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제우스는 에우로페라는 여자를 마음이 있어서 황소로 둔갑한 뒤 이 여자를 납치하여
등에 태운 채 마침네 크레타 섬에 상륙, 본색을 드러내고는 버짐 나무 밑에서 에우로페와 사랑을
나눈다. 크레타의 버짐나무는 제우스의 축복을 받고는 늘 푸른나무, 상록수가 된다.
'유럽(Europe)'이라는 말도 '에우로페(Europe)'라는 이름에서 유래한다.
귀도 레니 - 에우로페의 납치
에우로페가 제우스의 아들을 낳게 되는데 이 아들이 바로 크레타에다 왕국을 차린 미노스 왕이다.
미노스는 장성한 뒤 크레타 섬에서 배다른 형제들과 왕위를 겨루게 되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황소를 내려주면 향후 제물로 바치겠다며 빌었다.
포세이돈 신은 미노스 왕의 기도를 어여삐 여기고는 파도를 가르고 황소 한마리를 보내주었다.
미노스는 배다른 형제들을 이기고 왕 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포세이돈에게 그 소를 제물로 바치지 않았다.
바다가 그렇듯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자비롭지 않다. 포세이돈은 황소 한 마리 때문에 미노스 왕으로부터 욕을 본 셈이다.
이제 미노스 왕이 황소 한마리 때문에 포세이돈으로부터 욕을 볼 차례다.
미노스 왕의 아내 파시파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파시파에는 포세이돈의 황소를 사랑하게 된다.
(이는 아프로디테가 헬리오스의 고자질-아레스와의 불륜-에 대한 복수로 그의 달 파시파에에게 저주를 내렸다는 것이 정설)
그냥 사랑한 정도가 아니라 수컷스러움에 욕정을 느끼는 데까지 이른다.
파시파에는 미노스의 눈을 피해 자주 외양간으로 나와 황소의 더없이 씩씩한 힘살과 아랫배의 굵은 송곳 주머니를 보며
욕정을 꺼보고자 했다. 눈으로 걸터듬음으로써 욕정을 끌 수 있다면 파시파에는 용서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찬다고 마음에도 차는 것은 아니었다.
파시파에는 이번에 황소의 몸을 만져봄으로써, 말하자면 촉감함으로써 그 욕정을 꺼보려고 했다.
촉감으로 욕정을 끌 수 있었다면 파시파에는 용서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된 셈인자, 이 황소는 사람을 가까이 용납하는 법이 없었다.
사람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면서도 황소는 어찌나 암소를 밝히는지, 흡사 변덕스러운 장수 말 갈아타듯 했다.
파시파에의 결정적 실수는 당시 크레타에 망명해 있던 희대의 손재주꾼 다이달로스를 이용하여 이 부적절한 욕정을 불태우려 한 데 있다. 다이달로스가 이윽고 나무로 만든 소를 만들었다.
나무로 만든 암소는 발굽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바퀴가 있어서 끝거나 밀면 앞뒤로 움직였고 엉덩이 장정의 주먹이 하나 드나들만한
구멍이 있었다.
파시파에는 나무 소의 뱃속으로 들어가 황소와 ..쩝.
그리고 황소의 자식을 낳았다. 머리는 황소, 몸은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다.
우리가 미노타우로스(미노스의 소)라고 부르는 괴물이 바로 이 때 파시파에가 낳은 자식이다.
프레드릭 와츠 - 미노타우로스
미노스 왕은 아내가 괴물을 낳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 하지만 손문은 이 입에서 저 입으로 옮겨가 온 크레타 섬음 물론이고 먼 바다 건너 아테나이에까지 퍼졌다. 미노스 왕으로서는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미노스 왕은 이 미노타우로스를 궁전 안에다 두되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파시파에를 위해 나무 소를 만들었던 명장 다이달로스를 불러 명했다.
"미궁을 만들어라. 알았느냐? 들어가면 신들도 나오기 어려운 미궁, 만든 너도 나올 수 없는 미궁, 미노타우로스나 인간은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어야 한다. 이 미궁에 들어간 자는, 잠이 들어 꿈을 꾸어도 여기에서 나오는 꿈을 꾸어서는 안된다. 그런 미궁을 만들어라. 만약에 미궁에서 살아나오는 인간이 있으면 너와 네 아들 이카로스를 여기에 가둘터이니 그리 알아라."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의 명을 받들어 복잡하게 꼬부라지는 복도에 연하여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방이 딸려 있는 미궁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바로 '라뷔린토스(Labyrinthos)'라고 불리는, 영어로는 '래버린스(labyrinth)'라고 불리는 크레타의 '미궁'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어느 누구도 살아나올 수 없다. 미노스 왕의 생각에 따르면 이 미궁을 설계하고 건설한 다이달로스조차 여기에 들어가면 살아 나올 수 없다. 괴물 미노타우로스는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에 갇히고 만다.
'부적절한 욕망'의 화신이었던 파시파에, 인간의 '잃어버린 반쪽이'는 반드시 인간, 인간 중에서도 이성이어야 한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알지 못했던 인간 파시파에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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