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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스크랩

(충청리뷰) 제대로 싸우면 얻는게 있다

작성자심현|작성시간08.05.02|조회수61 목록 댓글 0

제대로 싸우면 얻는 게 있다
홍강희 편집국 부국장
2008년 05월 01일 (목) 01:08:56 홍강희 기자 tankhong@cbinews.co.kr
충주호는 도내 북부권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뿐만 아니라 충북의 간판급 관광지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는 충주호 뱃길 130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환호성을 자아낸다. 바다가 없어 시원한 물줄기를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충북도민들에게는 바다같은 존재다. 그래서 충주호의 너른 호수를 바라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슴이 탁 트이는 상쾌함을 맛본다.

지난 85년 충주다목적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충주호는 충주~제천~단양간 길이가 53㎞다. 우리나라 최대 다목적댐을 자랑하는 충주호는 담수면적이 가장 넓은 인공호수다. 호수주변에는 월악산 국립공원과 수안보온천, 청풍문화재단지, 금수산, 단양팔경 등 신비스런 관광지가 널려 있다. 이 때문에 충주·제천·단양 3개 지자체에서도 충주호 관광 활성화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제천시와 시민들이 제기한 충주호 명칭 변경은 여기서 나왔다. 제천시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청풍문화재단지와 청풍호를 단장해도 관광객들에게는 ‘충주호’로 알려져 제천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풍호라는 이름은 제천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임의 명칭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백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우리는 평택-당진항, 천안-아산역이라고 부른다. 당초 평택항이라고 했으나 당진 땅이 포함되자 당진군에서 항의, 두 지역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조정됐다. 천안-아산역도 천안역으로 지었다가 아산시에서 반발하자 역시 두 지역 이름을 공평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대청호는 다행히 대전시와 청원군의 이름을 땄고, 강원 춘천시-양구군-인제군 3개 지역에 걸쳐 있는 소양호는 지역명이 아닌 소양강 이름을 따서 붙였다.

그리고 강원 화천군과 양구군에 걸쳐 있는 호수는 전혀 다른 이름인 파로호, 전북 임실군과 정읍시에 놓여 있는 호수는 옥정호라 지었다. 이 곳들은 처음부터 지혜를 모아 명명한 덕에 분쟁거리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몇 몇 지역은 제2의 충주호 사태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이름은 이처럼 중요하다. 따라서 20여년 동안 써 온 이름을 이제 와서 왜 바꾸느냐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하다. 우리 동네를 우리 동네라 부르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이번 논쟁의 끝이 개명작업이 아니고 차제에 충주호 관광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니 이어져야 한다.

충주-제천-단양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졌으면서도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다. 이미 관광의 개념이 ‘바라보는 관광’에서 ‘체험하는 관광’으로 바뀌었지만, 이 곳은 여전히 ‘바라보는 관광’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충주에 온 관광객들이 제천을 거쳐 단양까지 들어가서 1박2일, 혹은 2박3일 동안 여행하도록 유혹해야 하지만 현재는 단기 여행코스로 끝나는 게 아쉽기만 하다.

충주시민들은 충주에 온 관광객들에게 제천, 단양까지 가보도록 권유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연계관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충주-제천-단양군 인사들이 모여 명칭변경부터 관광 활로 모색까지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의미에서 충주호 명칭변경 논란은 갈등이 아니라 발전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치고 받는 싸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제대로 싸우면 얻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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