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완전 큰 맘 먹고 비싼 올가닉 코튼 티셔츠를 하나 샀어요! 도산공원 쪽으로 빙수 먹으러 나갔다가 소재가 정말 좋아 보이는, 손 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피붓결보다 더 보드라운, ‘이렇게 얇디 얇은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직조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녕 얇고 보드라움과 가벼움이 예술인 올가닉 코튼 롱 티셔츠에 꽂혀서 큰 맘 먹고 데려왔어요. 매장에서 입어 볼 땐 몰랐는데.. 집으로 돌아와 옷을 꺼내는데 순수하기 그지 없는 기분 좋은 코튼향이 코 끝을 간지르더라고요. 왜 보송보송한 호텔 린넨 침구에서 나는 것 같은 그런 향.. 알죠? 잠시 깊게 숨을 들여 마시고, 새 옷에서 나는 특유의 보송보송한 향을 한껏 들이마셔 봤는데요.. 그저 새 옷의 향기일 뿐인데, 굉장히 제 마음이 깨끗해지고 순수해지는 그런 기분을 느꼈지 뭐예요.
저요~ 빨리 새 티셔츠 입고 싶어서 설레는 맘으로 샤워하고, 기분 좋은 코튼향이 나는 새 티셔츠를 입고 앉아 윤주메일을 쓰는 중이랍니다. 새 옷의 좋은 향기 때문에 되게 행복해져 있어요 지금. >_< G마켓에서 싼 맛에 사서 입는 티셔츠들은 비닐봉지에 대충 담겨 와선, 꺼내는 순간 각종 독한 화학 냄새가 나서 꼭 세탁한 후에 입어야만 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좋은 브랜드는, 사서 바로 입고 싶어서 미치겠는, 그런 순수한 좋은 향기가 난다는 각별한 고급스러움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또 유난히 향기에 민감한 여자다 보니.. ^-^;
좋은 소재의 티셔츠가 가득한, 제가 꽂힌 프랑스 브랜드 매장에서 문득, 같은 프랑스 디자이너인 이자벨 마랑이 떠올랐어요. ‘여기 마랑이랑 되게 비슷한 느낌이네~’ 이랬거든요. 티셔츠 한 장에 40~50만원씩이나 하는(맙소사!) 마랑은 미란다 커나 린지 로한 등 헐리웃 스타들이 애용하면서 파파라치 컷에 자주 등장하고, 그래서 옷에 돈 좀 쓴다 하는 패션 피플들은 꼭 한 장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중압감을 받는 그런 브랜드잖아요? 린넨 티셔츠가 차분하게 걸린 마랑 매장에 들어섰을 때 린넨 소재가 주는 순수한 감촉과, 프레시했던 그 공기가, 그래서 오늘 떠올랐나봐요.
그리고 전 화장품홀릭이잖아요! 이 고급스러운 올가닉 코튼의 향을 한껏 느끼면서 향수를 하나 떠올렸어요. ‘맞아! 이거 전부터 우리 카페에 소개한다, 한다 해 놓고 아직 안 하고 있었네..!; 싶더라고요. 안타깝게도 국내 미유통 브랜드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필로소피입니다. 필로소피의 향수는 대개 grace 시리즈로 통해요. 어메이징 그레이스, 퓨어 그레이스, 베이비 그레이스, 이터널 그레이스, 이너 그레이스, 썸머 그레이스 등이죠.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오늘의 주인공 ‘퓨어 그레이스(pure grace)’랍니다. 향수와 바디 워시, 바디 로션, 핸드 워시, 핸드 로션, 비누 같은 제품들이 나오는데요, 좋은 소재의 코튼 또는 린넨에서 나는 보송보송 순수한 그 향을 느낄 수 있는 향수죠!
저에겐 이런 로망이 있어요. 바쁘게 일하다 큰 맘 먹고 해변이 멋진 리조트에 가서 꼼지락거리며 일주일쯤 푹~ 쉬다 오고픈 로망이요. 유명 관광 스팟을 단체 버스 타고 돌아다니면서 인증샷 찍고 하는 그런 여행 말고요, 해변이 보이는 리조트로 혼자 책을 잔뜩 싸 들고 고고씽하는 거죠! 키를 받아서 룸에 들어갔는데 중저음의 낮은 소리를 내며 실링팬이 찬찬히 돌아가고 있고, 대충 짐 푸르고 샤워하고 나와서 각 잡힌 보송보송~ 깨끗한 린넨 침구에 누웠는데, 코튼향이 코 끝을 스치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좋아서는 바동바동거리고 싶은 그런 거요!
그 다음 날엔.. 늦은 아침 맛나 보이는 걸로 가득한 뷔페형 카페에서 조식으로 배를 채우고.. 낮엔 러쉬 입욕제로 거품을 잔뜩 내 전신욕을 하면서 음악을 듣고, 맥주 한 잔도 욕조 안에서 해 보고, 거품 목욕을 마친 후엔 가운을 입고 나와서는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 놓은 방에서 깨끗한 이불을 덮어 쓰고 발꼬락 꼼지락거리면서 책 읽고, 그러다 낮잠도 자는 거 제겐 언제나 꿈꾸는 로망이랍니다.
여행 갈 여유는 안 되는데, 요즘 전 그런 로망으로 가득 찼어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단 책부터 잔뜩 사놨거든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비롯해서 순식간에 20권이 넘는 책이 방바닥에 쌓이고 있어요. 이렇게 한번에 많은 책을 산 적이 없는데.. 좁아서 어디 둘 데도 없고.. 지저분하게 잔뜩 쌓인 새 책들이지만, 그걸 보며 제 마음만은 평온해지는 거 있죠? ‘그래! 이렇게 책 사다 놨는데.. 곧 갈 수 있겠지..’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거죠 뭐.
