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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릿 고 개 - 石 英 박 길 동

작성자산도화|작성시간26.06.17|조회수9 목록 댓글 0

         보 릿 고 개 

                   石 英  박 길 동

일천구백오십 년대 늦은 봄날
봄 햇살이 따스하다

여름이 오기전 늦은 봄 날에
저 언덕을 지나 높고 험준한
보릿고개 앞에 서야만 했다

나혼자 넘어야 하는 고개가 아니고
동네 몇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보릿고개 앞에 서야만 했다

어느누구의 도움없이
그 고개를 넘어야 할 보릿고개
넘지 않기를 바라지만 해마다 반복 해
혹독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보리 밭 이랑에서 종달새가 하늘높이 날아 올라 지지배배 노래하고
보리 밭 이랑을 향하여 내려 꽂기도 한다
아지랑이 스몰스몰 피어 오르고
따스한 볕에 보리밭 꾸벅꾸벅 존다

굶주린 뱃속에서는 꼬르륵 요란한 천둥소리 
주린 뱃속 꼬르르  배곺음을 알리는 소리 
채워줄 식량이 여의치 않다
지난 가을 추수한 식량이 겨우살이 지내고 나니
봄 식량이 바닥이다
지난가을 추수한 식량, 겨울나니 곶간 뒤지가 텅 비었고 초근목피가 비상식량이다

들녘 보리 밭 푸르던 보리이삭 해산하여 
갈색으로 익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보리이삭이 여물지 않았다
하지만 덜 여믄 보리이삭을 어쩔수없이 베어
가마 솥에 삶아 햇볕에 말려 절구에 넣고 찧어
밥을 지어 먹고 허기를 면 해야 했다
밥은 찰기가 없어 보리 알갱이들이 입 속에서 
제 멋대로 알알이 딩군다
그러나
매 끼니와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는 밥이지만 
꿀 맛이었다

산야에서 채취한  나물로 국 끓이고 삶아 나물로 무처 먹으며
끼니를 때우는 일이 비일 비재 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넘어가던 인고(忍苦)의 세월~
긴 고갯길이 한 달에서 두 달 이상
계속되는 민초들의 참혹한 곤궁이고
반드시 넘어야 할 험준한 고갯길  보릿고개 길 
이젠 영원히 화석으로 박물관에 잠 자거라

타임캪술 속에서 휴면하는 보릿고개는
사전 속에서나 개방하기를 소원한다

-인생 최고의 고통 
제일 험준한 고개가 ‘보리고개’ 이었다-


- 1960년대 이전 농촌 삶을 회상하며 다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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