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이제와 영원히 머무를 곳
예수 성심 대축일은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공경하며 그 마음을 본받고자 하는 날이다. 이 대축일은 성체 성혈 대축일 다음 금요일에 지내는데, 예수 성심이 성체성사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됐고, 우리를 위해서 수난하고 돌아가심으로 예수님이 아버지 하느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리고 그 사랑으로 제자들을 얼마나 사랑하셨음이 드러났기 때문일 거다. 한마디로, 죽도록 사랑하시는 그분의 마음을 기억하는 날이다.
성체를 이루는 빵, 제병은 순수하게 밀가루만으로 만든다. 한껏 부풀게 하는 누룩이나 맛나게 하는 그 밖의 다른 재료는 일체 그 안에 넣지 않는다. 이를 두고 성체 신심이 특별했던 알폰소 성인은 성체 신비를 묵상하며 하느님의 순수한 사랑, 사랑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사실 사랑은 본래 그가 그이기 때문에 그를 사랑하는 거다. 그가 나와 맞아 좋아해서가 아니고, 그가 나에게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하느님은 그저 내가 나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정말 믿기 어렵지만 있는 힘을 다해 믿는다. 말도 잘 안 듣고, 눈물로 결심하고는 얼마 안 가 또 잘못을 저지르는 나를 이렇게 사랑하시고, 또 오늘도 이런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다. 하느님이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으면 그분은 하느님이 아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하느님을 믿고 참으로 염치없이 매번 감사할 따름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안에서 사셨다. 하느님 사랑이 예수님이라는 한 사람 마음 안에 있었다. 그분을 만나는 모든 사람은 병이 났고, 악령의 지배에서 벗어났으며, 죽은 이도 되살아났다. 그분의 옷자락을 만지기만 해도 구원받았다. 흘러넘치는 봇물처럼, 손 대면 바로 터질 듯 잔뜩 부푼 풍선처럼 하느님 사랑은 풍요로워서, 그 사랑을 마음 안에 담고 계셨던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모두 바로 그 자리에서, 심지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분 말씀만으로도 회복되고 온전해졌다. 하느님은 부족한 우리에게 뭔가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신다. 주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어하신다. 그런 분이니까 이렇게 말씀하신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청하면 뭐든 다 주실 기세다. 목숨까지 말이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을 초대하는 말씀은 아닌 줄 알지만, 그 ‘모두’에는 이런 우리도 포함돼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는 예수님의 작은 이들이다. 비록 주일미사도 빼먹고, 성당 안에서도 말다툼하고, 같은 죄를 반복하지만 예수님께는 절대로 등을 돌리지 않는다. 예수님 말씀이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다. 우리는 예수님 마음을 자주 아프게 해드리지만, 참으로 염치없어도 그 안에 끝까지 남아 있는다. 사실 우리가 영원히 머무를 곳은 그곳뿐이다.
예수님, 저희는 주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십자고상을 바라볼 때마다, 성체를 받아 모실 때마다 사랑이신 아버지 하느님을 기억하고 믿음과 신뢰를 새롭게 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입으로는 어머니를 불러도 제 마음은 주님을 향해 있고, 어머니를 부를수록 저는 주님과 더 가까워집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