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들🍀
-조극래-
공원 벤치에 앉아
노을의 감정을 물었는데
붉은꽁지머리 새가 날아든다
새 이름을 몰라서
노을(No 乙)이라고 새 이름을 지어 불러준다
노을의 지저귐 따라
공중을 물들이는 묵은실잠자리 떼의 윤무(輪舞)
책갈피로 푹 재워뒀는데
내 곁에 가만히 앉는 당신
당신과 함께했던 여름 결혼을 생각한다
방종의 파도바니 해변과
뜨거운 피부를 가진 모래와
물병을 팔짱 낀 압생트와
분홍의 부겐빌레아
그리고 얼굴에 웃음이 번들거리던 파랑돌
이렇게 생각하자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난 변두리 역할이 제격인데
마음이 톰슨가젤처럼 팔딱팔딱 뛰어다닌다
표정을 감출 줄 몰라서
독백을 쏟아붓는다
저 사람 미쳤나 봐
웃음을 질질 흘리고 있어
눈사람인형이 탄 유모차를
밀고 가던 여자가 뒤돌아본다
노을은 벤치나 나무 그늘 밑에
사람들이 벗어놓은 독백을 수거해가고
당신도 슬그머니 신발을 챙기고
혀가 난간이 된 사람들만 남아서
저녁 어스름을 폭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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