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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뇌병변장애인지원법’ 제정 필요성]뇌병변장애인 특성-욕구 반영 한계…‘뇌병변장애인지원법’ 제정 필요

작성자법인|작성시간26.06.22|조회수6 목록 댓글 0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한뇌협)는 ‘한국뇌병변장애인권리증진의날(Korea Cerebral Palsy Day; KCPD)’을 맞아 제4회 KCPD 정책 콘퍼런스를 6월 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시 어울림플라자에서 개최했다. 이번 KCPD 정책 콘퍼런스는 ‘뇌병변장애인지원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발표와 ‘확장된 몸 다시 그리는 삶, AI 보조기기 시대의 뇌병변장애인’을 주제로 한 강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뇌병변장애인, 사실상 정책 밖에

놓여 있는 상황···개별법 통해

국가·지자체 책임 명시해야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뇌병변장애인은 가장 높은 수준의 지원 욕구를 지녔음에도 가장 구조적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뇌병변장애인지원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지원체계는 ‘장애인복지법’ 등 포괄적 규율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나 장애유형별 특성과 서비스 요구도의 차이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히 뇌병변장애인은 의료·재활, 의사소통, 돌봄, 사회참여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 지원이 필요함에도 전담 법률 지원기관 전달체계가 전무한 상태가 지속돼 왔다.

따라서 뇌병변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독자적 제도를 갖추지 못한 채 사실상 다른 장애유형 중심의 제도에 의존해 왔다. 이로 인해 뇌병변장애인은 서비스 이용의 출발점부터 배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생애주기 전반에서 연속성 있는 공적 지원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부재는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지원 접근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뇌병변장애인의 문제는 전담 전달체계 전담 서비스 기준 전문인력 배치 기준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전국 17개 광역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기초 단위 서비스가 있으며, 정신장애인에게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고, 노인성 질환자에게는 치매안심센터와 장기요양 등급 체계가 있다. 이들 제도는 대상군의 특성에 맞게 설계된 전달체계와 서비스 기준 전문인력 기준을 갖추고 있다.

뇌병변장애인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구조 자체가 없다. 전담 기관이 없는 결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뇌병변장애인을 함께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복지법’상 발달장애가 없는 뇌병변장애인은 지원센터 이용 자격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뇌병변장애인의 지원은 의학적 위험관리, 연속적 재활, 보완대체의사소통(AAC)을 포함한 의사소통 지원, 집중 돌봄과 생애주기별 계획수립, 중복장애의 평가 반영 등 다층적이고 전문적인 요소를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 정책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전담 전달체계와 전문기관, 실태조사, 맞춤형 지원 기준 없이 운영돼 왔다.

조 변호사는 “뇌병변장애인이 사실상 정책 밖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개별법을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하고 실태조사와 계획, 전달체계, 전문기관 등을 하나의 구조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장애인권리운동 기반으로

지역사회 통합 지원체계 발전

호주, 장애인의 욕구와 삶의

목표 중심으로 개인별 지원

스웨덴, 단순한 돌봄 제공 아닌

장애인 삶에 대한 통제권 보장

 ■안형진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책임연구원은 “독자적인 ‘뇌병변장애인지원법’은 단순히 새로운 법률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며, 뇌병변장애인을 어떤 시민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선언”이라며 장애인을 보호 대상이 아니라 권리 주체로 바라보는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권리운동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통합 지원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미국의 메디케이드 홈앤커뮤니티베이스드서비스(HCBS)는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개인별 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미국 장애인법(ADA)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와 차별 금지를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특히 올름스테드 판결 이후에는 불필요한 시설수용이 차별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지역사회 기반 지원 정책이 확대됐다.

호주의 NDIS는 장애인의 욕구와 삶의 목표를 중심으로 개인별 지원을 하는 체계다. 단순히 서비스 시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따라 지원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 지원, 보조공학기기, 활동지원, 주거지원, 이동지원 등을 개인별 계획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 특히 중증뇌병변장애인의 경우에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 LSS법은 중증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지역사회 생활권 보장을 핵심 목표로 한다. 개인보조 서비스를 통해 24시간 지원체계를 운영할 수 있으며, 장애인이 직접 지원 인력을 선택하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보장한다. 이는 단순한 돌봄 제공이 아니라 장애인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시대, 뇌병변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의 자유와

그 기회의 평등함’···접근권

보장·지원체계 강화해야

■심귀연 대구교육대학교 오이코스 인문연구소 교수는 ‘AI 시대의 뇌병변장애인’이란 제목의 초청 강연을 통해 AI 시대 뇌병변장애인이 어떻게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삶을 그려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장애인들은 휠체어나 지팡이를 도구로 이해해 왔다. 그런데 프랑스 철학자인 메를로 퐁티는 이것을 감각의 연장된 것, 즉 몸의 확장이라고 본다. 즉 결손 보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몸의 범위 자체를 새롭게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장애인들은 몸의 범위 자체를 새로 그리는 것이다. 즉 지팡이 끝의 촉감은 손가락 감각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연대하듯 인간과 기계는 연대하며 연대하고 협력함으로써 완성된다. 즉 우리는 연결된 존재로서 AI 시대 우리는 더욱 강력한 도구 혹은 보조기기를 얻게 된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한 협력자와 함께 하게 된 것.

뇌병변장애인의 확장된 몸에 대한 구체적 사례로는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AAC) △시선추적 장치 보조공학장치(Eye-Tracking device) △AI 음성합성(Text-to-Speech, LLM 기반 의사소통 보조) 등이다.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그들을 단일 집단 안에 포섭할 수 없다. 장애 양상, 발생 시기, 보조 필요 수준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발달기에 발생한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특정 유형으로 묶이는 장애인이 아닌 상태로 간주돼야 한다.

특히 뇌병변장애의 경우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하는 발달장애에 속한 까닭에 뇌병변장애인을 지적장애로 오인하기도 한다. 게다가 뇌병변장애는 운동감각, 언어장애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정형화된 서비스 체계에서 소외되기 일쑤다.

이 모든 문제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몸을 대상화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며, 마찬가지로 몸과 정신을 구별할 뿐 아니라 차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일 뇌병변장애로 간주된 몸이 어떤 특정 기준에 따라 판단되는 대상이라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낮게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메를로 퐁티에 따르면 뇌병변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고유한 몸인 것이다,

메를로 퐁티는 이를 결핍이 아닌 다른 ‘신체 도식(body schema)’의 구성으로 읽어낸다. 그 몸이 다수의 다른 몸과 다르기에 소통 지점을 찾기 어렵다면 소통이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즉 몸이 말하는 방식과 사회가 그 말을 듣는 방식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며, 뇌병변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의 자유와 그 기회의 평등함’이다.

심 교수는 “보조기기를 통해 기능을 회복했다는 것은 삶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변화는 관계와 정체성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하는 것이 어려웠던 사람’이 AI 음성으로 말할 때 그것은 단순한 기능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역할의 획득이며, ‘이동이 제한된 사람’이 디지털 공간에서 강사 혹은 연구자로 존재한다면 이것은 공간을 재정의하는 것과 같다.

가족에게 의존하던 의사소통이 AI 기술에 의존한다면 상호 의존 방식이 바뀌는 경우이며 관계가 재구성되고 자기 결정권이 강화된다.

심 교수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격차도 커진다. 고가의 첨단 보조기기를 모두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일수록, 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소외된다.”며 “AI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재상 기자 -

출처 : 미디어생활(https://www.imedia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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