제 로망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보송보송한 린넨 침구예요! 좋은 리조트의 보송보송한 침구에서 느껴지는.. 막 빨아서 습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말려 각 잡아놓은 린넨 침구의 향! 되게 행복해지잖아요. 그리고 바다를 향해 난 리조트 테라스로 통창을 열고 나갔을 때 깨끗한 아침 바람에 실려 오는 공기의 깨끗함, 백사장을 맨 발로 걸을 때 습기 없이 맑은 대기에서 느껴지는 공기 냄새, 파란 하늘에 걸린 새하얀 구름에서 느껴지는 사뿐한 가벼움, 그리고 생 모짜렐라 치즈처럼 탄탄한 아기 피부에 뽀뽀를 할 때 한껏 느낄 수 있는 순수하기 그지 없는 애기의 살 냄새, 뭐 그런 거요. 상상만으로도 괜히 미소가 지어지는 순수의 극치인, 그런 향들이죠.
전 시트러스 계열이 유난히 잘 나오는 프레쉬(fresh)의 슈가 레몬이랑 헤스페리데스를 향수 중에서 가장 좋아라 하지만, 여름엔요. 그런 순수한 애기향, 세탁해서 보송보송하게 마른 코튼이나 린넨에서 나는 향도 좋아 죽겠어요. 정녕! 뭐랄까, 30대, 거기에서도 화살표는 중반을 가리키는 나이지만.. 그런 애기향은 저를 되게 순수하게 만들어 주는 기분이 들거든요. 향 덕분에 내 마음도 아주 깨끗하고 투명해지는 것 같고. 전 그런 애기향이 나는 사람을 보면(주로 그게 아직 1살도 안 된 제 조카지만) 안아 주고 싶어요. 꼬옥. 살에서 애기 냄새 나는 거 정말이지 무~지 좋거든요.
바로 그런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향수가 필로소피의 퓨어 그레이스에요. 보통 ‘베이비 파우더리 향’이라고 표현하죠? 불가리의 쁘띠 에 마망, 그리고 지방시의 쁘띠 상봉이 대표적이죠. 저도 옛날에 걔네들 되게 좋아했거든요? 근데 솔직히 불만도 있어요. 걔네들 너무 향이 빨리 달아나서, 1시간에 1번씩 뿌려대도 그 향을 충분히 즐기기가 힘들어요. 흥! 뭐 애기에게 뿌려주는 컨셉의 향수니까, 부향률을 너무 높이는 게 애초 무리긴 하죠. 근데요, 필로소피 퓨어 그레이스는 달라요. 뿌리면.. 베이비 파우더리 향이 되게~ 오래 가요. 밤에 뿌리고 잤었는데 글쎄 다음 날 아침까지도 저한테 애기 냄새가 나더라니까요. 퓨어 그레이스를 뿌렸을 때 그 기막힌 지속력에 감탄했던, 첫 만남의 이미지는 제 뇌리에 그래서 각인되어 있어요.
이런 베이비 파우더리 향, 꼭 애기들만 쓰란 법 없거든요. 그리고 필로소피의 퓨어 그레이스는 사실 애기들보단 성인을 타깃으로 해서 나온 향수고요. 베이비 그레이스는 따로 있으니까. 이런 향기가 날 것만 같은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순수하기 그지 없는 이연희 씨, 청초한 아름다움의 전형을 보여 주는 최고의 미녀 한가인 씨, 깨끗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히로스에 로쿄, 그리고 베이비 페이스의 대표 모델인 젬마 워드 같은.. 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드리 햅번이나 올리비아 핫세가 바로 그런 이미지의 원조 요정들이죠! 뭔가 향수에 대해서 설명할 땐 제가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비주얼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이런 느낌이다, 라고 설명하는 게 여러분한텐 더 나을 듯해서 사진을 많이 보여 주는 중인데요, 귀여운 아기 강아지나 아기 고양이한테 이런 향이 난다면 마구 뽀뽀해 주고, 팔베개를 해서 재워 주고 싶어지잖아요! 그쵸?
메일 쓰다가 도중에 잠깐 나갔다 왔거든요. 지인이 동네 찾아와서. 꼭 밤 12시 전에 보내리다 맘 먹었는데.. 나갔다 와서 마저 메일 쓰느라 1시가 넘었네요. 여하튼!! 관능적이고 지극히 여인의 느낌이 물씬 나는 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저처럼 순수한 애기향을 좋아라 하는 사람도 은근 많더라고요. 남자들이 의외로 이런 애기향이 나는 여자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자~ 필로소피 퓨어 그레이스를 꼭 기억해 두세요! 향수로 즐겨도 괜찮고, 샤워 후 같은 향의 바디 로션을 발라 은은하고 가볍게 즐기는 것도 무지 괜찮답니다.
그냥 대충 순수한 향이네, 좋아 뭐, 하고 쓰는 거랑.. 이렇게 저의 설명을 듣고선, 이런 향이 주는 이미지를 가득 상상하며 즐기는 건, 값어치가 다르잖아요. 저란 사람이 하는 역할이 화장품의 장점을 톡톡 뽑아서 쉽게 알려주는 것이니.. 호호^.^ 오늘도 뿌듯한 기분으로 잘 수 있겠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향수, 필로소피 퓨어 그레이스 매력덩어리를 몇 개월 전부터 벼르기만 하고 미루다가 드디어 소개했으니까요. 그럼 우리 또 봐요. 안녕 나의.. 여러분!
-2011. 08. 25. THU. 화장품쟁이 닥터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