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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시리 가시리잇고?

작성자최두환|작성시간10.12.16|조회수2,955 목록 댓글 0

고려가요 가운데에는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낱말이 제법 있다. 이미 <청산별곡>에서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가 그렇지만, <가시리>란 노래의 "위 증즐가"도 마찬가지다.

가시리 가시리 잇고 나는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는 [날 버리고 가시렵니까]
위 증즐가 태평성대(太平盛代)

날러는 엇디 살라 하고 [나더러 어찌 살라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는 [버리고 가시렵니까]
위 증즐가 태평성대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붙잡아 두고 싶지만]
션하면 아니올세라 [서운하면 오지 않을까 두려워]
위 증즐가 태평성대

셜온님 보내옵나니 나는 [서러운 님 보내옵나니]
가시난 듯 도셔오쇼셔 나는 [가자마자 다시 오소서!]
위 증즐가 태평성대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며 부른 노래이며, 애절한 심정을 곡진하게 표현하였는데, <귀호곡(歸乎曲)>이라고도 하는 이 <가시리>는《악장가사》와《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전한다.
그런데 이 가사에는 후렴으로 한결같이 "위 증즐가 태평성대"라고 하였다. 태평성대야 모를 사람이 없겠지만, "위 증즐가"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요즘 유행가에 "랄랄랄…"정도인가? 아니면 "뚜룻뚜룻뚜 하!"일까?
사랑하는 님을 보내는 마음이 담겼는데, 어떻게 떠난다는 말일까?
나는 풀어지지 않는 말에 페르시아어를 대입시켜보면, 전혀 색다른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혹시 억지가 될까 망설이면서….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하여 다음의 글을 보자

'가시리'를 리병기(李秉岐)는 <고려사악지> 속악의 '례성강곡(禮成江曲)'의 전편(前篇)으로 추측하였는데, '례성강곡'의 설화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당나라 상인인 하두강이라는 사람이 바둑을 잘 두었다. 그가 한번은 례성강에 갔다가 아름다운 부인을 보고는 탐나는 마음이 생겼다. 그는 그녀의 남편과 바둑을 두어 거짓으로 지고는 많은 물건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의 아내를 걸고 바둑을 두자고 하였다. 남편은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상인은 실력을 다하여 단번에 이기고는 그의 아내를 빼앗아 배에 싣고 떠나가 버렸다. 이에 남편은 회한에 차서 이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 전해지기는 그 부인이 떠나갈 때에 몸을 매우 죄어 매서 하두강이 그녀를 건드리지 못하였다고 한다. 배가 바다 가운데에 이르자 뱅뱅 돌고 가지 않으므로 점을 쳤더니, 절부(節夫)에 감동되었으니 그 여인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반드시 파선하리라 하였다. 그래서 뱃사공들이 두려워서 하두강에게 부탁해서 그녀를 돌려보내 주었다. 그녀가 또한 노래를 지었는데, 이것이 후편(가시리)이다.[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mun-hak-ji-do-seo/2-2-text/ga-si-li.htm]

여기엔 "아내"를 내기의 대상으로 둔 것이 꼭 중국대륙의 이야기 같다.
그런데 그 내기에 빼앗긴 아내가 그런 남편을 사랑한다고 애틋하게 절규하고 있다. 이미 "가시리에서 시의 내용은 님과의 이별인데 후렴은 '위 증즐가 태평성대'라 하여 주제와 전혀 맞지 않다."는[이윤희,《고려속요 여음의 기능과 특성》] 지적이 있으며, 이 '례성강곡'과 '가시리'의 내용과는 매우 어울리지 않지만, 그녀를 앗아간 하두강은 배를 타고 데리고 갔던 사실에서 관련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노래다. 이 후렴을 페르시아어로 풀어보자.

(1) 위: alef·vav·ye>uvy[uy]: alef·vav>u[u](그. 그녀. 그의. 그것. 저것.)의 옛말.
(2) 증: jim·ye·gaf>jng[jong]: 배. 선박. (지식의) 보고; 전쟁. 전투. 싸움
(3) 즐: za·lam>zl[zell]: 보호. 비호.
(4) 증즐: jim·nun·jim·alef·lam>jnjal[janjal]: 말다툼. 소동. 소란. 싸움.
(5) 가: gaf·he>gh[gah]: 때때로
(6) 가: gaf·re>gr[gar]: 만약. …이라면; …하는 사람

이런 낱말에서 (4)(5)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머지의 것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위: 그
증: 배[船]
즐: 보호하다. 지켜주다.
가: …하는 사람.

이 "위 증즐가"는 "(나를 태운) 그 배가 (나를) 지켜줄 사람인가요?"하면서 부른 노래라고 본다. 그렇다면 그 뒤의 "태평성대"라는 말은 이래저래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도 원망의 강조가 있는 노래이므로 반복의 후렴으로 본다면 "위 증즐가"라는 말이 두 번 적혔을 가능성이 있다.
"가시리 가시리잇고"하면서 애절하게 원망의 노래를 하면서 그 속에 "태평성대"라는 말이 들어갈 까닭이 없고, 또 아무런 의미없는 낱말로써 그렇게 끼워 넣어 원망을 강조했을 까닭이 없다. 그녀가 떠날 교통 수단이 가마도 아니고, 말도, 당나귀도 아닌 바로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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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대륙 조선사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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