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짐승 가운데 우리의 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짐승으로 소 염소 돼지 개 토끼 닭 오리 등일 것이다, 그 가운데 ‘돼지’라는 이름이 다른 이름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돼지’는 옛날엔 ‘돝’이라고 했다. 한 글자로써 이루어진 짐승의 이름에 말을 하게 되면 토씨가 붙게 마련인데, 특히 ‘돝이’라고 쓰인다. 그 소리는 [도티][도치]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소리는 내지 않고 쓰지도 않으며, 거의 모두 ‘돼지’라고 쓴다. 이 글자의 구성은 아마도 ‘돝아지’일 것인데, 우리는 ‘도야지’라는 말을 많이 쓴다. ‘아지’는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처럼 ‘짐승의 새끼’를 뜻하므로, 돼지 즉 ‘돝아지/도야지’는 ‘돝의 새끼’이다.
어른 돼지를 새끼의 뜻으로 ‘돼지’라고 쓴다는 것은 부식의 소치인지, 아예 지식불감증의 극치인데, 줄곧 그렇게 쓴다. 이것이 아니며, ‘돝이’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차라리 ‘도티’니, ‘도치’라고 해야 옳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다 큰 돝을 글자와 소리로 새끼 돝의 뜻을 가진 ‘돼지’라고 말할까?
아마도 무지에서 온다고 보기보다는 아무래도 [돝(이)]>[도티]>[도치]에서 [돼지]로 변형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어미 돝과 새끼 돝을 구분하고, 어원을 밝혀서 구분이 되는 올바른 글과 말은 ‘돝’이지만, 이미 관습처럼 익어버린 말이니 토시를 붙인 [돝이]>[도티]라는 말을 쓰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같이’를 [가티]가 아니라, [가치]로 읽는 것처럼 [도치]로 읽으면, 바닷물고기 ‘도치’와 사기로 만든 의치인 ‘도치(陶齒)’와 뒤바꾸어 둔다는 ‘도치(倒置)’와도 혼돈되므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만약 이런 변형된 말의 사용은 사실 불합리하다. 그렇다면 외자의 ‘닭’처럼 아예 ‘돝’으로만 쓰고, 새끼 돝을 ‘도야지’로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돼지’는 글자의 구성에서 보면, ‘도애지’ ‘도아이지’로서 결국 ‘도야지’가 되므로, ‘돼지’로써는 어른/어미 돝을 그렇게 불러 줄 수 없는 글자이다. 단지 그런 글자와 말을 우리가 써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