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가난한 마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3.14)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소금과 빛과 같은 존재다. 살맛 나게 하고 보이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예수님 말씀대로 소금이 짜지 않고, 초가 빛을 내지 않으면 그것들은 정말 아무 쓸데가 없다.
소금이 짜고 초가 빛을 내는 건 바로 앞서 ‘행복하여라’ 하고 말씀하신 진복팔단 안에 있다. 그것은 오직 하느님과 하늘나라만을 그리는 가난한 마음이다. 그 마음은 폭행당하는 하늘나라에 슬퍼하고, 주님 때문에 빼앗기고, 의로움에 목말라한다.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깨끗한 마음을 잃지 않으며, 평화를 이루려고 애쓴다. 우리는 예수님과 복음 때문에 모욕과 손해를 입으면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심을 깨닫고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마태 5,3-12)
우리는 세상을 개혁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다. 예수님도 하지 못하신 일이다. 지금 전쟁을 일으킨 이들은 자신들이 악행을 저지른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 정의를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할 거다. 나라고 그들과 뭐가 다르겠나. 예수님이 세상을 혁명적으로 개혁하신 게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과 하늘나라를 알려주고 보여주셨듯이 그분의 형제요 제자인 우리도 그분을 따른다. 예수님이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하심을 믿는다면 하늘나라는 이미 이 땅 위에 내려온 거다. 우리는 예수님을 따라 그것을 증언하고 하늘나라를 세상에 보여준다.
살맛 나게 하는 소금과 어둠을 몰아내는 빛의 이미지는 우리가 거룩한 사람이 된 거 같아 가슴 부풀게 한다. 그런데 소금과 촛불이 어떻게 그런 작용을 하는지 생각하면 바로 마음은 큰 도전을 받는다. 소금은 녹아 없어지고, 초는 타 없어진다. 그렇게 해서 살맛을 느끼고 하늘나라를 보게 되는 사람들만 그 혜택을 누린다. 우리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는 거다. 세상에서 도대체 무엇이 나의 것인가? 끝에 작은 항아리를 못 채우는 이 육체도 나의 것이 아니다. 인생에 그리고 내 마음 안에 하느님이 없다면 삶은 정말 허무하다. 하느님만 바라는 가난한 마음만 영원히 남는다, 하느님 안에.
예수님, 세상사 마음 아프고 속상한 일이 많아도 주님이 계시니 삽니다. 시간이 정말 나는 듯 흘러갑니다. 속상해도 너무 괴로워하지 않고 마음 아파도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 뜻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여기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매일 여러 번 이 이콘을 바라볼 때마다 하느님을 향한 가난한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