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독서평설 2007년 6월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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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올해 4학년 친구들과 공부하고 있어요. 얼마 전 읽기수업 시간에는 ‘뒷이야기 상상하기’활동을 아주 즐겁게 했어요. 과제는 익살스러운 옛이야기 ‘요술 항아리’였거든요. 농부가 발견한 요술항아리가 탐난 원님이 자기 집 마루에 항아리를 갖다 놓았는데, 글쎄 원님의 아버지가 안으로 쏙 들어간 거예요. 그랬더니 그곳에서 똑같은 할아버지가 자꾸만 나오는 거예요. 여러분은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처음에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는지 우리 반 친구들도 머뭇거리더군요. 그러다 한 친구가 요술 항아리 속에 원님이 들어가면 똑같은 아들이 나오게 되니까 할아버지랑 한 명씩 짝을 지어 살게 될 거라고 했어요. 그 얘기에 친구들이 깔깔대고 웃으며 재미있어 했지요. 그러더니 여기저기서 친구들이 손을 들고 서로 자기 아이디어를 발표하려고 난리였어요. 상상하기에 재미가 생긴 거죠. 결국 그 날 우리 반 친구들은 자신이 상상한 이야기들을 담아 작은 책을 한권씩 만들었지요. 모두 즐거운 수업이 되었어요. 어쩌면 책은 이렇게 상상하는 힘만 있다면 누구든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도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이야기 속으로 『책 속의 이야기 책 밖의 이야기』는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책을 읽다가 어떤 때는 별로 재미가 없어 책을 덮은 적이 있을 거예요. 책을 좋아하는 선생님도 그런 일이 자주 있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책들은 작가가 상상력이 부족하여 너무 뻔한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항상 새롭고 상상력이 넘치는 책을 써야 하는 작가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죠? 여기 바로 그런 작가가 있어요. 『책 속의 이야기 책 밖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작가’거든요.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 그리고 멋진 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쓰기 좋아하는 작가가 어느 날 글쓰기를 그만 두고 사라졌어요. 왜냐구요? 더 이상 쓸 얘기가 없어서죠. 상상력이 바닥난 거예요. 예쁜 공주가 멋진 왕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결혼하는 이야기로 끝나버리는 것은 정말 재미없잖아요. 그런데 작가가 글쓰기를 그만두고 사라지자 책 속 궁전에서는 큰 일이 났어요. 시종들 모두가 움직이지도 않고 시간도 멈추었어요. 작가의 글이 없으니 아무도 움직일 수가 없었죠. 그러자 왕과 왕비는 답답해 하다가 공주와 함께 작가를 찾겠다고 책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와....그럼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이야기와는 한참 달라지겠지요? 여러분도 잠깐 상상을 해보세요.
거리로 나온 왕과 왕비, 공주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가졌던 우아함과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곧 깨닫게 되지요. 진짜 사람들은 동화 속에서 나온 그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말이죠. 그러다 책 13쪽에서 찢겨 나온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동화 속 다양한 인물들과 차차 만나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마치 여행길을 떠난 또 다른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죠. 이제는 세상에서 쓸모없어진 불 뿜는 용이나 쓰다만 이야기를 모아 놓는 지하실의 악마 같은 책갈피 백작, 또 길 잃은 수많은 동화 속 아이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동화 속 이야기와 인물들에 대해 서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 때 작가와도 만나게 돼요. 그리고 함께 토론을 하죠. 진짜 상상력이 넘치는 좋은 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요. 상상력이 바닥난 작가는 책 속 주인공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상상력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동화를 씁니다. 역시 뻔한 해피앤딩인가요? 하지만 책 속과 밖을 함께 오가며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헷갈리던 독자는 이제야 마음을 놓게 됩니다.
어쩌면 이 책은 상상력이 부족한 작가가 책을 읽는 독자도 좀 함께 고민해보라고 함정에 빠뜨리는 책인지 모르겠어요. 책을 읽으며 계속 머리가 복잡하고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마구 엉키거든요. 차라리 내가 상상해서 이야기 한 편을 쓰고 싶은 생각도 들 정도로 말이죠. 그게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답니다.
함께 읽으면 좋아요 작가들이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는지 만화로 재미나게 보여주는 책 『작가는 어떻게 책을 쓸까?』를 읽어 보세요. 생활 주변의 그 어떤 것이라도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 알맞은 단어 하나를 고르느라 또 고민하죠. 그런 과정이 유쾌하게 잘 표현되었어요. 『이야기가 사는 집』은 책 읽기는 좋아하는데 어떻게 책을 쓰는지 너무 궁금했던 소년이 작가와 만나면서 비법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예요. 그 비법은 바로 자기 주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빛나는 상상력이랍니다. 꼭 읽어보세요!!
자!! 이제 우리 친구들도 자신만의 상상력을 모아 작은 책 한권을 만들어 보세요. 지금은 여러분의 상상력이 가장 말랑말랑 할 때거든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아이링 크리스틀로의 『작가는 어떻게 책을 쓸까?』(보물창고) 민데르트 빈스트라의 『이야기가 사는 집』(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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