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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류 원고

작성자송영기|작성시간26.06.23|조회수13 목록 댓글 0

 

■청류문학 창간호 시조 송영기
(재 수정본) 

 



달 가니 밤도 가네

송영기

만인이 바라보네 구름 속 가려진 달
우린 늘 말하죠 구름에 달 간다고
숨었다 거듭 나타나 비추는 달 맑아라

흰구름 뜬 하늘에 달 가는 것 아름답죠
동으로 구름 가니 서편으로 달이 가고
구름에 가려진 달 숨바꼭질하며 가네

쉼 없이 소리 없이 빙긋 얼굴  보여주며
빠르게 미끄러져 높이 뜬 달 잘도가네
달 가니 구름도 가고 달 따라 이 밤 가네



As the Moon Goes, the Night Goes Too
by Song Young-Ki

People gaze in wonder
at the moon veiled by drifting clouds.
We often say the moon is moving,
though it is the clouds that pass.

Hidden, then revealed again,
the bright moon shines ever clear,
playing softly with our eyes.

Across the sky white clouds float,
and the sight is beautiful.
Clouds move eastward,
the moon seems to drift west,
playing hide-and-seek through the night.

Without a sound, without a pause,
it shows a smiling face.
Gliding swiftly through the heavens,
the moon climbs high above.

The moon goes on,
the clouds go on,
and following the moon,
this night too passes away.




월매

송영기

겨우내 입던 외투 엊그제 벗었는데
봄날씨 포근하나  밤에는 바람 차서
두터운 붉은 목도리 저녁 되니 든든하네

봄밤에 올려다본 하늘엔 달이 밝아
가벼운 마음으로 골목길 오르면서
울어라 열풍아 불며 흥에 겨워 가노라

길가 집  불 꺼지고 행길엔 인적 없어
담장가 오얏나무 때마침 활짝 피어
달뜬 밤 하얀 꽃잎들 눈부시게 피었네

다가가 올해 처음 밝게 핀 꽃 아래서
나무에 걸린 달빛 꽃잎은 더욱 희고
꽃과 달 나 셋 말없이 마주 보며 서 있네


 

     

설 전날

 

송 영 기

 

 

거리에 행인 적고 슈퍼엔 손님 줄고

오로지 뒤끓는 곳 그믐 날 재래시장

젊은이 중년 늙은이 나들이를 나왔네

 

전과 떡 사러가니 시루떡 토실토실

기름진 부침개는 주는 양 많지 않고

갈수록 과일 값 올라 쓸것 몇개 고른다

 

생전에 아버지가 넌지시 이르기를

제사엔 술과 포가 제물로 으뜸이니

급할 땐 이것만 있음 단잔 술에 운감(殞感)한다

 

향 살라 지방 쓰고 석잔 술  초·아·종헌

조상들 시공초월 묵언으로 젯밥 들며 

북어포 안주 드시고 사자 따라 가시네

 

끝나고 주섬주섬 사자 밥 챙겨들고

지방을 태우면서 대문 밖 배웅한 뒤

돌아와 아랫목에서 음복 술잔 돌리네

 

 



부귀화

송영기

분주한 일상에서 지하철 쾌적하고

드넓은 서울 거리 어딜 가든 편안하니

차창 밖 연둣빛 신록  잎새 마다 생기롭네

춘추복 입고 나니 밤엔 바람 서늘하고

계절이 먼저 알아 봄꽃 절로 피어나니

가던 길 되돌아와서  그냥 가질 못하네

물들인 색종이를 겹겹이 접고 접은

함박꽃 손에 쥔 듯 퇴근길 한켠에서

마주친 분홍색 모란  나를 반겨 붙잡네





서쪽은 등 뒤에 있는데ㅡ 祭亡妹歌

송영기

창문 밖 멀리 풍경 이른 새벽 문을 열면

동트는 불암산에  붉은 빛  맑은 기운 

부처님 두상 닮아서 신심으로 바라보네

총명한 어린 누나 똘똘했던 내 여동생 
병석에 동갑 육촌 내가 가니 당황했던
아직도 후회가 된다 손 한 번만 잡아 줄걸

모두가 잊었는데 어찌 잊을 수 있나

반백년 전 지난 일  할머니 못 되보고

간곳은 북망산 인데 동쪽 산에 비누나

 

 


약력 :

청류문학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대시인협회 회원
샘문 부이사장
한국문예작가회 부회장
저서 : 제 1시조집 『중천 높이 걸린 저달』
제 2시조집『기이하다 봄풀이여 산에 들어 산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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