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山兮要我 - 청산은 나를 보고 나옹선사 (懶翁禪師, 1320-1376)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靑山兮要我 以無語 : 청산혜요아 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蒼空兮要我 以無垢 : 창공혜요아 이무구)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聊無愛 而無憎兮 : 료무애 이무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如水如風 而終我 : 여수여풍 이종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靑山兮要我 以無語 : 청산혜요아 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蒼空兮要我 以無垢 : 창공혜요아 이무구)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聊無怒 而無惜兮 : 료무노 이무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如水如風 而終我 : 여수여풍 이종아)
이 글은 고려 말, 공민왕의 왕사(王師)였던 고승 나옹 혜근(懶翁 慧勤) 스님의 불교 가사입니다. 혜근이 법명이고 나옹은 호이지요.
나옹 화상(懶翁 和尙)
짧게 살다가는 한 평생, 사람사는 세상은 말도 많다. 이유, 변명뿐 아니라, 남의 탓도 많고, 자기 자랑 또한 많다.
청산(靑山)처럼 푸르고 듬직하게 불평없이 살라는 나옹(懶翁)의 가르침이 마음에 와 닿는다. 청산이란 넓은 의미에서 뼈를 묻는 산 즉, 분묘(墳墓)의 땅이란 뜻도 있어서 이 낱말을 대하는 마음엔 친근감과 함께 숙연함까지를 같이 하게 된다.
나옹은 창공(蒼空)처럼 티없이 맑게 살라고 가르침을 준다. 티없이 산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가꾸라는 뜻일게다. 푸른 하늘에는 은하수도 흐르거니와 그곳엔 절대적인 조물주의 권위가 존재한다.
따라서 옛 선인(先人)들은 하늘에 맹세를 하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산다고 시(詩)로도 읊었다.
창공(蒼空)처럼 티없이 살라하나, 범인(凡人)인 우리로서야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탐욕은 나의 것에 집착하는 인간의 영악함과 미욱함의 전유물이다. 성냄은 곧 자기의 뜻에 거슬리는 모든 것에 대한 역작용이며 미움, 분노나 증오와 상통하는 맥이다.
탐욕과 성냄을 벗으라는 것은 결국 집착하는 마음을 경계하고 순리대로 순응하며 물과 바람같이 살라는 뜻이 되겠다.
덧 없는 세월에 안 그래도 짧기만 한 인생사, 어느 누구의 뜻이라서 도도한 흐름의 어느 틈새인 이 시대, 이 공간을 채우는 한 점 먼지의 역(役)이 주어졌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하찮은 역(役)일망정 그 또한 조물주의 깊은 축복이니 물, 바람, 강, 구름이 흐르는 것 같은 차분한 흐름에 거슬리지 말고 살라는 이야기이다.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