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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Re:마루야마 겐지...물의 가족.... 이미지. 이미지.

작성자가면의고백|작성시간00.11.16|조회수55 목록 댓글 0
라스무스님과 돌고래님의 말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마루야마 겐지에 답글을 달고 싶어하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다.

물의 가족을 잘봤다는 말을 할까...소설가의 각오를 잘봤다는 말을 할까 많이 망설였다. 두가지 다 말하면 그만이겠으나 그것은 겐지식으로 말하자면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거칠게 나아가는' 나로서는 두가지의 욕심을 부리기엔 버거운 편이라 한가지라도 제대로 소개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소설가의 각오를 소개해본다면,
소설가의 각오는 소설가나 소설가 지망생을 위한 책은 아니다. 그들을 포함한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가진 모두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이미지로서 능가하는 소설을...쓰려한다는것...멋지지 않은가! 그리고 그는 그것이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작품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미지와 독(毒)을 배웠다. 다만 걸러듣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읽지말것...

물의 가족.
내가 마루야마 겐지를 처음 느끼게 한 책일 것이다.
대학에 처음 들어간뒤에 같은 학년임에도 나이가 나보다 네살은 많은듯한 사내가 오티(O.T.)를 가는 버스안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것을 보았다.

표지의 말들이 신선했다. 시소설이라...매력적인 문구가 아닌가. 거기에 소설만을 쓰고 싶어서...소설의 원고료만으로 생활하고 싶어서 시골로 이사가고, 자기가 쓰고 싶은 것만 쓰는 자존심을 지키는 작가라니...나는 그 형뻘이 되는 남자의 책을 잠시만 빌려본다고 하고는 반이나 읽고서 막무가네로 빼앗기게(?) 되었다.
돌아와서 내가 한일은 그 책을 사서 나머지를 보는 일이었다.

물의 가족에서 내가 당황스러워 했던것은 그의 문체였다. 아니, 그보다 눈에 띤것은 그의 문장 가르기였다. 매번 문단문단 마다 나오는 한문장씩의 말. 그말만을 조합해서 읽은적도 몇번 있었다. 책을 다 읽은후에...따로따로 유리되어 있던 문장들은 그것들만으로도 또하나의 의미가 되었다.

주인공 남자는 근친상간을 어머니에게 발각당하고 자살한다. 자살한 영혼은 전혀 더럽지도 불결하지도 않다. 그는 맑은 영혼이 되어 떠다닌다. 그는 자신의 가족의 곁에 있곤 한다. 여동생에게 어머니에게...가족에게. 가족과 쿠사바 마을과 물이 같이 흐르고 얽힌다. 그리고 그 영혼은 다시 구원받게 된다.

시점에 주목하라고 하고싶다.
그의 자유로운 시점은 놀랍게도, 내가 보아았던 소설에서는 전혀 보기 어려웠던 시점이었다. 그것은, 주인공이 유령이기에(!) 가질수 있는 시각들이다. 가족을 바라보다가 순식간에 뒷산을 바라보고 산전체를 포괄하면서 넘어간 눈길이 다시 산너머의 나무에 머물수 있는것은 주인공의 특수한 처지로 인한 결과다. 마치 날개달린 카메라로 세상을 보는듯한 기분. 물의 가족이 흐르는 듯하게 읽히는 멋진 배치다.

그리고 작품 전체를 차지하는 물의 이미지는, 그 지독한 천착으로 인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전부였던 일본문학에 대한 관심을 지대하게 높였던 계기가 되었다. 그 관심은 곳 미시마로 야스나리로 오사무로 이어지게 되었다.
시소설이라 것. 그 선명한 이미지. 이미지.

아주 재미있지도 않고, 아주 스릴넘치지도 않은 그런 소설이다. 하지만 이미지가 강한 소설을 읽고 싶고, 시소설이 어떤 말인지 알고싶고(그의 문체가 시처럼 장식이 많아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의 문체는 하드보일드에 가깝다) 어떤말인지 알고싶고, 작가정신이 지독한 작가의 소설을 읽고싶다면, 난 달에 울다와 천년동안에와 함께 물의 가족을 추천하고 싶다.

여기, 마지막 문구를 담아본다.

어디를 가든지, 나는 쿠사바 마을을 잊지 않는다. 어디에 있든지, 나는 쿠사바 마을의 모든 것을 선명하게 감지할 수가 있다. 한창인 봄에 잠겨 있는 나의 쿠사바 마을은 지금, 막 태어난 아기처럼 따뜻한 비에 덮여 있고, 초산을 마친 지 얼마 안 되는 어머니처럼 부드러운 물소리에 싸여 있다. 모든 빗물은 강으로 모여, 빨간 다리밑을 빠져나와, 세 바퀴 큰 물레방아를 돌리고, 깊은 대나무숲 곁을 천천히 흘러간다. 모든 물은 잠자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속을 흘러, 악몽과 슬픔의 잔재를 씻어내고, 그리고 망망한 바다를 향해 조용히 내려간다.

물망천은 울면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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