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이!
이 말은 사실 정형화된 옳은 말이라고 할 수 없다. 아무거나 사용하면 되는 "동이"이고, 오직 물을 긷는데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동이"는 경상도에서는 [도-]라고 비슷한, [동-]은 아닌, 콧소리를 내는데, 사람마다 "동우/동의/동왜"라고도 불리며, 그 모양은 둥글고 배가 부르며, 아가리가 넓고, 양쪽에 손잡이가 있는 그릇이다. 이것은 그 재질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함석으로 만든 "양동이"가 있고, 진흙으로 만든 "질동이"가 있다.
"물동이"로 번역된 한자를 보니 몇 가지가 나온다.
첫째, "분(盆)"이 있다.
"流星落東北間, 大如盆。"[별똥별 동북쪽에 떨어졌는데, 크기가 물동이만 하였다.][정종 2년 경진(1400,건문 2) 월 1일 갑자]
"見一婦戴水盆"[어느 부인이 물동이를 이고 가는 것을 보았다.][東國李相國全集卷第三 古律詩 東明王篇 幷序]
둘째, "옹(瓮)"이 있다.
"水瓮"[물동이][가례도감의궤 영조정순왕후(嘉禮都監儀軌英祖貞純王后) > 일방 의궤(一房儀軌) > 용환질(用還秩) ]
여기서 보면, "물동이"이란 "盆/水盆"으로 새겨지는 셈이다.
그러면 "질동이"를 옛날에는 어떻게 표기했을까?
<훈민정음>의 "질동이"가 어디에 있는지 보고 싶다.
그런데 한자로 빌려 쓴 글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陶東海"[질동이]이다.[가례도감의궤 영조정순왕후(嘉禮都監儀軌英祖貞純王后) > 도청 의궤(都廳儀軌) > 품목질(稟目秩) ]
둘째, "瓦盆"[와분]이다.
"儂家瓦盆何可負"[내 집의 질동이를 어찌 저버리리][속동문선 제4권 칠언고시(七言古詩) 국정 추월(菊庭秋月) 김종직]
세째, "瓦甕"[와옹]이다.
"瓦甕新酒香"[질동이엔 새로 빚은 술이 향기로워][사가시집 제14권 시류(詩類) 한가로이 앉아 회포를 써서 오 동린(吳同隣)에게 부치다.]
넷째, "叱同/叱同伊"[질동이]이다.[조선왕조실록 여기저기]
이 넷째의 "질동이"는 사람 이름이다.
이 "질동이"를 표기한 글을 보면, 다 다른데, 대개 "瓦盆"을 많이 썼음을 본다.
그런데 유독 <가례도감의궤 연조정순왕후> 품목질에 보면, 특이하게도 "陶東海"라고 했다. 지금의 소리는 [도동해]이다. 이것이 어떻게 [질동이]로 되었는가?
한자를 빌려 씀에는 비스산 소리가 나면 그 뜻과 관계없이도 사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陶"는 "질그릇"을 뜻하니까 쓰게 되었음은 쉽게 알 수 있으며, 그 뜻의 '질'을 소리로 썼다.
그런데 "東海"는 [동해]>[동이]로 비슷하게 되는 글을 활용했음을 본다. 한자에 [동][이] 소리가 나는 글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위의 넷째에 쓰인 글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자의 표기에 너무 민감하여 반드시 그 뜻으로만 새기려고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명시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고전 가운데, 해석되지 않는 것들은 모두 그 소리로써 의미를 다시 찾아야 할 것이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위 증즐가
어라하(於羅瑕)
어륙(於陸)
사뇌(詞腦)
이 모두를 산스크리트나 페르시아어로 풀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