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건축이란 절차가 정당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를 위해 겉모습에만 치중하기보다 그 과정과 기준에 충실한 것이다.
건축은 미술과 다르다.
심미적인 화려함이 전부가 아니며, 그 안에는 구조적인 기술,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의 삶과 시간,
그리고 주변 환경 같은 수많은 현실적 요소들이 얽혀 작용한다.
그렇기에 올바른 건축을 하려면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아름다움을 안전하고 견고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적인 바탕을 반드시 함께 알아야 한다.
그래서 건축가는 늘 겸손해야 하고,
원리와 원칙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때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자문을 구하며 매 순간 주저하고 조심해야 한고 생각했다.
그것이 건물의 안전과 사람의 삶을 책임지는 건축가의 당연한 태도라 믿어왔다.
하지만 요즈음 목조건축을 하며 마주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버겁고 외롭다.
우리의 건축 법규는 여전히 철근콘크리트 구조 중심으로만 짜여 있어 목조건축의 한계와 부딪힐 때가 많고,
목조의 기본자재인 수입품 중 일부는 한국 친환경 인증이나 시험성적서가 없어 허가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술과 기준을 무시하고 설계하는 건축사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을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기법을 밤낮으로 익히고,
이를 현장에 조심스럽게 적용하며 작업자들과 소통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이 모든 과정을 올바른 건축이라는 신념으로 묵묵히 하고 있던 요즘,
문득 트렌디하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나만 점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깊은 회의감이 밀려온다.
주변을 둘러보면 기술적인 완성도보다는 감각적인 미(美)만 내세우는 풍조가 가득하다.
기술적인 내용을 무시하고 그림만 그려서 일을 따내고, 하자가 생겨도 근본적인 해결보다 눈가림으로 감추기에 급급하고,
현장의 시공 가능성은 안중에도 없이 "그림대로만 만들어내라"며 다그치는 건축사들도 있는것 같다.
현장소장님이 자기가 시공하는 집의 설계자의 이야기를 못믿고 나에게 전화해서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보거나,
기술적인부분에 대한 소통이 안되는 건축사와 일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할때마다, 올바른 건축을 향한 마음이 단단해진다.
건축사사무소에서 시공사와 자재사에게 리베이트 받는 것이 당연한 관행처럼 여겨지는 모습도 뒷담화로 듣곤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후배 건축인들에게 "올바른 건축을 하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내 목소리가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는 '뒤처진 자의 쓸데없는 잔소리'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제는 나도 그만 고집을 부리고 조용히 살아야 하는 걸까' 하는 약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가끔 시공사 관계자들로부터 유명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
창조적인 디자인을 시도한다는 명목 하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공사비나 시공 상의 리스크를
전부 시공자에게 떠넘긴다는 이야기들. 그럴 때면 나도 차라리 저들처럼 행동했어야 했나 싶다.
올바른 과정보다 그저 눈에 띄는 '새로운 건축'에만 초점을 맞추어 작업했어야 인정을 받는 건가 싶어,
지나온 미련한 시간들이 후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수많은 고민과 씁쓸함을 안고, 이제는 올바른 건축이라는 무거운 짐을 조금 내려놓고,
어쩌면 세상이 그토록 환호하는 '새로운 건축'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출처
https://cafe.naver.com/ziptalkshow/5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