다.

우리들이 늘 이렇게 써 왔기 때문에 별로 불편함이 없이 '사이 시옷[ㅅ]'의 용례에 빠져 있다.


(2) 고랫재 귓밥 나룻배 나뭇가지 냇가 뒷갈망 맷돌 머릿기름 모깃불 못자리 뱃길 볏가리 부싯돌 선짓국 쇳조각 우렁잇속 잇자국 잿더미 조갯살 찻집 킷값 핏대 햇볕 혓바늘 쳇바퀴 댓가지 바닷가 아랫집 : 앞말이 홀소리[모음]으로 끝나면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때에 사이 'ㅅ'을 쓴다.


(3) 멧나물 아랫니 텃마당 아랫마을 뒷머리 잇몸 깻묵 냇물 빗물 : 앞말이 홀소리[모음]으로 끝나면서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로 나는 것에는 사이 'ㅅ'을 쓴다.


(4) 도리깻열 뒷윷 두렛일 뒷일 뒷입맛 베갯잇 욧잇 깻잎 나뭇잎 댓잎 : 앞말이 홀소리[모음]으로 끝나면서 뒷말의 첫소리 홀소리[모음] 앞에서 [ㄴㄴ]으로 소리가 덧나는 것에는 사이 'ㅅ'을 쓴다.


(5) 귓병 머릿방 뱃병 봇둑 사잣밥 샛강 아랫방 자릿새 전셋집 찻잔 찻종 촛국 콧병 탯줄 텃세 핏기 햇수 횟가루 횟배 :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홀소리[모음]으로 끝나면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에는  사이 'ㅅ'을 쓴다.


(6) 곗날 제삿날 훗날 툇마루 양칫물 : 앞말이 홀소리[모음]으로 끝나면서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로 나는 것에는 사이 'ㅅ'을 쓴다.


(7) 가욋일 사삿일 예삿일 훗일 : 뒷말의 첫소리 홀소리[모음] 앞에서 [ㄴㄴ]으로 소리가 덧나는 것에는 사이 'ㅅ'을 쓴다.


(8)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 두 음절로 된 이 한자어에만 사이 'ㅅ'을 쓴다.


위에서 (1)은 한글맞춤법 제 7항의 조건이고, (2)~(4)는 제30항에 순 우리말로 합성된 낱말의 사이 'ㅅ' 조건이다. (5)~(7)은 순우리말과 한자어의 합성어에 단 사이 'ㅅ'의 조건이다.

한글은 쉽다고 했는데, 이런 여덟 가지의 조건을 어떻게 알고 쓸 수 있겠는가.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이든,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합성된 것이든 차라리 앞말이 홀소리[모음]으로 끝나는 말에는 무조건 사이 'ㅅ'을 붙인다는 조건을 다는 것이 더 쉬울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표준발음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 표준발음법에는 위에서 설명되지 않는 낱말로써 보기를 든 것이 있다.


제30항에 보면, 'ㄱ, ㄷ, ㅂ, ㅅ, ㅈ'으로 시작하는 단어 앞에 사이시옷이 올 때는 이들 자음만을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이시옷을 [ㄷ]으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한다. : 냇가[내:까/낻까] 깃발[기빨/긷빨] ....


이렇게 보면 사이 'ㅅ'의 조건이 무색해진다. 차라리 (1)~(8)은 모두 표준발음법에 넣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조건을 두고서 다음의 낱말을 보자.

'바다장어[-짱-]'라고 <국어사전>에서 표시해두었다. 이것은 위의 (5)항에 적용을 받아야 옳다. 그렇다면 '바닷장어'라고 해야 표준말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도 사이 'ㅅ'은 들어 있지 않다.

'갯장어(-長魚)'라고 <국어사전>에 실려 있다. 이것은 위의 (5)항에 적용을 받는다. 그렇다면 같은 조건을 가진 '바다장어'에는 사이 'ㅅ'이 없고, '갯장어'에는 사이 'ㅅ'이 들어 있다.

'개'는 조수가 드나드는 곳이다. '바다'와 마찬가지로 홀소리[모음]으로 끝나는 말일 뿐이다. 단지 다르다면 '개'는 윷놀이 패의 이름이 있고, 또 집에서 기르는 짐승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이 'ㅅ'이 들어가서 그것과 구별코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된소리의 있고 없고인데, '바다장어'는 분명 '바다짱어'로서 된소리가 나므로 '바닷장어'라고 표기해야 되지 않을까?

참으로 어려운 한글맞춤법이다.

이런 낱말의 조건 때문에 받아쓰기나, 써 놓은 것을 맞거나 틀린 것을 골라라고 하면 만점짜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더구나 '바닷개 : 물개'는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이 '바닷개'는 아무리 사이 'ㅅ'을 썼을 망정 된소리 [바받깨]로 나지 않고 그냥 [바닷개]의 [개]로 소리 난다.

이러고 보면 지금 표준말이라고 하여 쓰고 있는 우윳빛은 우유빛으로, 등굣길은 등교길로, 빨랫줄은 빨래줄로, ... 써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고깃국으로 써지만 고기국이라고 쓴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한글맞춤법>이 편리하고도 쉽게 써자고 만든 법일 텐데, 도리어 불편하고도 어렵게 만든 것이 되어 버렸다.

그 표준이 되는 <국어사전>에서마저 그 원칙을 지키기 어려워 잘못 쓴 것이 있다는 것은 두음법칙을 비롯하여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위의 맞춤법의 조건을 보니, 합성어에서 글자의 문제가 아니라, 소리의 문제였다. 그렇다면 표기를 다루는 <한글맞춤법>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몽땅 소리를 다루는 <표준발음법>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한글학회니, 문교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제대로 짚어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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