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
-홍혜향-
쌀통에서 쌀벌레가 기어 다녔다
에어컨 실외기가 종일 돌아갔다
여름형 여우꼬리선인장이 축 늘어졌다
어느 날 실외기실 문을 열자
불탄 숲이 보였다
뜨거웠고 타다 만 덤불은 새들의 둥지였다
검은 날개가 돋고 있었다
어미새가 흰 깃털 하나를 떨궈놓고 갔다
나는 고온에서 자라는 깃털이 궁금해 문 앞을 서성였다
실외기실은 초인종이 없어도
두드리지 않고 문을 열 수 있다
어느 날엔 문을 열자 심해동굴 같은 검은 눈이 소리를 질렀고
놀란 나는 문을 닫았다
네 식구가 있었다
나는 온열동물이 아니다 주인과 어떤 파동이 맞아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지었을까
좁은 가정은 40도를 잘 견딘다
다육의 잎이 돋는 동안
아기새들의 등에도 검은 잎이 돋았다
빛을 받을수록 검게 물든다
새로 돋은 잎은 하얗다
물금만 남아 있는 접시에 살며시 물을 부어 주었다
(홍혜향 프로필)
월간 모던포엠 신인상 수상, 2023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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