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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부동산] 겨울 민낯을 봐야 살기 좋은 터를 얻는다.

작성자러블리가이|작성시간22.06.04|조회수5 목록 댓글 0

나무의 잎이 다 떨어지고 들녘의 수확이 모두 끝나 ‘민낯’과 ‘S라인’이 그대로 드러난 겨울에 땅을 봐야 살기 좋은 터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은 강원 홍천군 남면 노일마을 일대 전경.

귀농·귀촌 부동산 이야기 (1)좋은 땅 고르기

도시인, 인생 2막으로 시골 선택 봄~가을철 지역 답사 떠났다가

풍광에 끌려 성급하게 살 곳 결정

겨울철엔 토질·지세·일조량 등 주거환경 정확하게 파악 가능해

두루 살핀 후 살기 좋은 땅 골라야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면서 시골 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집터는 어디가 좋을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논밭은 어디로 해야 할지, 집은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등. 좋은 터를 고르면 삶이 풍요로워지지만 선택을 잘못하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된다. 그래서 준비했다. 전문가에게 듣는 시골 부동산 이야기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떤 땅을 골라야 하나?


2009년 이후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를 비롯한 많은 도시인들이 인생 2막 또는 3막의 새로운 삶터·일터·쉼터를 찾아 시골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느림의 미학’ ‘도시인의 로망’이라는 시골생활, 전원생활의 꿈에 한껏 부푼다. 하지만 각종 귀농·귀촌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교육을 받아도, 더 나아가 열심히 발품을 팔며 견학과 답사를 다녀봐도 나와 가족이 살아갈 적당한 지역과 마을을 결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름 심사숙고 끝에 선택을 해도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이즈음 농촌의 들판은 황금물결로 넘실거린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마다 오색 단풍이 점차 짙어진다.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귀농·귀촌을 꿈꾸거나 준비 중인 도시인들은 이때 단풍 구경을 겸해 지역 답사 및 내 땅 찾기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예쁘게 ‘화장한’ 시골 땅의 유혹에 넘어가 충동적으로 덜컥 땅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녹색의 생명에너지가 약동하고 화려한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봄철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시원한 산과 계곡, 강변으로 휴가를 떠나는 여름에도 이왕이면 답사를 겸한다.


그런데 유독 사계절 중 겨울만 외면한다. 시골생활을 준비 중인 대다수 예비 귀농·귀촌인들조차 그렇다. 춥고 미끄럽고 볼 것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골 땅은 산의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들녘의 작물들이 모두 거둬진 다음에야 비로소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소위 ‘화장 안한’ 민낯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토질과 지세·일조량 등의 파악은 물론 폭설과 한파로 인한 주거환경의 변화도 이때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더구나 강원도 등 산간지역의 겨울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장장 5개월에 이른다(살아보면 안다). 그래서 시골 땅 답사의 적기는 봄~가을보다는 살기에 가장 불편한 겨울이다. ‘겨울에 땅을 보라’는 격언이 나온 이유다.


유감스럽게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또는 위탁방식으로 운영하는 많은 귀농·귀촌 교육 가운데 겨울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근래 들어 ‘체험’이 강조되면서 체류형 귀농·귀촌 시설에 직접 살면서 농사기술도 배우고 내 땅도 찾아볼 수 있는 장기 교육프로그램이 많아졌다. 하지만 길어야 봄부터 가을까지다. 겨울에는 예산집행상의 문제, 유지관리의 어려움 등을 들어 기피한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실제 시골생활을 시작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겨울체험 및 교육이야말로 꼭 필요한데 말이다.


시골생활은 멋진 풍광을 무시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 ‘생활’에 방점을 둬야 한다. 가을 단풍에 홀딱 반해 입지의 장단점, 자연재해, 이웃관계, 시골생활 인프라 등을 두루 살피지 않고 덥석 땅부터 사게 되면, 나중에 집 짓고 살면서 땅을 치고 후회하기 십상이다. 화려했던 단풍이 지고 나면 묘지나 작은 축사, 농자재 쓰레기 등 보이지 않았던 주변 환경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겨울에 땅을 봐야 비로소 보기만 좋은 땅이 아니라 겨울에도 살기 좋은 땅을 구별할 수 있다. 물론 보기에도 좋고 살기에도 좋은 땅이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런 땅은 귀하고 그 희소가치 때문에 가격 또한 비싸다. 살기 좋은 터라면 이후 정성껏 가꾸고 돌보면 보기 좋은 땅으로 거듭난다. 인생 2막 또는 3막의 터는 한번 잘못 선택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애초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만약 보기 좋은 터와 살기 좋은 터를 놓고 기로에 서게 된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상책이다. 시골생활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다.


박인호<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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