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악의 블랙홀
예수님은 철저한 그리고 완전한 비폭력주의자셨다. 십자가 수난과 죽음에서처럼 정당방위 폭력마저 포기하셨다. 그런 분답게 제자들에게도 비폭력을 명령하신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 5,39) 상대가 오른손잡이라고 가정하면 나의 오른뺨을 치려면 오른손 손등으로 쳐야 한다. 그 당시 그것은 하인이나 노예에게 하는 것으로 지극히 모욕적인 행위였다고 한다. 예수님 말씀을 들은 제자들에게는 폭력보다는 모욕이 먼저 떠올랐을 거다. 폭력보다 모욕이 참기 더 어렵다.
악(惡)은 선(善)으로 이기는 줄 잘 알고 있다. 악은 나쁜 게 아니라 선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니까 악 안에 선을 더 채워줘서 악을 없앤다는 거다.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는 불우한 어린 시절은 보낸 사람이 대부분이다. 내가 그렇게 성장했고 그런 상황에 놓이면 십중팔구 나도 그랬을 거다. 이론적으로는 선으로 악을 없애는 건데, 실제로는 거의 실천 불가능하다. 누군가에게 맞는 건 몰라도 모욕이나 오해는 정말 참기 어렵다. 그에게 대항할 수 없으면 애꿎은 강아지나 나무에라도 분풀이한다. 그도 안 되면 물건이라도 집어 던진다.
예수님 말씀은 악에 굴복하라는 뜻은 분명 아닐 거다. 선이 부족해서,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악한 현상을 더 키우지 말라는 뜻일 거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는 걸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에선가는,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 그걸 바로 주님의 제자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라는 주님의 명령이다. 예수님이 십자가 죽음으로 세상 모든 죄를 당신 몸에 지니고 돌아가신 거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도 마치 우주의 블랙홀처럼 주변의 악을 자신 안에 담아 없앤다. 말을 옮기지 않고, 험담하지 않고, 불손한 행동을 참아주고, 오해는 차분하게 바로잡고,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를 위해 기도한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 힘으로는, 거룩한 결심만으로는 실천할 수 없는 예수님 말씀이다. 예수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예수님 말씀대로 우리는 주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악의 블랙홀이 되거나 십자가의 죽음은 못하더라도 있는 힘을 다해 이웃의 실수 잘못 죄를 용서는 아니더라도 참아주기라도 한다. 그래서 하느님이 참으로 나를 용서하셨음에 대한 확신은 더 커질 수 있다. 세상이 왜 이 모양이냐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이 되게 나부터 계명을 더 적극적으로 지켜야겠다.
예수님, ‘하느님께 바라는 모든 이에게 힘을 주시니, 하느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희가 거룩한 은총의 도움으로 계명을 지키며 마음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이번 주간 저희 기도입니다. 이 기도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분노와 폭력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알려주소서. 아멘.