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냉동회를 맛있게 먹기
우리 집 냉장고의 냉동실에는 늘 얼린 회가 있으며 특히, 가을철에 충분히 비축해 두었다가 낚시할 수 없는 겨울동안에 먹는다. 또한, 다른 볼일이 있어 낚시를 못가는 주말이면 냉동회를 꺼내서 먹는다.
물론 활어회나 선어회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래미나 광어의 경우 살이 퍼석거려 깊은 맛을 기대할 수 없으나 우럭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개우럭은 수개월이 지나도 깊은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09. 5월초 아내가 냉장고를 정리하다 우럭이 든 비닐봉지를 발견하고 내게 건넸다. 그래서 살펴보니 작년 9월, 백령도에서 잡아 온 5자 개우럭이었다. 당시 백령도를 다녀와 몸이 피곤하여 우럭 손질도 못하고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대충 보관하였으며, 이후 하나 둘씩 꺼내 굽거나 조려서 다 먹은 줄 알았는데 가장 큰 우럭이 남았던 것이다.
상온에서 해동을 하면서 어떻게 먹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회로 먹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우럭이 커서 그런지 해동하는데 4시간이나 소요되었고, 어느 정도 해동되어 포를 뜨는데 칼이 잘 먹히지를 않아 육질이 그대로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손바닥 크기의 우럭포를 반으로 갈라 적당한 크기로 회를 썰고, 평소와 같이 초장과 깻잎, 절인 마늘에 쌈을 싸서 먹어보니 쫄깃쫄깃 씹히는 그윽한 맛이 중우럭 선어회보다 훨씬 좋았다. 역시 우럭회는 대물일수록 맛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냉동회를 맛있게 먹으려면 참치회를 먹는 방법과 동일하게 먹으면 된다. 즉, 냉동회를 참기름 장에 찍어 김에 올려놓고 절인 마늘이나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된다. 사실, 참치회를 먹어보면 살짝 얼려 있을 때 차갑고 부드러운 맛이 나지만 완전히 녹아버리면 퍼석거리고 생선기름 맛으로 느끼하다. 그러나 우럭 냉동회의 경우 참치에 비해 육질이 훨씬 단단하므로 시원하고 담백하며 고소한 맛이 참치회를 능가한다.
나는 평소 참치회를 무척 좋아하였으나 냉동 우럭회를 먹으면서부터 참치회가 맛이 없어 더 이상 먹을 수 없었으며, 아이들도 찾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생물 참치를 먹을 수가 없는데 몇 해 전 필리핀으로 출장 갔을 때, 가이드에게 생물 참치회를 파는 곳이 있느냐고 물어보자 팔기는 하는데 먹는 사람이 드물다는 말을 듣고 내가 워낙 참치회를 좋아해서 그러니 안내해 달라고 요청하여 식당에 갔었다. 참치회를 주문하여 회 한 점을 입에 넣으니 물컹거리며 느끼하여 한두 점 먹고 나서 이내 수저를 내려놓았다. 따라서 참치는 생물로 먹기보다는 냉동하여 숙성시킨 후 살짝 얼린 상태에서 먹어야 다소라도 쫄깃하게 먹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