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꿈꾸는 명작과도 같아🍀
-김찬옥-
명작의 집은 어둠이 마땅하나
명작에게 누가 될까 봐, 밤은 이불 속에 접어두지요
밤에 쓴 시가 환한 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제 발로 시의 바깥으로 사라지는 걸 본 적 있나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보다
차라리 어둠의 그늘에서 나는 그네를 타며 꿈을 꿀래요
별은 씨앗처럼 박혀 있어 분리할 수 없는데
나의 창은 깜깜할수록 불현듯 심장에 박힐 별이 없어요
나팔꽃 대신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아침을 깨울 수 있는 시였으면 좋겠어요
마음에 한기가 스며드는 날이면
주머니 속 떠난 이의 손이 남긴 향기랄까
껍질을 까면 이슬방울이 튀어나오는 시,
그 속에선 진심이 피어나는 게 느껴지지 않던가요
새들이 부리로 바람의 씨앗을 물고 와
잔디밭에 떨어진 모이와 거래하는 일도 다 대낮의 소란이지요
완성을 향해 밤은 어둠을 더듬으며 땅굴을 파고
화단에선 꽃들의 방언이 구름의 詩앗처럼 터져도
내 영감은 거기 닿지 못해
빛이 되는 물감을 찍기 위해 나는 낮에 글을 쓰지요
누군가는 밤이 명작의 지름길이라 말했지만
나의 밤은 꿈꾸는 명작 같아,
그 안에 갇힐까 봐, 꿈에서 깨어나지 못할까 봐
하얀 바탕에 글을 쓰고
완성된 나를 감상하려 한나절씩 거울을 보아도
거울 속엔 작품이 들어 있지 않아요
끝내는 창작의 옆구리가 곪아 터져
고름처럼 내가 흘러나올 때까지
내가 시(示)가 될 때까지
나는 詩를 시시(施施)하게 써보려 합니다
눈부신 날에 대낮 같은 나를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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